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문장] 모리스 고들리에, <<증여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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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림에 자극받았지만,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탓에 ‘빈문장’으로 대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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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고들리에, <<증여의 수수께끼>>

<서문 : 증여하는 사물, 판매하는 사물, 증여할 수도 판매할 수도 없고 간직해야 하는 사물에 대하여>

15p

많은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사회를 통합하고 간극을 메워 ‘사회적 균열’을 줄이는 역할을 맡지만, 이를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바로 이 모순과 무능력을 배경으로, 점차 모든 부문에서 증여하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연대세(連帶稅)’로 불리는 새로운 국가 조세는, 경제가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벌려놓은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대다수 납세자에게 부과하는 ‘강제된’ 증여이다. 

18p

증여는 유력한 두 대리인(시장과 국가)에게 장악되었다. 시장(직업 시장, 재화와 서비스 시장)은 이해타산, 회계, 계산의 장이며, 국가는 법을 존중하고 법에 복종하는 비인격적 관계의 장이다. 증여는 흔히 친구나 친척,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증여는 그들을 서로 묶어주는, 그들에게 상호 의무를 부여하는 관계의 결과이자 증거였다. 여기서 상호 의무는 ‘계산’ 없는 증여 교환, 무엇보다 답례를 기대하지 않는 증여로 나타났다. 예나 지금이나 가까운 이들 사이의 증여를 특징짓는 것은 의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계산’이 없다는 것이다. 

21p

나는 바루야족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여성 교환 속에서 증여와 답례를 관찰할 수 있었지만 포틀래치의 징후는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이 사회의 논리의 핵심은 부의 증여와 답례를 통해 권력 획득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권력은 여성과 부를 축적한 빅맨 Big Man 에게 있지 않다. 권력은 인간이 아닌 신성한 존재 – 태양, 숲의 정령 등 – 가 조상에게 전해준 신성잴와 비밀 지식 속에 있으며, 이를 세습하는 그레이트맨 Great Man 에게 있다. 간단히 말해 이 물건들은 바루야족이 팔수도 증여할 수도 없으며 따라서 보존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모스와 레비스트로스를 비롯해 수많은 학자들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점차 다음과 같은 가설이 자명해졌다. 고정점 point fixe, 곧 상품 교환 혹은 증여 교환으로부터 (잠정적이지만 영속적으로) 면제된 실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사회와 정체성도 시간을 초월해 존재할 수 없고,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기초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실재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모든 종교에서 발견되는 신성재일 뿐인가? 정치 권력과 ‘신성재’라고 불리는 무엇 사이에 일반적인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 

요컨대 나는 증여되는 사물에서 보존되는 사물로 분석의 중심을 이동시켰다.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신성재를 속되게 만들고 결국은 그것을 파괴해 증여교환을 어렵게 만드는 친숙한 사물인 화폐의 본질을 해명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낯선 여정을 통해 그것의 억압이 사회 생활의 조건이 되는 억압된 사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것은 길고 험난한 여행이었다. 자, 이제 모스를 살펴보고 그의 유산을 평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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