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2.)

벌써 네 번째 개인전이라는 말에 놀라움을 감췄다. 작가의 난해한 파편들을 모두 이해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각자의 경험에 기초한 이해 정도의 찌끄러미만 있을 뿐이다.
두 편의 영상과 전시물. 한 명의 상주인원은 직원인가. 혹은 퍼포머인가. 평론가(?)의 글을 읽고 그가 퍼포머였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마주하며 드는 생각과 모든 일정이 끝나고 집에 들어와 다시금 해보는 생각 사이에도 간극이 존재한다. 새로운 이해인가. 뒤늦게 읽은 평론가의 해설에 기댄 타자의 해석을 받아들임인가.


작가는 조현병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했다. 나 역시 비슷한 언행을 보여주던 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서인지 작품을 보는 내내 그 사람이 자꾸 생각이 났다. 이 감정은 무엇일까.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안고 가야하는 무언가가 아닐까.
생은 무엇이고 사람은 무엇이고 관계는 무엇일까.

epi. 같이 보러간 친구 덕에 장콜을 처음 타 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작가와의 대화도 즐거웠고, 무엇보다 그의 기쁜 소식과 그의 어머니를 멀리서나마 뵙고 나도 모를 기쁨이 생겼다. 친구가 사준 저녁 텐동도 맛있었고 친구의 이사한 집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과의 이야기가 즐거웠다. 나, 아직, 살아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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