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고 변산 후기
변산은 바다와 숲과 계곡이 모두 가까이에 있었다. 비바람 아랑곳하지 않고 큰 파도에 빠져보고 숲길을 걸어 계곡에도 갔다. 숲에는 으름덩굴이 많고 칡덩굴도 나무만큼이나 굵었다. 바위를 건너가야 할 때 나무에 뒤엉켜있는 칡덩굴을 잡고 이동하기도 했다. 키가 크고 몸통이 두꺼운 나무들이 많은 오래된 숲 같았다. 가는 길목에 거대한 팽나무 앞에서는 잠시 앉아있다가 갔다. 나뭇가지가 몸통처럼 굵고 곳곳에 이끼를 두르고 있으며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나무였다. 빈고 변산 소풍을 맞이해준 바다님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숲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온다고 했다. 혼자가 되기를 기꺼이 선택하고 그 장소로 이곳을 고른 이유가 뭘까 가서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앞사람을 뒤쫓아 졸졸 따라가면서도 숲을 기웃거리느라 계속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도착한 곳에는 더 큰 바위들이 있었고 계곡이 나왔다. 비가 온 다음 날이었지만, 최대한 마른 가지를 모아서 불 자리를 만들고 차를 끓였다. 불씨를 살리려고 입김을 부느라 앞머리가 조금 그슬리기도 했고 불이 잘 붙지 않을 땐 종이를 더 찢어 넣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불을 살려보려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피운 불로 차를 끓여 마시니 맛이 좋을 수밖에. 맨발로 물이 흐르는 바위를 밟고 다니고 손에는 챙겨온 컵을 따뜻하게 쥐고 있었다. 다 함께 즐기는 바다 수영이나 맛있는 요리들과 끝없는 수다를 곁들여 보내는 긴긴밤도 즐거웠지만, 한숨 길게 내쉬고 차 한잔을 한 모금 한 모금 맛이 다르기라도 하는 듯 천천히 맛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다채로운 자연이 있는 변산과 세심한 안내자 덕분이다. 고마웠어요!
후기 읽으니 그 숲과 계곡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