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마루 밴드 결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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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마루 밴드 결성기

‘번개는 대기의 질소를 땅으로 환원시킨다. 번개가 자주 치면 공기 중의 질소가 토양으로 환원되는 양이 늘어나 지력(땅지 힘력)이 올라간다.’-번개의 요정 연두의 인용을 재인용함.

텀블러가 문제였다. 아니, 더 큰 문제는 술이었다, 번개였다.

작년 12월 14일, 활동가대회에서 텀블러를 놓고 왔다. 마쉬멜로(이후 마)에게서 텀블러를 갖다 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텀블러만 덜렁 받기 미안하니 술을 사겠다고 했다. 약속을 잡자마자 공포가 밀려왔다. 둘이서 술을? 자타공인 재미도, 인기도 없는 우리 둘이서 술을? 호구조사 주구장창 할 거고 그 다음엔 뭐하지?

빈고 단톡방에 구조 요청 번개를 쳤다. 반응이 없어 공포감이 절정에 달했을 때 구세주 양군(이후 양)이 나타났다. 만세! 급조된 술자리가 무르익고 있을 때 번개의 요정 연두가 진짜 번개처럼 술자리를 수호하러 깜짝 등장했다. 만만세!

그리하여 ’대기의 질소가 땅으로 환원되는’ 대혼돈의 와중에 ‘아무말 대잔치’가 시작되었고 뻔뻔스럽게도 양마루 밴드가 결성되었다. 나와 마는 양이 공연하는 뒤에서 둘이 라인댄스를 빙자한 막춤을 추기로 했다. 나름 근엄, 진지해 보이는 마가 막춤을 추면 재미있지 않을까, 라는, 만고 내 생각.

번개로 비옥해진 토양에 한껏 고양된 양이 12월 25일 ‘소소하고 가벼운 빈고 연말파티’ 번개를 연이어 쳤다. 번개의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정훈-현영 커플에 이은 상현의 합류로 점점 창대해져 심야 노래방까지 달렸다. 마의 노래방 열창에 감동 받은 양이 마를 밴드의 리드보컬!!로 낙점했다. 그래, 노래는 마까지만. 나는 절대 안 되지. 근데 진짜 공연을 하는 건가?

설마, 하며 그날의 만용과 객기를 거의 다 잊고 평온하게 살던 중, 갑자기 양에게서 문자가 왔다. 한 달도 더 지난 1월 29일이었다. 간단하게 공연 연습을 하자면서 노래를 추천 받는다고 했다. 으악 으악 으악! 추천곡이 무려 9곡에 선정곡은 4곡. 선정곡 중 처음 듣는 노래도 있었다. 입만 벙긋벙긋하고 뒤에서 막춤이나 춰야지, 했는데 내가 추천한 곡은 노래까지 부르게 생겼다. 게다가 정작 연습은 총회 이틀 전인 2월 6일 단 하루. 노래 가사도 제대로 못 외웠는데 이러면 폭망이다, 싶어 총회 당일 3시간 전에 모여서 두 번째 연습. 현명한 양이 술을 들고 왔다. 41도짜리 독한 술을 모두 원 샷으로 연거푸 들이켰다. 오! 알딸딸해지면서 용기가 솟아났다. 그래, 할 수 있어!

술의 힘으로 용기백배해서 총회장으로 달려갔다. 사전공연을 제일 먼저 할 줄 알았는데 으, 다른 일정들이 많았다. 길어졌다. 거기다가 순서까지 바뀌어서 제일 끝으로 밀려났다. 술이 다 깼다. 망했다.

그리고 공연, 진짜 망했다! 죄송합니다.ㅠ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너무 재미있었다! 이 재미를 나만 느낄 순 없지.

빈땅 캠프 전까지 잦은 번개를 쳐서 대기의 질소가 땅으로 환원되는 대혼돈을 유발해 제 2, 제3의 양마루밴드를 결성, 캠프를 망쳐놓으리란 굳센 다짐을 하고 있다. 멤버 모집합니다. 막춤 막노래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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