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를 찾아서
그가 사는 곳은 오기 전까지는 찾던 곳도 아니고, 상상하던 곳도 아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이 밝아진지 서너시간이 지나야 햇살 한 조각 만날 수 있고,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야 몸을 뉘이고 싶어지는 해의 시간이 몹시도 짧은 곳이다.
이 곳에서 나가는 길은 두가지.
한쪽을 선택하면 어느 한 쪽을 선택하든 다른 하늘을 만나게 된다.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한쪽으로 가다보면 예전에 보았던 하늘과 땅이 늘 그렇게 있다. 그래서 그는 이 길에 들어서 버리고 만다.
붉은 하늘인 날, 붉은 달의 날에도 그가 사는 곳은 어두운 밤이다.
그 날도 해의 시간을 찾아 나섰다.
해의 하늘 아래로 펼쳐진 세상을 먼 눈으로 바라보며 나아간다.
하늘하늘한 풀의 춤, 바람이 만들어 주는 소리와 길을 따라 푸른 존재들이 춤을 춘다.그의 바로 앞에서부터 멀게 눈이 머무르는 곳까지.
차가운 바람이 그의 목구멍을 따라 흐른다.
아, 살아있구나.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의 깊은 곳에서 어두움을 마주할 때마다 일렁이는 것.
어떻게 살 수 있지?
어떻게 살고 있니?
그렇게 그는 살아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저 앞에 물이 흐른다. 새가 날아든다. 그도 계속 걷는다. 아직도 한참을 걸어야 저 새가 앉은 곳에 이르리라.
새는 저 하늘 어디선가 날아와 어느 하늘일지 모르는 곳으로 간다. 그 새를 만나러 저 물에 간다. 물을 향에 가는 발머리에 떨어뜨렸던 눈을 들어 고개 너머 하늘에 눈을 둔다.
어!
언제부터 거기 있었을까. 늘 있던 하늘인데, 갑자기 그것이 보인다.
그는 여태 왜 보지 못했을까? 그동안 없었던 것이 보인다. 눈을 비비고 감았다 떠서 본다. 잠시 멈춘다. 잘 보이지 않는 눈을 찡그려 초점을 맞추어 본다. 분명 보인다.
더 가까이 가보지만 너무 멀다.
물 가까이 가지도 못했는데, 해가 진다. 해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지금 돌아서도 사는 곳으로 돌아 가는 길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을 것이다. 머뭇거리는 마음. 돌리기 어려운 발.
잠시 멈춰서서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가 생각에 잠기기를 반복한다. 어둠의 시간은 덤덤히 헤쳐가기 어렵다. 어서 돌아가야 한다.
방금 보았던 그것을 기억하려 애쓴다. 그의 생각 속의 것이 아니다.
발길을 돌려 그가 사는 곳을 향한다. 내일 다시 해의 시간에 이 곳을 찾아오리라. 지금 본 것을 다시 찾으리라. 분명 그것은 저 물을 지난 고개 위에 있다. 그에게 어떻게 살거냐고 묻는 그것이 거기에 분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