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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인터뷰]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유호근 사무국장

  • 산하
  • 작성일시 : 2013-01-22 01:08
  • 조회 : 6,491
2012년 12월 협동조합법이 발의된 후,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에서도 협동조합의 역사와 설립절차에 대해 상세한 설명까지 덧붙이며 이제는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러나 협동조합을 조직해본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협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가치에 대한 공유없이 성급하게 사람들을 모으는 방식에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기고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말하기에 앞서 우리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무엇이며 지속가능한 협동사회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고자 오랫동안 마을 만들기와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동작구의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이하 희망동네)를 찾았다.  -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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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동작구 희망동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기자와 유호근 사무국장(오른쪽)
ⓒ 조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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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쇼카재단은 사회혁신 기업가를 지원하는 팰로우 사업을 하고 있다. 기업이 펼치는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한다. 기업은 망해도 사회혁신에 대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 계속해서 사회적 목적을 실천하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아름다운가게에서도 사회혁신 기업가를 지원해주는 뷰티플팰로우 사업을 한다. 1기로 뽑힌 희망동네의 유호근(38)사무국장은 '협동조합은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가'의 물음에 무조건 자립이라고 답했다. 

"(사회적경제의 영역은) 내부에서 자생력을 갖추도록 충분한 준비와 시간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야지 처음부터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게 되는 시스템은 자생력을 갖추기 힘들고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정부지원금이 끊기면 문을 닫는 것도 사업역량에 맞지 않게 인건비지원에 기대서 몸집은 키워놓고 수익모델은 빈약하다보니 참여하는 구성원들도 제대로 일을 못하거나 쏟을 수 있는 에너지를 줄여버린다." 

처음부터 확실하게 사업목적과 수익모델을 갖춘 후에 시작해야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한 준비없이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이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였다. 사회적 기업들이 정부지원금이 끊기는 순간 문을 닫는 사례에서 충분한 공감이 간다.

"최선 다해야 생존할 수 있어... 그렇지 못하면 구조조정 해야"

그는 어떤 영역이든지 사업을 시작했으면 최선을 다해야 생존할 수 있다면서 그렇지 못하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구조조정이란 것이 사람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합리화를 위해서 구성원들과의 합의와 설득을 통한 과정을 충분히 논의하여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맡겨진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떠나도록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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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경제 영역은 처음부터 자립이라고 강조하는 유호근 사무국장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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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에 협동조합 1호점 '마을카페 사이시옷'을 만들었을 때 주변에서 실험적으로 정부지원을 받아 운영해보자는 권유로 4명의 인건비지원을 받아 일자리를 창출했었다. 30평 카페에서 자체고용 직원 1명과 파트타임 2명까지 모두 7명이 일을 하게 되었는데, 카페의 일을 고용인원수에 맞춰 역할이 맡겨지고 할 일이 줄어들자 스스로들 제 역량을 축소시키는 부작용이 생겼다. 

지원금이 끊겼을 때는 절대로 자립하지 못한다는 판단으로 3개월 만에 정부지원금을 포기했고 고용인원들은 때마침 각자의 상황이 생겨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현재 마을카페는 정직원1명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협동조합 수익사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실에서 마을카페 사이시옷은 흑자를 보고 있다. 정부지원금에 기대면서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은 무척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외부지원 없이 자립에 대한 확고한 목표와 수익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 희망동네를 만들고 협동조합 1호점이 만들어지기까지는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공부방을 시작하고, 마을도서관을 만들면서 꾸준히 밑바닥에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신뢰를 쌓는 일들이 계속되었다.

"협동조합을 이해 못하는 시기였다. 한살림 같은 생협 정도가 전부였다.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다 설명으로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2~3년 후에 결과를 보여줄테니 나를 믿고 출자해달라고 했고, 권한의 많은 부분을 일임해달라고 했다. 4800만 원의 출자금을 모은 후, 눈으로 보이는 실체와 공간이 필요하단 판단으로 마을카페를 만들었다. 실체를 보면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렇게 해서 협동조합의 운영절차가 변형된 형태의 1호점 마을카페 '사이시옷'과 2호점 목공소 '별난공작소'가 만들어졌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시켰다. 2012년 6월에 오픈한 3호점 '우리 동네 마을상담센터'는 마음에 상처가 있거나 힘든 일을 겪는 주민들을 위한 힐링캠프가 되었다. 중학생을 위한 지역청소년센터가 될 교육협동조합과 지역아동센터에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단체급식협동조합의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요즘 협동조합이 시대의 흐름이고 유행이지만, 계속해서 일을 벌이고 참여자와 출자자를 모집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일을 추진해가는 희망동네의 모습에서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얼마나 큰 원동력이 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일들은 인터넷 카페와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서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4호점 협동조합의 출자금 3000만 원은 이미 모였고, 5호점은 출자금 6000만 원중에서 3000만 원을 넘어섰다. 그에게 남다른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협동조합 3개 만드는 데 1억을 모았다. 출자자들에게는 배당금도 없을 뿐 아니라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 모금의 한계가 오지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꾸준히 SNS를 통해서 소식을 알렸다. 신뢰가 쌓이면 기회비용이 줄어든다. 우리가 계속해온 사업을 지켜본 사람들은 또 협동조합을 만든다고 하면 가치있는 곳에 돈을 쓰자고 해서 출자를 한다. 출자자들은 대부분 나를 아는 사람들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활발히 내 고민과 사업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동참해주세요' 하면 모인다."

사회적경제의 핵심은 내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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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호점 협동조합 마을카페 '사이시옷'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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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두고 꾸준히 확인되고 검증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얻는다는 그는 협동이나 사회적경제의 핵심은 '내 놓는 것'이라고 한다. 자본주의적 사고는 내 것을 내놓는 순간 받을 수 있을까를 계산하는데 사회적 경제 영역은 내 것을 내고 함께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 다음을 계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는 사람들에게 동참을 요청할 때는 자신의 것부터 먼저 내놓고 시작한다. 

필요성이 느껴지는 사업은 바로 진행하지만 반면, 참여자가 적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바로 정리를 하거나 시간을 두고 참여자를 기다리는 여유를 갖기도 한다.

"일단 해보자고 하면 내가 끌고는 가는데 억지로는 안한다. 필요한 일인데 '해볼까' 하고 안건을 던져놓고 하겠다는 사람이 나오면 '갑시다' 하면서 끌고 간다. 얼마 전에도 우리동네기부클럽이란 아이디어를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도와줄 테니 해봐라' 했다. 아이디어는 늘 만들고 던져놓는 스타일이다. 아니면 말고(웃음). 일부는 우리가 끌고 가지만 대부분은 하고 싶은 사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해야 잘 되는 거다. 이런 마을모임도 있다. 한 달에 3만 원으로 나를 위한 만 원, 이웃을 위한 만 원, 관계를 위한 만 원을 쓰자 해서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파티를 한다. 30명을 모으고 30만 원을 어디에 쓸지 논의 하는 거다. 모인 사람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일 수 있으니 모여서 강의도 듣고 공부도 하자는 거다."

그는 '협동조합을 만들려면 사람과 출자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사람을 모으는 데만 집중을 하는데 그렇게 하면 협동조합은 안 된다'고 경고한다. 협동이 신뢰라고 한다면 신뢰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라서 서로의 삶을 통해서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다음은 가치에 기반을 둔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마음의 공유가 안 된 사람들을 모아놓고 논의를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출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돈을 내는 것이 마음을 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것은 마음의 공유가 된 후에 결정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돈을 내는 순간부터 갈등은 시작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협동조합이 잘 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꾸준히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학습을 하며 토론이나 취미활동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협동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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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호점 협동조합인 목공소 '별난공작소'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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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다녔고 지금껏 살고 있다는 유사무국장은 고등학교 때 신문반활동과 흥사단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면 사람이 있어야 했는데 이미 대학에는 운동권도 없어졌고 같이 할 사람도 없었다. 뭘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고 사람을 찾다보니까 동네에 사람이 가장 많아서 동네부터 바꿔보자고 해서 시작했다고 한다.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것 보다는 현실적인 것을 좋아하는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부터 시작해서 등산모임도 만들어보고, 당시 민주노동당의 지역 당에서 상근일도 2년간 하면서 동네일을 하려고 했는데 정당의 일일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회의가 들어서 그만두고 2004년에 희망동네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혼자서 책을 찾아 공부하고 외국의 사례들도 찾아보면서 나 혼자가 아닌 여럿이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출자를 받는 것을 상상했는데 그것들이 지금의 협동조합이었다.

내년이면 마을 만들기를 시작한 지 10주년이 된다. 물 흐르듯이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는 그는 지역주민의 1%(4000명)를 회원으로 갖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는다.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알게 하는 조직을 만들어서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그들 스스로 행복하고 즐겁게 원하는 삶을 살게 하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 희망동네의 꿈이라고 한다. 유 사무국장과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걸음에 마을 만들기와 협동조합에 대한 희망의 빛이 나에게 자연스레 스며들었음을 느꼈다. 우리 눈으로 살펴본 희망동네의 꿈은 머지않았다. 이미 현재 진행형으로 실현되는 중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 http://cafe.daum.net/hopedong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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