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고문학상:작품01] 환전 (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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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영리하게 환전하기 위해서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바꾸기도 한답니다

무엇과 무엇을 바꾸는 건지 아시나요?

신중하게 손해를 감수하고 운 좋게

억울하게 의도적으로 완벽하게 못 미치게

바꿔냅니다

 

당신과 있으면 즐거워요

즐거운 건 맞아요

앉은 자리에서 다섯 시간이 금세 흘러가요

긴장을 감추고 어쩌면 그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여기죠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밥을 먹을 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얼마든지 새로 덮어쓴 문장이 진실일 것 같은 착각과

계절이 바뀌면 사라질 것 같은 순간의 진심들

공평하지 않은 교환은 과연 언제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환율 사이에서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을까요

손에 쥔 돈이 내가 가진 전부예요

이렇게 바꿔말하면 당신은 알까요

낯선 질감의 지폐를 지갑 안쪽에 단단히 모아두고

여기서 한 번 더 말을 바꾸면 나는 영영 제대로 고백할 수 없겠죠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 가서 남김없이 쓰고 돌아올게요

기념품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사 오면 좋겠지만

나는 아마 냉장고에 붙일 자석을 하나 고를 것 같아요

 

지갑을 뒤집으면 굴러떨어지는 동전들

앞면에는 한 사람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작은 나무를 심고 있어요

허공에서 낚아챈 이국의 동전을

손바닥이 뜨끈해질 정도로 누르고 있으면 알 수가 있죠

동전은 던져졌지만

마지막까지도 바꾸고 싶은 게 마음이란 걸

우리가 아닌 척 바꿔치기한 말들과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은

몇 번이고 높이 던질 수 있지만

여기선 쓸모없는 동전들이에요

환전소에선 남은 동전들을 추억으로 간직하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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