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5월의 운영활동가 편지를 보내는 저는 청주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하 공룡)에서 활동하는 설해입니다. 지난달 빈고 뉴스레터에 잔잔 님의 공동체 인터뷰를 통해 공룡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는데요, 멀리 청주까지 찾아와 주시고 긴 이야기를 기록해 주신 잔잔 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빈고와의 오래된 인연과 공룡의 지난날들을 돌아볼 수 있었고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활동을 이어왔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저희도 앞으로 새롭게 만날 누군가에게 특별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저에게 4월에 이어 5월까지의 날들은 마음만큼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약간의 암흑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랜만에 열린 조합원 교육도, 빈고 깃발을 들고 광장에서 만나거나 번개를 하는 모습도 사진으로만 보면서 마음속으로 아쉬움을 달래게 되었습니다. 6월 6일 빈땅캠프 때까지는 건강한 일상을 회복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빈고 여러분들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몸이 조금 회복될라 치니, 다시 담배가 땡기는 이 간사한 인간이 부디 건강계의 품속에서 달라질 수 있기를..ㅠ )
지난 수개월간 거리에서 정치의 퇴행에 맞서고 각자의 자리에서 또 삶을 잘 살아 나가기 위해 힘을 냈을 한 사람 한 사람의 노고를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체력도 정신력도 바닥날 것 같은데 여전히 많은 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고, 철탑 위 절박한 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과 여러 현장에도 연대는 끊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라는 핑계로 이 모든 투쟁의 요구와 거리의 정치를 검열하고 없는 셈 치는 일들이 줄지어 일어나는 가운데, 그것들이 지워지지 않게 애쓰는 모습들을 봅니다. 같은 목소리로 묶이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며 토론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 신중하게 단어를 길어 올려 쓴 글들을 만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쥐어 짜냈을 시간과 노력에 기대어 저는 이 시기를 넘어갑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날들을 보내고 계신가요?
편지라는 글을 너무 오랜만에 써서 소식을 전하고 안부를 묻는 일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광장에서 만났던 빈고 여러분들로부터 받았던 에너지에 대한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적습니다. 그동안 공룡에는 조금 변화가 생겼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던 이가 활동을 중단하여 이제 세 사람이 활동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단체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많은 이들이 만나고 헤어진다는 것을 이제는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봄이 오면 감자를 심고 손님이 오면 부산하게 요리를 하는 공룡의 풍경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조만간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뵙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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