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거리는 소리만이 모닥불 속에서 속삭인다.
우린 그저 침묵 속에 한참이나 불꽃의 춤만을 바라보았지.
힐끔 네 바알간 볼이 불씨마냥 내게 파고 들었지만
입술 끝을 맴도는 말은 소리가 되지 못하고 불꽃속에 삼켜질 뿐이었어.
그렇게 새벽 어스름이 엷어갈 무렵
넌 갑자기 입을 열었지
이제 가야 되겠어
...
미친... 이게 뭐야.. 이게 뭐야..
갑자기 심장이 아플만큼 두근거렸어
이게 뭐야.. 어떻게 걸어온 길인데.. 어떻게 바라본 길인데.. 미친.. 미친.. 이건 아니잖아..
그런데도 내 입술은 가늘게 떨리기만 할뿐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어
날 봐.. 괜찮아.. 괜찮아.. 그러니 계속 걸어가
넌 할 수 있어.. 할 수 있잖아.. 봐, 그렇게 울지말고
괜찮아, 그러니 울지말구 계속 걸어가
그게 날 위한거야. 그게 널 위한거야
그게 우리를 위한거야
어스름이 사라지듯
넌 그렇게 떠나갔지..
난 한참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주저앉아 불씨가 사라지길 그저 바라보기만 했어
마침내 해가 지평선에 걸리고
그 너머 내가 가야할 길이..
미친.. 이게 뭐야..
뭐가 내가 가야할 길이람..
필요없어
그게 날 위한 거라구
그게 널 위한 거라구
메마른 입술이 열리며 터져나온 소리는
비명일까 슬픔일까 분노일까 그저 변명일 뿐일까..
그래.. 그래.. 미친..
그러니 다 필요없어.. 네가 없는 세상따위 아무것도 아냐.. 그러니 그러니
그렇게 달리고 달렸어 네가 사라진 그 길..
너의 이름.. 그래 너의 이름..
빈고.. 그래 그게 네 이름이었지..
미친.. 하지만 알게뭐야.. 알게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