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_ 신지훈
낡은 식탁에 둘이 마주 앉아
웃는 하루하루가 난 좋아
누군가에겐 별 볼일 없는 이날들이
내겐 애써 찾아낸 것이었죠
어떤 밤에는 전부 사라져 버리는
아득한 꿈을 꾸곤 했어요
까만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 하나
꿈속의 그건 별이 아녔어요
천공을 가르는 빛이 우릴 삼키러 와
그때 그대 손잡고 있기를
모든 게 평화의 반대편으로 걸어가
넌 날 난 널 끌어안아
그대가 써주곤 하는 시 속의
내 모습은 빛이 나더군요
그대와 시와 꽃나무들이 피어난
아름다운 세상을 잃을 순 없어요
천공을 가르는 빛이 우릴 삼키러 와
그때 그대 손잡고 있기를
모든 게 평화의 반대편으로 걸어가
넌 날 난 널 끌어안아
오래전에 평화음악감상회란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한달에 한번 모여서 전세계의 민중가요, 프로테스트송, 그리고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노래한 음악들을 찾아 듣는 모임이었다. 거의 1년이란 시간동안 진행을 하면서 정말 전세계의 프로테스트송을 훑어보려 한 것 같다. 노래를 듣고 노래의 의미, 역사성 등을 얘기도 해봐야 하니 AI도 없던 시대에 검색, 또 검색, 디깅에 빠져들던 시기였다. 그때 정말 많은 평화의 음악가들을 알게 되었고 음악이 주는 힘이란 엄청난 것이란 것을 새삼 다시 느끼기도 했다.
요사이 빈고운영활동방에서 술주정을 부리던 한 회원이 음악듣기 단체방이 열었던 계기로 다시 음악디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엔 전처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세미나 같은 형식은 아니니 부담없이 하루에 한곡, 단체방에 링크를 걸어 올려보고 있다. 노래나 음악가에 관한 소개는 굳이 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제는 AI시대이고 정보를 찾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디깅 속에서 찾은 곡 중에서 새삼 소개하고 싶은 곡이 바로 신지훈의 “평화”이다. 가사는 아마도 러우전쟁과 최근의 이란/이스라엘 전쟁에서의 참화들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는 듯 하다. 신지훈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피겨스케이트 엘리트 선수 출신인데 운동을 잠깐 쉬면서 KPOP STAR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하기도 했었다. 장르는 포크음악이고 포크 중에서도 모던포크, 클래식한 포크를 하는 가수이다. 이외의 정보는 잘 모른다. 가끔 듣게 되었던 ‘시가 될 이야기’가 좋았었지만 대단히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이미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는 유려한 최유리와 담담한 허회경이 있었고, 신지훈은 좀 예스럽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렇다. ‘평화’란 곡 때문에 신지훈을 다시 듣게 된 거다. 모던포크가 가질 수 있는 프로테스트적 특질, 그래서 이제는 세련되지는 않을 수 있는 직설적인 물음들, 60년대 포크의 정서들, 이런 것들이 떠올랐다. 물론 음악을 들을 때 즉각 반응해서 분석적으로 듣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이 있을까? 한 곡을 듣고는 궁금해져서 연결고리들을 찾아보는 것일 뿐. 평화음악이란 것도 이름 붙이는 자의 태도에서 비롯된 말일 뿐, 평화음악이란 말 자체도 정의가 잘 되지 않는다. 민중가요도 프로테스트송도 마찬가지이다. 음악은 그 자체의 음악이고 장르는 알려진 구분법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올해의 프로테스트송, 올해의 민중가요, 올해의 평화음악 이런 이름들을 지어서라도 신지훈의 ‘평화’를 소개하고 싶다. 한때는 진영이라고까지 존재했었던 반전평화운동을 길어왔던 사람들 뿐 아니라, 이제는 주가를 기준으로 삼아서 어느나라 군대를 응원할지를 결정하려하는 사람들에게도 진지하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평론가도 아니고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이제는 음악가도 아닌데, 어떻게 소개할 방법이 없으니까. 빈고 뉴스레터에라도 기고해서 조합원들에게 이 노래를 알려주고 싶은 거다.
신지훈의 평화, 한번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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