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영리하게 환전하기 위해서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바꾸기도 한답니다
무엇과 무엇을 바꾸는 건지 아시나요?
신중하게 손해를 감수하고 운 좋게
억울하게 의도적으로 완벽하게 못 미치게
바꿔냅니다
당신과 있으면 즐거워요
즐거운 건 맞아요
앉은 자리에서 다섯 시간이 금세 흘러가요
긴장을 감추고 어쩌면 그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여기죠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밥을 먹을 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얼마든지 새로 덮어쓴 문장이 진실일 것 같은 착각과
계절이 바뀌면 사라질 것 같은 순간의 진심들
공평하지 않은 교환은 과연 언제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환율 사이에서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을까요
손에 쥔 돈이 내가 가진 전부예요
이렇게 바꿔말하면 당신은 알까요
낯선 질감의 지폐를 지갑 안쪽에 단단히 모아두고
여기서 한 번 더 말을 바꾸면 나는 영영 제대로 고백할 수 없겠죠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 가서 남김없이 쓰고 돌아올게요
기념품으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사 오면 좋겠지만
나는 아마 냉장고에 붙일 자석을 하나 고를 것 같아요
지갑을 뒤집으면 굴러떨어지는 동전들
앞면에는 한 사람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로 작은 나무를 심고 있어요
허공에서 낚아챈 이국의 동전을
손바닥이 뜨끈해질 정도로 누르고 있으면 알 수가 있죠
동전은 던져졌지만
마지막까지도 바꾸고 싶은 게 마음이란 걸
우리가 아닌 척 바꿔치기한 말들과
끝내 하지 못한 말들은
몇 번이고 높이 던질 수 있지만
여기선 쓸모없는 동전들이에요
환전소에선 남은 동전들을 추억으로 간직하라고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