세 번째 구치소 수감, 누가 그녀를 구치소에 보냈나
장애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정부는, 왜 불법이 아닌가?

[편집자 주] 18일, 장애인 활동가 4명이 장애인운동에 가해진 정부의 벌금 탄압에 저항하며 노역 투쟁에 들어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장애인운동에 가해진 벌금만 4440만 원. 장애인도 함께 지역사회에 살자고 외친 목소리에 대한 대가다. 정부의 벌금 탄압에 저항하는 장애인 활동가와 가족의 목소리를 싣는다.

- [김상희]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장애인 활동가에 대한 벌금 탄압을 멈춰라
- [탁영희] 나의 멋진 엄마가 감옥에 갔다, ‘저항’이라고 했다

18일, 노역투쟁을 결의한 활동가 4명이 검찰청 앞문을 막고 있다. 그들 앞에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다른 활동가들이 마주보고 서서 박경석 이사장의 발언을 듣는 중이다. 경찰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방패를 들고 서 있다. 사진 하민지
18일, 노역투쟁을 결의한 활동가 4명이 검찰청 앞문을 막고 있다. 그들 앞에는 기자회견에 참가한 다른 활동가들이 마주보고 서서 박경석 이사장의 발언을 듣는 중이다. 경찰은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방패를 들고 서 있다. 사진 하민지

- 세 번째 구치소 수감, 누가 그녀를 구치소에 보냈나

지난 18일, 이형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님이 정부의 벌금 탄압에 저항하며 노역에 들어갔다. 소장님의 노역 투쟁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투쟁 현장에서 항상 몸을 사리지 않고 앞장섰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두 번째 노역 투쟁을 결의하시며 구치소에서 8일 만에 나오신 소장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그는 입술이 부르트고 눈이 휑해진 채 많이 지쳐 보이는 모습으로 발언을 해내고 있었다. 그날 이후, 소장님이 활동을 이어가며 종종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더구나 투쟁 현장에서 소장님은 여러 차례 경찰의 무지막지한 과잉 진압으로 몸 곳곳에 부상을 당했고, 치료 후에도 신체 기능이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곳이 남아 있었다.

나는 소장님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활동하며, 소장님 건강이 하루가 다르게 안 좋아지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가끔 모든 일과가 끝나고 나서 동료들과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큰 위안이라고 하셨는데 이젠 그마저도 어렵다. 이렇게 건강이 안 좋으신데 또 노역 투쟁을 결의하신다니. 나의 무거운 마음을 소장님께 전하며 구치소 자진 수감을 철회해 주실 것을 말해 보기도 했지만, 투쟁 현장에서도, 힘든 상황에서도 언제나 그랬듯 우직한 모습으로 책임의 무게를 짊어오신 소장님은 “장애인운동이 부당한 탄압에 의해 물러설 순 없다”며 강경하게 이번 노역 투쟁을 꼭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 장애인운동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무엇이 소장님이 스스로 세 번째 노역 투쟁을 결심하게 한 걸까. 아마도 차별을 방조한 이 정부에 저항하기 위함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정부는 장애인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방식으로 빈번한 벌금 선고를 하고 있다. 가난한 운동단체의 숨통을 막으려는 듯 벌금 액수는 점점 높아지고, 벌금을 부과하기 위해 경찰의 채증은 지능적으로 변하여 고성능 카메라와 온갖 장비가 동원되고 있다. 경찰을 비롯해 정부는 우리가 왜 집회를 왜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관심보다, 집회를 하지 못하게 하는 데만 정성을 쏟고 있는 것 같다.

벌금이 부담스럽다면 “벌금을 물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되지 않나”라는 말과 함께 “장애인운동은 너무 과격하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지하철을 멈추고 버스를 점거하여 이 사회를 멈추지 않는다면, 그전에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이 돌아갔던 이 사회의 속도는 더더 빨라져서 결국 장애인은 진입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에겐 ‘과격한’ 운동의 방식이, 자본주의 사회의 속도를 멈추는 것이고 “여기 장애인이 있다”는 외침이다.

장애인운동 이전에 중증의 장애인들은 인간의 삶이란 게 없었다. 동물원의 동물처럼 보이지 않은 창살에 갇혀 누군가 밥을 주기를, 누군가 화장실에 데려가 주기를 기다리며 사육당하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우리는 장애인운동을 하면서 사회에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음을 외치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과연 장애인이 이 나라에서 동등한 국민으로서 평등한 숨을 쉬고 있는지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이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부끄러움인 줄 모르는 국가와 법·행정 관계자들은 너무 쉽게 ‘벌금’으로만 응답하고 있다.

우리는 그 응답에 동의할 수 없다. 이형숙 소장님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2018년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오체투지를 하는 이형숙 소장님. 사진 강혜민
2018년 420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오체투지를 하는 이형숙 소장님. 사진 강혜민

- 장애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정부는, 왜 불법이 아닌가?

소장님께 내려진 벌금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의 벌금 부과가 얼마나 부당한지 알 수 있다. 이형숙 소장님은 2016년 경기도 이동권 투쟁으로 경기도의 열악한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는 2층버스 도입 계획을 알게 되어 이를 반대하는 투쟁을 했다. 분명히 버스는 ‘대중교통’인데 대중에 휠체어 탄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2층버스를 도입하려던 지차체 공무원과 버스회사 관계자들의 몰지각한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안임에도 이 투쟁으로 인해 이형숙 소장님에겐 200만 원의 벌금이 선고되었다.

또한 장애인 관련 예산이 여전히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2018년 10월, 국회 앞에서 우리는 도로를 점거했다. 이 투쟁으로 이형숙 소장님에겐 또다시 벌금 200만 원이 내려졌다. 장애인이 대한민국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려면 예산 확대가 필수적인데, 예산 계획에서 늘 뒤로 밀려나는 것이 바로 장애인복지 예산이다. 그나마 매년 목숨 걸고 복지 예산 투쟁을 열심히 해서 지금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늘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정말 그럴까? 한 국가의 예산은 한정적일 수 있지만, 쓰임새와 방향은 얼마든지 의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운동은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과 예산 비중을 비장애중심에서 장애인 인권이 반영된 예산으로 전환하는 활동이었다.

노역투쟁을 결의한 활동가들. 왼쪽부터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 사진 하민지
노역투쟁을 결의한 활동가들. 왼쪽부터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 사진 하민지

그런데 정부는 우리의 모든 활동이 불법이라고 한다. 장애인을 배제하고 존엄을 무시한 사회에 저항한 장애인운동이 불법이라면, 헌법 제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법 조항을 어긴 정부 또한 장애인에게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헌법에도 적시된,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기본권이 박탈당한 채 살아온 모든 장애인은 국가에 손해배상청구를 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장애인에게 손해 배상은 못할지언정, 장애인운동에 앞장섰던 활동가들에게 벌금만 부과하는 지금의 상황이 분노스럽다.

더구나 벌금 때문에 중증의 장애를 가진 여성인 이형숙 소장님이 다시 또 구치소에 들어가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 구치소 역시 비장애인 구조로 되어 있어서 생활을 어떻게 하실지 먹먹하기만 하다. 편의시설도, 활동지원도 없는 구치소에 이형숙 소장님과 같이 들어간 중증장애인 활동가 세 분의 생활과 건강도 매우 걱정된다. 모두 장애인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제때 돌보지 못해 기저 질환이 있다고 들었다. 구치소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건강이 어떻게 더 나빠질지 짐작도 안 간다.

이형숙 소장님을 포함한 세 분의 장애인 활동가는 오르지 비장애중심의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운 분들이다. 그래서 네 분의 중증장애인 활동가는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에서, 부당한 벌금에 불복종하기 위해 구치소에 자진해서 들어갔다. 부디 이들의 의로운 투쟁에 많은 사람이 관심과 힘을 보태어 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들이 하루빨리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 벌금 모금 계좌 : 국민은행 477402-01-195204 박경석(전장연벌금)

* 필자 소개 _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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