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025.3.] 비루의 캠핑일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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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캠핑일지 1 (=나의 음주일지)

 

-드디어 길을 찾았다

야외 음주를 미친 듯이 좋아했다. 같이 음주한 사람 여럿, 감기로 보냈다. 룽타(나와 한 침대 쓰는 이)가 대표적 희생자인데, 어디로든 여행을 가면 한겨울이라도 오밤중에 밖으로 끌려 나와서 술을 먹어야 했다.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 태양열 랜턴 같은 캠핑 용품도 엄청 좋아했다. 베란다에 테이블과 의자, 아니면 돗자리라도 펴놓고 랜턴 불 밝혀 술먹기계의 일인자였다. 그러나 캠핑은 먼 나라 얘기였다. 어느 늦가을, 캠핑 전문가가 우리 가족을 캠핑에 초대했다. 같이 술을 먹고 전문가가 쳐준 텐트에서 잤다. 전기장판도 깔아주었다. 새벽에 룽타가 욕을 했다. 에이 **, 추워서 죽겠네! 그래서 더더욱 캠핑은 진짜 머나먼 나라.

그저 전국의 애견펜션 ‘따위’를 돌아다니며 술을 마셨다. 풍광이 좋은 곳으로 골라 펜션 유리창 밖으로 바다를 보며 음주, 또 음주. 그러다 숙박 페스타 어쩌구로 할인을 받아 영종도의 애견동반 호텔을 갔다. 오션뷰라 했는데 쪽창으로 간신히 바다가 보였다. 좁은 호텔 방엔 침대와 작은 탁자만. 실내 음주가 불가능해 밖으로 나갔다. 바다 쪽은 대형 선박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고 술집도 찾기 힘들었다. 한참을 걸어 허허벌판의 요상한 술집에서 괴상한 안주를 비싸게 먹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둘이 씩씩거리며 결심을 했다. 이럴 거면 캠핑을 다니자!

그로부터 한 달 후, 우리는 강변의 낙조를 코 앞에서 바라보며 술을 마시고, 끼룩끼룩 철새 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게 된다. 좋아서 입이 찢어진 채로.

 

2025 총회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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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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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마

    풍경 좋은 야외에서의 한 잔, 좋지요!!
    연재글, 기대가 됩니다.

    • 비루

      너무 덥거나 춥지 않을 때, 야외에서 술 한잔 같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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