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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빈집과 주거운동

  • 손님
  • 작성일시 : 2010-05-07 18:24
  • 조회 : 9,778

집이나 사무실을 구하고 이사를 다니면서 알게된 건, 거기에 들어가있는 전세금/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 옆집을 계약할 때도, 주인은 계약서를 갱신할 뿐 실제로 돈은 우리 주머니에서 전에 살던 세입자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일 뿐이었다. 윗집을 뺄때도 그러했지만 집주인이란 작자들은 생각보다 무능력자들이다. 자기가 빌린 돈 제 때에 값을 줄도 모르는.


그렇게 모인 전세금들이 2008년 말 기준으로 233조원에 달한다. 2008년 우리나라 예산 전체가 239조원이라고 하니까, 이 나라를 굴릴만한 규모의 돈이 부동산에 묶여있는 것이다. 결국 집이 없는 민초들을 세금을 두 번 내는 셈. 한 번은 국가에, 한 번은 집주인에게. 두 번째 세금으로 땅을 사건, 집을 사건, 펀드를 사건, 우리의 삶을 갉아먹는데 사용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그 돈이 땅과 집으로 가면 우리의 주거비용이 올라가고, 그 돈으로 원자재를 사면 물가가 올라가고, 기업에 투자되면 구조조정이 뒤따른다. 그리고 빠지기.


또 최근에 안 사실인데, 전세제도라는 것은 한국에만 있다고 한다. 가끔 외국친구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소유한다는 것(소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놀라는데, 그것보다 더 이해못하는 것은 전세제도라고. 물론, 어느나라에나 보증금이라는 것을 있겠지만, 그것은 세입자가 월세를 밀리거나 안 낼 수도있기에 월세의 1~2배 정도 되는 금액을 미리 받아두는 것 ─말 그대로 정말 보증금─ 이지, 우리나라의 전세개념과는 다르다. 지구인들에게 주거는 매월 조금씩 지출하면서 해결해나가는 것. 그렇게 해도 앞 날이 불안하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겠지. 물론, 더 깊이 생각해보면 도대체 땅을 누군가 소유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왜 땅값을 누군가에게 내야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부동산 계급사회>를 쓴 손낙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전세제도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집값과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기 때문이다. (참고: 전세방은 왜 한국에만 있을까) 집값이 떨어진다면, 또 이 거품이 무너지고 부동산 시장이 붕괴된다면 전세값을 온전히 돌려줄 수 있는 집주인을 없을 것이다. (혁명의 진행과 우리의 전세금/출자금은 반비례 관계 T.T) 그들은 망하고, 우리도 고통스럽다. 그런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려면 그 고통스러운 길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집값은 좀 떨어질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집을 투자대상이 아니라 삶의 장소로 바꾸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주거운동의 기본적인 고민이면서 또 이 시대 한국의 자본주의에 저항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일 것이다. 지방선거에 '진보'라는 이름으로 출마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공약을 내세워야하지 않을까?


빈집이 하나의 주거운동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집값과 시대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혼자서는 당연히 내년에 전세금이 또 오를테지, 오를거야,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겠지만, 우리가 모였을 때는 좀 더 공격적인 고민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는 나약하지만 모여서는 강하기 때문에─ 모이는 것이고. 만약에 우리가 모여서까지 지금의 현실(집값의 상승)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상정하고 그것에 적응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슬픈 일일 것이다. 아무튼 모였을 때 실천의 결들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의 사례들과 역사 전체를 참조할 수 있다.



좀 더 빈집의 현실적은 문제에서 다시 이야기를 출발해보면, 이번주에 말랴/달군 등과 얘기하면서 빈마을금고를 통해 새로운 출자금을 모으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약간은 자가증식되는 금고의 모델이 가능하다. 지금 빈집에 출자된 모든 돈을 금고에 넣고, 다시 집별로 대출을 받고, 이자를 부담하고, 그 중에 일부는 금고에 쌓이고. 그렇게 한달에 30~40만원은 쌓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저것 추가수입이 있을 수 있다고 치면 1년에 500만원?!


아무튼 이런 고민을 하는 우리의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다. 빈집은 확장이 필요해. 그 말은 현실은 되게 엄혹하고, 빈집은 그 현실을 누수시킬 수 있는 하나의 구멍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고. 그리고 우리는 그 방법을 찾고 있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자'라는 개념이 맘에 걸린다. 누군가 이 운동에 함께 하고, 빈집에 함께 살고자 할 때, 출자에 대해서, 또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해서, 이것의 효과들에 대해서, 더 많은 얘기들이 오갔으면 좋겠는데. '이자'라는 개념은 그 모든 이야기를 자기 안으로 환원할 수도 있는 강력한 개념, 시대의 적자이다. 사실 아무런 설명이 필요없을 수 있다. "누군가 출자를 했고, 그 돈에 대해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물론, 이렇게 설명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것이 하나의 블랙홀이 될 것만 같다.


'이자'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도 긴 이야기를 필요로 하겠지만, 간략하게 말해서 그것은 경제성장이 지속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세제도가 집값의 지속적인 상승에 의해서 가능하듯이. 그런데 우리가 '이자'라는 개념을 빌려올 필요가 있는가?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 빈집의 확장이고, 그 자체로 주거운동이라면, 또 살아가는데 분담금 만큼이나 출자도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면,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하고 필요한 출자를 하면 될 일이다. 무엇보다도 미래를 위한 출자이고, 도래할 동거인을 위한 출자이다. 특히 출자금액의 정확한 사용처가 미리 정해져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예컨대, 매년 2월 21일 빈집을 하나씩 더 만든다던지 등의. 또 이 금고를 살찌우고, 이러한 주거형태를 확산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어쩌다보니 집을 이미 소유하고 있는 진보친구들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집을 늘린다던지. (뭔가 저들의 기반을 허약하게 만드는 속임수?) 그러자면 그들에게 급작스럽게 돈이 필요할 때(아플 때 등) 금고에서 융통할 수 있는 여유분 등도 필요한 것 같고. 이런 것들은 '이자'라는 합리적인 설명이 없어도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우리의 운동 속에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이자'로 설명되었을 적에, 이렇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많아도, 이 주거실험과 시대에 대한 똥침을 함게 하기 위한 주인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아니, 혹은 그럴지도. 그러나 빈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헥헥, 이번주에 말랴/달군 등과 이야기하면서 조금 진전시켜본 생각입니다. 윽, 뭔가 길어졌네.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당신 정말 고마워요. 다른 이들도 고민을 나누어주었으면 :) (ㅅㅇ)






댓글 3

손님 10-05-07 18:55

응 빈집이라는것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 가장 급진적인 스쾃을 하지 않는 이상은 현실이 요구하는 돈이 일정정도 필요하긴하지.  그 돈이 최소한으로 모여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재미있고 다르게 살아내는 공간을 증식 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모여야 하는데.

그건 돈이 돈을 낳는 이자가 아니라 그냥 모두가 조금씩 어떤 목표를 위해서 모금하는 식으로 노력을 보태는 식으로 가는게 맞는거 같아. 출자자들이 이자를 받아서 다시 출자를 하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네 말대로 균열이 아니라 공고하게 만드는것에 일조하는 것일지도. 결과적으로 큰차이가 없어보이더라도 생각의 전환을 하는것에 대해서 심각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말로.

그래서 오늘은 총회에 못가지만 의견을 더 보태면,

나는 빈집에 머무르는 누구나 조합원이어야 하며,(단투조차 최소 구좌로 조합원등록을 해야 이용가능하도록) 

빈집만들기협동문고 -_- 빙고가 생활협동조합이어야 하고,

빈집을 증식시키는것을 이 사회와 시대에 균열을 내는 작업으로 보고 쉬운방법 흡수될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를 고민하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방식으로고민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출자한게 대수냐. 돈많다고 더 적게 낼 필요도 이자도 보상도 받을 필요도 없다. 이거 우리가 다르게 살수 있었던 큰 원칙이었다고 생각해. 이대로 갔으면 좋겠고. 그거 생각 안하면 아무것도 아니거든. 근데 사실 나 준다고 하니까 또 그게 고렇게 유혹적이더라고. 근데 그거 받으면 집주인이랑, 자본이랑, 은행이랑 뭐가 다른가 싶어.

앞으로 보증금 1000만월 모으기 등의 목표 설정등을 근거로해서 조합원들이 매달 자동출자를 하면 좋을것 같아. 이것을 상환하는것으로 꼭 할필요도 없을거 같기도하고.. 암튼.

그리고 1년 이상 장기적으로 머무른 조합원은 새로운 집을 꾸리는 주체가 되어서 그간에 조합을 통해 얻은 혜택을 다른 이들과 나누어야 하고.. 그때 보증금등은 빙고에서 출자 받을수 있겠지. 
또 한가지 개인이 몫돈을 먼저 출자하고 그걸 다달이 상환하는 방식도 좋은거 같아. 이를테면 내가 지금 당장 200만원이 있는데 이거를 은행에 안넣고 출자를 하는거지. 그리고 나서 내가 매달 10만원 정도씩 돌려달라고 하고. 나는 지금 당장 200만원은 필요없지만 수입이 안정되어있지 않아서 매달 생활비로 얼마씩 써야 해서 통장에 넣어두는거거든. 그걸 빈고에서 다른 집 보증금으로 쓰고 우리가 보증금 모으기 프로젝트로 모으는 기금은 매달 들어오니까 그걸로 나에게 상환해주는거지. 이렇게 하면 돈의 순환이 빠르게 될거 같아.

 

오늘 참여 못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위의 글이 훌륭하게 설명해주고 있고 나도 의견을 보탰으니 잘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어.

어버이날을 맞아 나는 오늘 집에 가기로 되어있거든.  

 

달군

손님 10-05-18 19:23

음, 글을 읽어 보다가..."이자"라는 개념이 나와서리...걍 상식수준에서 짧은 코멘트.

 

이자는 빌리는것-그것이 돈이든 뭐든-에 지불되는 대가인데, 책을 빌리면 빌리는 값이 라는게 있듯이 이자는 돈을 빌리는데 대한 비용으로 볼 수 있지 아니한가?

 

책을 빌리는것과 돈을 빌리는것의 차이를 본다면 1)책을 빌릴때는 책은 소멸성이나 돈은 소멸성이 아닌점 즉, 책은 빌려주고 받는 과정에서 대가의 지급과는 별개로, 책자체의 "소멸"로서 일종의 "노동"을 한다고 볼 수 있으나 2) 돈은  빌려주고 받는 과정에서 "소멸"되지 않으므로, 따라서 일종의 "노동"을 하지 않으므로 자동적으로 잉여를 만드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이자" 라는것에 대해 우리가 민감 한것은 "원본의 손실없이" 잉여를 산출하는 즉,  노동없이 먹고사는것 같은 인상을 강하게 주기 때문이고 나아가서,  이자수익은 이른바 자본가들이 일을 하지 않고 먹고사는 수단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이것은 200년 전이든가? 하여튼 아담스미스와 제레미벤덤사이의 논쟁에서 벤덤의 주장과 비슷하다.

자본가와 비자본가 간 갈등의 근원적인 문제는?

 

우쨋든, 이자든, 책빌리는값이든-그건뭐라고 하는거지?-빌리는데 대한 비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비용은 책이 물리적으로 소멸되는데, 그리고 재생산하는데  따르는 제비용이다 라고 할 수 있으며 돈을 빌리는데 대한 비용 즉, 이자도 같은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아니한가?-돈을 가만두면 저절로 줄어든다, 줄어들지 하지 않기 위해 비용이 필요하다. 

 

이자를 안받고 안줄수는 없다.  다만 정도의 문제이고 그이자를 어떻게 처분할것인가의 문제가 아닌가?

 

그리고 이자의 기원은 자연증식 논리에 따라 이루어졌다

암소 한마리를 일정기간 빌리면 송아지 한마리를 딸려 보내준다. 

 

아이고 배고프다,

 

손님 10-09-01 01:32

뭔가 혼자 심각해가며 읽기는 했는데, 개인적으로 적당한 논의 포인트가 잡히지 않습니다.

아직 고민을 덜하고 있고, 뭔가 위기의식이 없다는 걸수도 있습니다.

좀더 고민해보겠습니다. -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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