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025.4.] 운영활동가 편지 –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마시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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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고 조합원분들께

다들 잘 지내시나요? 안녕하시냐는 흔한 인사도 머뭇거려지는 시기네요.

빈고 운영활동가 ‘마시멜로’입니다. 16기 운영활동가 편지 두 번째 타자입니다.

4월 달력에 자리 잡은 기념일들을 훑어봅니다.

4월 3일: 4.3희생자 추념일,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 4월 16일: 국민안전의 날,  4월 19일: 4.19혁명 기념일, 4월 20일: 장애인의 날, 4월 22일: 지구의 날…

‘국민안전의 날’인 4월 16일은 11년 전 세월호참사가 일어났던 날입니다.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지정한 날이기도 합니다. 전장연은 2001년부터 이맘때, 한해 중 가장 큰 투쟁을 벌입니다.

“4월은 잔인한 달”(T.S.엘리엇) 혹은 “4월은 갈아엎는 달”(신동엽)이라는 시구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달입니다.

현재 한국은 변화 앞에 서 있습니다. 그 변화가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든 변화를 맞이해야 합니다.

저는 올해부터 빈고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빈고 조합원으로서 제 역할도 변화를 맞았습니다. 처음 운영위원을 맡다 보니 낯설면서도 긴장됩니다. 안 읽던 ‘빈고 핸드북’도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운영위원 회의 때마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이렇게 말해도 되나’ 싶습니다. 회의 때도, 회의가 끝나고도 이런 고민들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빈고 역시 조금씩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 달에는 참 오랜만에 오프라인 ‘빈고 조합원 교육’이 열립니다. (5월 10일 19시, 서울 연구자의 집) 특히 ‘신입 조합원’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은 많았지만 진행하지 못하던 터였습니다. 참 반가운 소식입니다. 내란 국면 속에서 오히려 새로 가입한 조합원분들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번 교육에 신입 조합원분들을 비롯해 많은 조합원분들이 참석하셨으면 합니다.

이번 달부터 한동안 ‘빈고 운영활동 구조 개선에 관한 공론장’도 열릴 예정입니다. 공론장에서 다룰 의제는 다양하겠지만, 핵심 쟁점은 분명합니다. ‘현재 빈고 상임활동가 1인 체계가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가?’입니다. 이 쟁점은 최근 몇 년 사이 빈고 안에서 돌고 돌던 의제입니다. 총회에서 ‘상임활동가 추가 선임’이 안건으로 올라오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언제나 뒤로 미뤄지고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사안이었습니다.

올해 총회 준비위원회 회의 때 이 의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여러 논의 속에 반바지 운영위원이 이 의제를 다루기 위한 ‘공론장’을 열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이제라도 공론장을 통해 제대로 논의라도 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반바지 운영위원은 준비팀도 꾸리고 공론장을 열기 위한 과정들을 착실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학업과 생업에도 바쁜 그가 이렇게 용기를 내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공론장을 통한 논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공론장을 반기는 한 사람이자 운영위원으로서 공론장에 대해 두 가지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째, ‘상임활동가 추가 선임’과 ‘추가 선임을 위한 예산 확보’ 의제를 핵심 쟁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여겨집니다. 이 의제들은 ‘상임활동가 1인 체계는 정말 한계에 처했는가?’라는 핵심 쟁점을 충분히 논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논의해야 할 의제입니다. 그런데 ‘추가 선임’과 ‘예산 확보’ 의제가 더 먼저, 더 많이 이야기된다면 불필요한 우려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출자금을 증액해야 하나?’ 같은 이야기들이 성급하게 다뤄져 반발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할 소지도 있습니다.

둘째, 빈고의 앞날을 길게 내다보고 논의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더 먼 미래를 대비한다면, 앞으로도 상임활동가 1명만으로 빈고 운영을 옹글게 지속할 수 있을지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빈고 운영의 많은 몫을 상임활동가 1명에게 너무 의존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대표 활동가를 선임하기 힘든 빈고의 현재 구조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현재의 상임활동가가 그 역할을 다하고 물러났을 때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도 생각해보면 좋지 않을까요.

공론장은 4월과 5월에 각 한 번씩 온라인으로 열 예정입니다. 현재 텔레그램 ‘빈고 운영활동방’에 이번 달인 ‘4월 공론장 개최 일정’을 정하기 위해 투표창이 열려 있습니다. – 1안. 4.27.(일) 19시 | 2안. 4.27.(일) 16시 – 투표는 4월 20일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참석하기 좋은 시각에 많은 조합원분들이 투표해주시고, 참석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월 일정 투표는 추후에 실시 예정)

짧게 쓰려했는데 또 길어졌습니다. 편지를 갈무리하며 앞서 언급한 신동엽 시 일부를 올려봅니다.

 

“갈아엎은 한강연안(漢江沿岸)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 신동엽 <4월은 갈아엎는 달> 뒷부분 발췌 –

 

지난 4일, 드디어 그가 권좌에서 내려갔습니다. 그날 서울에는 벚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벚꽃은 지고 있지만, 이 나라에도, 조합원님 가슴 속에도 진정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65돌을 맞은 4.19혁명 기념일에

마시멜로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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