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3월 모임은 26일 수요일 저녁이었다.
하필 세상이 한참 어지러워 깃발 펄럭이는 날들이었다.
멤버1의 제안으로 집회에 참여하고 책(재활)모임은 집회 뒷풀이 겸 간소하게 하기로 했다.
우리는 독서 토론 모임이 아니라 그저, 서로의 독서재활을 돕는, 완독을 격려 응원하는
그런 소박한 모임이니까 ^-^
첫 모임이라고 응원 차 참석한 게스트도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완독을 못 한 멤버2에 비해 게스트가 더 열렬히 책을 읽고 왔다.
멤버2는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많이 뿌듯했다.
‘좋아. 이 정도 미지근한 온도의 모임을 하고 싶었어. 후후’
(여기서 솔깃하는 당신, 독서재활이 필요한 바로 당신, 참가 문의는 연두에게 ^-^)
(참고로 멤버2도 그 자그마한 부끄러움을 동력 삼아 완독 완료!)
3월의 책은 공연예술 이론가 목정원이 쓴 산문집이다.
작가가 사랑해 마지않는 무대라는 공간에 대해, 그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대해,
그 시간과 공간을 빚어내는 사람들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객석에서 건드려지고 부서지고 흔들리고 감응해 울고 웃은
작가 본인의 마음에 대해 썼다.
다른 사람들도 무대를 보면서 그렇게 흔들리고 깨지고 부서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가 예술을 동경하고 경애하는 이유는 무얼까.
그것들이 우리를 아주 멀리 데리고 가 주기 때문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때론 무엇을 보느냐 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한가 싶기도 하다.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1권 머릿말에는 이런 말이 (각색되어)인용되어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오래전부터 이 말을 아껴왔다. (머릿말만 읽고 책은 안 읽음)
사랑이 가장 앞에 온다는 점에서 그랬다.
알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니라, 가슴을 열고 만나야 무엇이든 진실로 볼 수 있다는 말 같았다.
그 머릿말을 읽은 날 이후로 늘,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것들이 나를 뒤흔들고 두드리고 내 안에 아로새겨져,
아주 먼 곳까지 나를 데려가 주기를 바라며.
목정원의 책을 읽은 뒤에는 그 사랑으로 열린 마음과 눈으로
그처럼, 기꺼이 흔들리고 깨져서 아파 엉엉 울며 알게 되기를 소망했다.
더 많은 고통을, 더 많은 낯선 것들을, 더 많은 것들에 대한 진실을.
후기를 위해 멤버1,2와 게스트가 각자 마음에 드는 구절을 하나@씩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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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1
55p
바라보는 일이 그저 매끄럽기만 하다면 생은 아프지도 아름답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의 시선은 때로 무언가에 막히고, 충격으로 아득해지고, 성찰의 거리를 취하고, 다시금 용기와 다정으로 몰두하고, 기필고 뒤돌아 나 자신을 또한 응시함으로써 굳건해진다. 그리고 어떤 예술은 이같은 시선의 아찔한 편력을 돕는다.
146p
이 생각을 하면 코끝이 찡해지는데, 왜냐하면 누군가 ‘믿는 체 하려는 것’은 결국 그가 ‘믿고 싶은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믿고 싶은가. 아마도 나로부터 먼 것. 멀어서 찬란한 것. 그것을 꿈꾸게 해주는 데 본디 예술의 임무가 놓여 있던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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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2
그럼에도 언젠가는 눈을 멀게 하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그들이 불행해지기를, 그 불행의 환희를 또한 알게 되기를.
내 안의 가장 어둡고 탁한 곳을 감싸는, (생략) 모든 가려진 것들에 대한 완강한 편애가 좋았다. 언제고 가능하다면, 거기까지 닿게 해주는 것이 예술이었으면 싶었다. 지워진 것들, 지워진 것들에게로, 함께 진창을 기어 닿고 싶었다.
우리가 보는 것들은 우리의 몸 안에서 공명하므로. 오직 공명함으로써만 우리를 건드리므로.
말이 새로운 사실을 세상에 기입한다. (생략) 어떤 발화들은 세계를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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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돌이켜보면 내가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었을 때에 나는 노래를 더 많이 불렀다. 노래는 스스로 부르는 것이지만 혼자서만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나를 구원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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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쩌면 예술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 아닐까.
말과 말 사이의 어떤 장소, 우리를 뒤흔드는 눈부신 빛들,
혹은 차마 말이 되지 못한 어떤 고통들을 전해주는.
[4,5월의 책 – 짐을 끄는 짐승들, 수나우라 테일러]
4월은 간단히 번개로 대신하고 완독 모임은 5월에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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