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입춘다운(?) 입춘이었습니다 ^^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다리는 24절기라면 역시 무더위가 드디어 한 풀 꺾이고 숨이 쉬어지는 “처서”, 그리고 소한 대한 지나서 이 겨울이 결국엔 끝난다는 희망을 주는 입춘이 아닐까 해요. 하지만 처서에 비해 입춘은 “이게 무슨 봄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만큼 추워 마음에 안 들 때가 많았지요. 그런데 올해 입춘부터 우수까지의 시기는 봄이 오긴 오는갑네 하고 생각할 만큼 따뜻한 것 같네요. 소한보다 못하다고 살짝 무시당하던(?) 대한 추위가 전보다 세고 길었던 직후라서 더 그런 것도 같습니다. 참고로 입춘은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겨울의 정점인 동지, 봄의 정점인 춘분의 정중앙이어서 입춘이라고 합니다. 입하는 같은 방식으로 봄의 정점인 춘분과 여름의 정점인 하지의 정중앙이고요.
입춘은 사주명리에서 새해의 시작으로 봅니다. 이 뉴스레터가 설날에 조합원들께 전해진다고 하는데요, 어떤 의미이던 올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에 인사를 드리게 됐네요. 안녕하세요 늦어도 반드시 오는 ‘지각생’입니다. 원래 작년에 인사를 드리기로 되어 있었는데 미루다 되게 의미 있어 보이는 시기에 하게 됐어요. 모든 분들 2025년, 힘드시지 않았나요? 올해 1월까지도 그 여파가 이어져 힘든 분들이 많은 것도 같은데요. 말씀드린대로 올해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 1월에 힘드셨던 분들도 “그래 아직은 새해가 아니었어!”라고 생각하시고 툴툴 털어지시길 바라요.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그 책, “자본의 바깥”의 출간은 힘들었던 작년 한 해에 찾아온 반가운 선물이었습니다. 아직 못 읽으신 분께 강추드리며, 인상깊은 부분을 소개하며 제 늦은 편지를 날로 먹어보려 합니다.
“선물교환에 기반한 가족/공동체는 확장될 수도 있지만 폐쇄적이기도 하다. 수탈교환은 위계적인 수탈의 확장을 통해 국가 체계를 형성해 간다. 상품교환은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되고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된다. 사양교환은 원리적으로는 확장되는데 문제가 없지만 공유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체계를 갖추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267페이지)
“교환양식 D는 세계사 처음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이다. 비록 체계화되지 못해서 가족, 국가, 자본의 등장과 함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려 눈에 띄지 않았을 뿐, 항상 우리 곁에 있었던 커먼즈가 바로 그것이다 (중략) 이렇게 세계사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272페이지)
어쩌면 책의 “탐구”영역을 잘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교환양식 D가 책에서 말하는 ‘사양교환’일 겁니다. 서로 주려고 경쟁하는 사양교환!! 우리에겐 익숙하죠?) 어쨌든 우리 빈고가 세계사의 새로운 국면을 연다는 얘긴가봐요. ^o^ 공유물을 관리할 체계를 잘 갖추고 발전시켜 나간다면요. 초기 빈집/빈고에서 예전의 저는 그 ‘체계’와 좀 거리가 있던 사람이었어요. 해방촌을 떠나 IT협동조합 만드느라 고생하다 보니 조금은 달라졌습니다만 여전히 DNA 수준에서 저는 체계보다는 혼돈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해보니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체계를 만들어 왔더라고요.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입니다.
“사양은 오롯이 자발성에 근거해야 하며, 언제든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무리하게 사양하는 사람을 찾아내고 적절한 자원을 공급하는 돌봄 역시 모두가 모두에 대한 의무가 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분배를 요구하는 피수탈자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수탈자의 입장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것으로 상대가 요구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커머너의 입장이다” (257페이지)
그런데요, 제가 보니 우리의 체계가 아직 “무리하게 사양”하는 사람들에게 기대는 점이 많은 것 같았어요. 출자활동만이 아니라 운영활동 측면에서요. 예전의 저는 그냥 고생하는 사람들 옆에서 조금 거들어주거나 같이 술이라도 하며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주는 정도로 스스로의 역할을 한정지어 왔던 것 같아요. 어쩌면 제가 경험했던 초기 빈집과 빈고 – 우애의 정신에 기반한 가족/공동체적 이미지로만 계속 생각을 해왔나봅니다. 지금의 빈고는 조합원이 500이 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며 성장을 하고 있는데 말이죠. 저는 사람이 만든 모든 형태의 조직은 그 변화하는 규모에 맞는 소통 수단과 자원 관리 체계를 갖지 못하면 성장이 정체될 뿐 아니라 지탱하는 사람들이 힘들어지고 서로의 의도를 오해하고 갈등이 생긴다고 믿습니다. 아직까지는 빅뱅의 효과가 이어지고 초기 멤버들이 버텨주고 있지만 솔직히 그 사람들 “예전 같지 않”습니다. 😁
활동가대회나 총회 등 오프라인 모임에 가면 그래도 제가 아는 분들이 절반 이상은 보통 되어 편하게 노는데, 이 뉴스레터는 제가 모르는 분들이 훨씬 많이 보실 거라 조금 수줍기도 합니다. 저도 아직 제 역할을 제대로 찾아 한다는 느낌은 진짜 못 받고 있는, 아직 커머너라 말하는게 뭔가 부끄러운 사람이긴 합니다만, 올해 총회에서 결의한 대로 “진짜 커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우선은 가족/공동체적 마인드에 대체로 기반해 일 많이 하고 있는 사람을 돕는 것부터 시작하게 될 것 같아요. 제가 비밀을 말씀드리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은 사실 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 그래서 혹시 세계사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빈고 운영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이 계시다면 지금 바로 함께 하시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연극을 해보기로 한다. 이곳이 자본주의가 아닌 것처럼, 각자 자본이 없거나, 자본이 있어도 자본수익에 기대지 않기로 설정한다. 연극을 하고 있을 때만큼은 다른 행동을 하며 다른 세상을 사는 것이다. (중략) 그리고 그가 남긴 자본은 더 이상 자본이 아니라 다음 연기자를 위한 공유지가 된다. 그는 성공적인 연기를 수행했고 완성했다. 그가 살았던 세상은 자본주의일까 아닐까” (399페이지)
“…그렇게 해서 가능한 만큼 조금씩 자본의 세계에서 공유의 세계로 자신의 삶을 옮겨오는 것이다.”
올해 많은 자리에서 만나 뵙게 되길 바랍니다. 미리 반갑고 고맙습니다!!! 🥰
뉴스레터 발송 전 읽는, 운영활동가 지각생 편지가 반갑네요. 뭔가 묵직함이 느껴지는 편지입니다. 명절 잘 보내고 조만간 또 봐요.
잘 읽어줘서 고마워요~ 조만간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