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025.4.] 비루의 캠핑일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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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최대의 적은 윤가다

눈이 오고 비가 내리면 캠핑하기 힘들까? 그렇지 않다. 텐트 칠 때와 철수할 때만 쨍쨍하면 된다. 텐트 안에서 안전하게 바라보는 폭우와 폭설은 최고의 술안주다. 게다가 눈이 쌓이면 ‘설장고’를 쓸 수 있다. 눈, 비 보다는 바람이 더 무섭다.

캠핑 초창기에 강풍을 만난 적이 있다. 비가 온다고 해서 텐트 없이 비에 강한 타프(그늘막)만 쳤던 날이다. ‘이런 걸 코앞에서 보는 건 캠핑에서나 가능하지’하며 비 내리는 풍광에 흡족해 하던 것도 잠시, 잔잔하던 바람이 점점 거세어지기 시작했다. 비바람 속에서 타프가 마구 요동치며 펄럭거렸고 평온하던 캠핑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돌변했다. 룽타가 펄럭거리는 타프를 꽉 쥐고 팩을 미친 듯이 박는 동안 나는 팩 위에 얹을 납작한 돌멩이를 찾느라 온 캠핑장을 날아다녔고 팩 위에 돌탑(?)을 쌓고서야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람이 많이 불 때 타프를 치는 건 최고의 바보짓이었다. 바람이 유입되면 타프가 풍선처럼 부풀다가 팩이 뽑히는 순간 ‘폴대는 날아다니는 창으로, 타프는 낙하산으로 변신’한다는 걸 그 땐 전혀 몰랐다. 이후로는 ‘윈디’라는 앱으로 캠핑 전에 ‘바람의 세기’를 최우선으로 점검했고, 가방 안으로 들어간 타프는 다시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바람보다 더 막강한, 예상치 못한 캠핑의 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윤가다.

작년 11월 23일, 단골 캠핑장에서 생애 최초의 장박-일정한 기간 동안 텐트를 쳐 놓은 상태로 두고 몸만(?!) 왔다 갔다 하는 캠핑-을 시작했다. 한 달 동안이니 총 5번의 주말을 갈 수 있었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집을 나서 월요일 새벽에 돌아오리란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12월 3일, 윤가가 계엄을 선포했다. 으아악, 아직 장박지에 두 번 밖에 못 갔는데. 망했다! 금요일 오후에 가서 토요일 오전에 돌아와 저녁엔 광화문으로 가는 짓을 한번 해보고는 다음 주엔 아예 캠핑을 쨌다. 텐트를 접어야 하는 마지막 주도 금요일 오후에 가서 토요일 오전에 후다닥 철수. 이렇게 우리의 ‘돈’과 ‘낭만’과 12월 캠핑은 윤가 때문에 날아갔다. 앞으로 캠핑에선 바람보다 더 최우선으로 윤가 점검이 필수.

그리하여……
1월 18일 밤, 우리는 숨죽이며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었다. 만세, 구속이다!
1월 19일, 마음 편히 부산항 힐링야영장에서 캠핑. 오랜만에 부산 친구를 불러 즐겁게 음주.
3월 7일, 구속 취소. 캠핑장 예약도 취소.

4월 4일.
캠핑 짐을 싸 놓은 채 나는 집에서, 룽타는 회사에서 뉴스를 숨죽여 보고 있었다. 11:22, 윤가의 파면이 확정되었다. 우리는 환호하며 충주호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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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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