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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내 돈을 맡길 곳은 어디인가?

  • 지음
  • 작성일시 : 2011-09-19 17:34
  • 조회 : 9,046

만행 친구이자...

빈고의 조합원이기도 한 이경이 쓴 글입니다.

중간에 빈고에 대한 얘기도 있네요.

같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

 

 

 

내 돈을 맡길 곳은 어디인가

 

2011. 8. 9 녹평반 이경

 

 

몇 년 전부터 나의 모든 질문과 결론은 돈으로 시작되어 돈으로 끝나고 있다. 그라민 은행이 운영되고 있는 농촌지역에서 대출하는 여성분들을 만나면서 꽤 큰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헌데 마지막 날 조비따 할머니를 만났을 때 그동안 믿었던 많은 것이 무너졌다. 그 분은 은행으로부터 0% 이자율로 돈을 빌리고 갚고 있지만 외양간에서 생활하고, 군것질 거리를 팔며 하루 벌어 먹고 살고 있었다. 나의 과한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 좋은 은행은 사람들을 고리대금업자에게 해방시켰을지는 몰라도, 무너진 관계를 회복시키지는 못하구나. 부족한 이웃을 위해 한푼 두푼 모아서 주는, 즉 선물하는 미덕, 종교적인 실천도 돈을 빌리고 갚고, 불려나가는 시스템에서는 쉽게 풀이 죽기 마련이구나라고.

 

 

아마 이때의 충격이 돈에 대한 계속된 질문을 만들었고, 직접 돈을 벌어보니 그 많은 돈을 누가 가져가는지, 왜 돈이 있어야지 생활할 수 있는지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돈 없이 놀기, 돈 적게 벌고 재미나게 살기 이런 것들을 생계보다 더 고민하는지 모르겠다.

 

 

협동조합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라 이번호 녹평도 보고, 협동조합의 세계 역사 등 자료도 꽤 보았지만 결국 내 질문은 회귀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쓰고, 어떤 관계 망 속에서 살아야 하는지 말이다. 그래서 아래는 돈을 모으는 은행 혹은 계모임과 사람들의 원초적인 고민인 주거를 어떻게 적은 사람의 힘으로 극복해낼 수 있는지 생각나는 대로 써보았다.

 

 

은행에 대한 믿음과 이자에 대한 기대

고민이 있다. 목돈이라 할 수 있는 돈을 좀 모았는데, 이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니 두 가지가 있단다. 하나는 CMA 통장에 넣어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2금융권이라 불리는 저축은행에 1년 또는 2년 정도 예금으로 묶어 두는 것이다. 두 가지를 추천받은 이유는 ‘이율’이 높기 때문이다. 예금의 경우 1천만원을 묶어두면 1년 뒤 40만원 정도의 이자가 붙는다.

 

 

부산저축은행의 파장 때문에 더 그렇지만… 쓸데없는데 돈을 쓰는 은행이 아닌 괜찮은 곳에 투자하고 돈을 쓰고 빌려주는 그런 은행을 찾기란 참 힘이 든다. 빈금고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알고 싶고, 빈금고가 잘 발전해서 신협의 형태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 달 전에 조합원이 되었는데 예금 상품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혹 있다고 해도 조금은 망설여질 것이다. 이 순간 은행에 대한 나를 포함한 보통 사람들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저축은행, **은행이라 불리는 곳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이 나에 대해 아는 건 주민등록상의 이름과 주소 정도이다. 대출을 얼마만큼 받을 수 있을지 문의를 한다면 그들은 나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겠지만 직장, 월수입 및 담보가 될 집이나 땅의 유무 정도다. 그들도 나를 모르고, 나도 그들을 잘 모르지만 마치 잘 아는 사람인 양 서로 믿으며 돈을 맡기고, 빌려준다. 사람들은 은행이 이름 있고(브랜드) 높은 이자율을 보장하면 믿고 맡긴다. 또한 은행도 돈을 빌려 줄만큼 신용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빌려준다.

 

 

빈금고와 같이 작은 신협 형태의 경우 기본적으로 서로 얼굴을 알고,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이용한다. 독특하게 은행에 ‘출자’라는 명목으로 돈을 내고 가입한다. 물론 은행의 자산이나 이율보다는 만들어진 취지에 공감하고, 어떻게 돈을 쓰는지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선뜻 나름 큰돈을 맡기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친밀도나 신뢰의 문제 보다는 이자에 대한 낮은 기대인 것 같다. 은행의 경우 예금자만큼 대출자가 있기에 (그것도 큰 액수로) 대출 이자가 있어 그 중 일부가 내 계좌에 붙는다. 이것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이니 자원에 대한 투자니 여러 명목으로 자본을 굴린다. 그러니 나의 이자는 아무 걱정 없이 붙을 것이다. 그런데 대출자가 많지 않고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보이지 않으면 그만큼 들어오는 수입금도 적기에 이자를 잘 받을 수는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렇듯. 돈을 빌릴 때 이자를 걱정하는 것처럼 돈을 맡길 때도 이자를 바라는 게 당연한게 되었으니 사람들은 나름 이름 있는 은행에 안전히 돈을 맡기려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저축은행 사건에서 봤듯이 은행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조금 무너졌지만, 그럼에도 ‘내’가 거래하는 은행은 안전할 거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나의 불안을 담보하는 기업

펀드, 예금, 채권, 부동산 투자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필수라고 믿는 것이 보험이다. 나 같은 경우에 부모님께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여러 지인들의 소개와 강요(?)에 의해 들어놓은 보험이 꽤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아프거나 입원을 해 본적이 없어 보험의 유용성에 대해 실질적으로 느낀 적은 없으나, 지난해 교통사고가 난 친척들이 꽤나 많은 보상금을 보험으로 받는 것을 보고는 ‘흠, 역시 보험은 필요해’라고 끄덕였던 적이 있다.

 

 

복지 국가로 가자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많은 사보험이 넘친다. 물론 이는 그만큼 사람들의 삶과 안전망이 부실하다는 것을 반증해준다. 허나 보험사들이 펼치고 있는 자본에 대한 줄다리기는 과연 옳은가싶다. 옳고 그름을 떠나 보험 가입자들의 불안을 담보로 보험금을 적립하는 것이 선순환 고리일까.

 

 

많은 불안의 요소들이 내 앞에는 펼쳐져 있다. 결혼 자금, 주택 자금, 아이를 낳게 되면 갑자기 불어날 지출, 아이가 아플 때 드는 병원비, 나 또는 가족이 병이 들 확률,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을 경우 등등. 이런 불안을 사기업에 몇 만원씩 내는 보험에 가입해 기대면 되는 걸까.

 

 

일본에서는 ‘다메’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다메이케는 저수지라는 뜻인데, 줄여서 다메라고 부른다. 다메가 필요하다, 다메를 늘려야 한다라는 말은 관계를 회복하자는 뜻과 같다. 즉 큰 저수지를 가지고 있는 지역은 비가 적게 와도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다메는 돈도 물론 포함하지만 인간관계망도 또한 포함한다.

 

나의 불안을 기업에 기대기보다 ‘다메’를 늘림으로써 평온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계모임에서 시작하자

적은 인원과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어떤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신협 몇 곳을 알아봤는데 흉내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조합원과 예금을 가지고 있어 신협은 나~중에 만나기로 했다. 아는 사람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뭔가 이슈가 있거나, 지역을 기반으로 했을 때 여러 가지 조합을 만들 수도 있고 그것의 필요에 따라 신협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니 아직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돈 없이 사는 것, 진짜 벌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삶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나야 돈 걱정 없는 곳에서 살고 싶지만, 아직은 용기도 안 날뿐더러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프기에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보고 싶다. 하나의 것만 추구하다보면 고집이 되고, 이것이 또 다른 누군가의 다가옴을 점점 밀어낼 수도 있을 것 같기에…. 암튼 크지 않고 작게 작게,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로 구성된 독특하고 진지한 듯 보이지만 엉뚱하고, 골때리는 구성을 보여주고 싶다. 더불어 내가 사는 지역에도 뭔가 보탬도 되고, 나중에 오는 사람들에게 사례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협동조합도, 기업의 형태도 아닌 일단은 계모임이다.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몇 가지 참고할만한 곳은 일본의 反빈곤 네트워크의 ‘워킹푸어 상호부조’와 성미산 마을의 대동계이다. 성미산 마을의 대동계가 가족 및 마을 중심적이라면 일본은 저임금으로 살고 있는 개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반빈곤 네트워크의 상호부조를 살펴보면 병이나 부상으로 수입이 끊겼을 때를 대비한 휴업연대금과 무이자 대출이 필요할만큼 급할 때 쓸 수 있는 생활연대금이 있다. 매달 300엔(3000원 정도)이상을 내면 조합원이 되고, 6개월 동안 조합비를 내면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매월 300엔을 6개월 동안 낸 조합원이 실직을 했을 경우 하루 1000엔(1만원 정도)을 최대 10일간 지원해준다. 만약 매월 600엔을 냈다면 2000엔, 900엔이면 3만엔까지 지원한다. 또 생활이 어려울 때는 1만엔을 무이자로 대출해준다.

 

 

한 달에 3천원이면 아주 적은 돈이다. 반빈곤 네트워크에 조합원이 5000명 정도 된다고 하니 3천만 원 이상은 늘 예치금으로 있을터이다. 사람들은 이곳에 가입함과 동시에 조합원이 누릴 수 있는 금전적인 혜택 뿐 아니라 5000명의 1% 정도가 되는 사람과 관계도 맺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 또한 있다. 요즘 세상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것은 큰 안심이 된다.

 

 

5000명은 바라지도 않는다. 한 10명 정도면 좋지 않을까. 뭐, 돌아가면서 계를 타도 좋고, 진짜 무언가를 시작하는 주춧돌 기금이 되어도 좋겠다. 길게 봐서 10년 동안 모아 은행을 만들면 더 좋고. 적은 인원이지만 반빈곤 네트워크의 상호부조 형태를 갖추면 한 개인이 돈이 없어 못하는 건 없지 않을까. 또 돈 없을 때 ‘나 돈 없어, 그런데 여기서 좀 끌어쓸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괜찮을 듯하다. 친구가 여행 중 SOS를 칠 때 보태주는 일시적인 호혜보다 좀 더 길게, 촘촘하게 친구를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

(성미산 대동계는 참고로 보삼~)

 

 

주택조합

작은 돈을 모아 이리저리 재밌게 쓰는 건 이야기하다보면 더 재밌는 아이디어가 더 나올 것 이다. 그러다가 결혼의 문제를 지나 ‘집’의 문제로 들어가면 다들 말이 턱 막힌다. 이 문제는 푼돈으로는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목돈, 큰돈을 항상 머릿속에 계산해야 하고, 여자의 경우 남자쪽 집에서 뭔가 해주지 않을까라는 약간의 기대도 갖고 있다. =_=

 

 

늘 부딪히는 문제가 돈보다 집이다. 안정된 집만 있으면 조금 벌어도 괜찮다 - 고들 한다. 집은 돈을 주고 세를 들거나 사는 것 두 가지 중 한 가지 인데, 이 둘 모두 엄청난 돈이 든다. 제주도나 농촌에서 연세를 내고 사는 방식도 있지만 서울에 올라와서 전세금을 매번 올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고 부모님께 미안해지는 걸 경험했던 터라 작더라도 안정된 주거권을 갖고 싶다. 농촌에 연세를 내고 사는 것 보다는 내 집이다 생각하고 장기전세나 임대주택이 더 끌리긴 한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집을 구하고,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까. 몬드라곤의 주택협동조합인 무리(Murri)는 너무 잘 운영되기에 신협처럼 따라하기는 벅차다. 그래도 건축을 전공한 친구를 꼬셔서 이러한 형태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무리는 1963년에 만들어져 2011년 현재는 2만 3천 명의 조합원이 있으며, 7만원의 출자금을 내면 조합원이 된다. 조합원은 무리에서 시행하고 건설한 주택을 구입할 수도 있고 사후 관리도 받을 수 있다. 환경적인 건축 자재와 수요자를 생각해서 만드는 무리는 은행의 역할도 하고 있다.

 

 

여튼

개인의 노동시간이 돈으로 바뀌고, 돈의 흐름을 잘 아는 사람은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불리는 세상에서 협동조합은 어떤 위치일까.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고, 배고파 죽는 사람도 있는 이 사회에서 협동조합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난 협동조합이 푼돈을 보태어 함께 살아가는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코카콜라를 먹을 수 있게 되어버린 이 경계 없는 상품의 교환 속에 그나마 유일하게 특정 지역의 음식이 유통되고, 얼굴을 아는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거래하는 시장이라고 본다.

 

 

미용, 먹거리, 의류, 주택, 놀이 등등 작은 조직이 네트워크를 이뤄가는 사례들을 볼 때는 내가 사는 동네였으면 좋겠고, 또 내가 사는 곳이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본다. 사실 이런 생각은 꿈같고 묘연하다.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생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 이상은 나아갈 수가 없다. 음, 그러니 계모임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 행간의 공간을 주거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꾸는 건 어떨까?

(하지만 잠을 같이 잔다는 게 크긴 큼)

* 협동조합 형식으로 갖춰진 식당이나 출판업으로 전환하는 건 어떨까.

식당을 운영한다면 우리 또래들이 같이 밥 만들어 먹는 3000원 정도의 메뉴

재료는 여행을 다니면서 뚫고... 못생겨서 수익성이 없는 작물들 저렴하게 공급받고...

 

 

* 참고 1 - 성미산 대동계

성미산 대동계의 경우는 자기 형편에 맞게 한 달에 3만원, 5만원, 7만원, 10만원을 붓는다. 이때 낼 때마다 2만원씩 공동기금으로 모아져 마을에 쓰기도 하고 1년에 두 번 가는 엠티 때 쓴다. 또 이 중 2천 원은 마포 지역 단체에 기부가 되고 나머지는 개인 적립금이 된다. 어찌보면 돈을 불리기보다 다른 이를 위해 계를 붓는 것 같아 보이지만, 계원이 마을에 있는 식당을 이용할 때 술 1병이 서비스로 추가 된다거나 500만원, 1천만원 같이 꽤 큰돈도 빌릴 수도 있고, 이자도 고스란히 지역으로 들어간다. 결국 모두 자신에게 배가 되어 돌아오는 효과를 본다.

 

 

* 참고 2 - 지음의 대차대조표 만들기 세부사항

 

자산 - 현금 / 금융자산 (예금, 적금, 펀드, 주식 등) / 전월세보증금 / 부모/가족

직장, 사업 / 상속 / 현물자산 / 능력, 학력, 인맥, 국가, 지역, 인종, 성 등

 

부채 - 월세 / 대출금 / 부모/가족 / 고정 소비 품목 / 세금 / 보험

욕망 / 부채감 / 죄책감 / 불안감 / 연대 / 상속

 

수입 - 노동 / 특별소득 / 이자소득 / 투자소득 / 용돈 / 후원금

 

지출 - 월세 / 식비 / 외식비 / 의복비 / 통신비 (인터넷, 핸드폰, 전화)

교통비 (차량, 자전거 유지비) / 교육비 / 의료비 / 미용위생비

교양오락비 / 경조사비 / 세금 / 보험 / 공과금 (전기, 수도, 가스, 정화조)

술 / 담배 / 기호품 (커피, 차 등) / 후원금 등

 

장기 계획 - 여행 / 집 / 차 / 결혼 / 출산 / 육아 / 교육 / 봉양 / 노후 /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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