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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고게시판 기민여행이야기 #150326

  • 김기민
  • 작성일시 : 2015-03-26 18:16
  • 조회 : 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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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피로, 일상을 살아낼 에너지의 소진과 고갈로

탈출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여행은 때때로 적잖이 힘을 주죠.

일단 여행을 하는 동안은 일을 하지 않고, 일 또는 일상 생활에서 부딪히며 얻는 상처들로부터

잠시나마 나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하루에 200디르함으로 나는 잠자리와 아침/저녁 식사를 제공받아요.

원화로는 22,599원이예요.

간밤의 울적했던 기분, 이불 속에서 하이킥을 백만번도 더 했을 그 참담했던 마음도

넓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그 울적함과 참담함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고 일어나

따뜻한 햇살 맞으며 차려진 아침 밥상을 먹고 나니 한결 나아졌어요.

아마 한국에서도 나는 그럴 수 있었을 거예요.

적어도 그런 기분, 그런 마음을 안고 잠든 다음 날에

내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면,

그래서 온전히 그 하루를 나를 위해 식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널고

집안 구석구석을 반질반질 쓸고 닦을 수 있다면 말이예요.

유감스럽게도 그런 날은 지난 4년간 거의 없었어요.

(시간이 나도 TV 앞에서 의식을 잃고 널부러져 있었어요.)

 

방문하는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 있을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하루를 꾸려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 우리를 꽤 고단하게 만들고 힘들게 하는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가 가져온

국가/지역별 경제력 격차와 환율의 차이 덕분이죠.

사람이 하는 일은 똑같은데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진다는 건

꼭 평등을 지향하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의아하게 생각할 만한 일 아닌가요.

어쩌다 우리는 그런 차별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요.

왜 우리는 그런 차별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선 대부분 궁금해하지 않는 질문이지만 여기서는,

빈고와는 함께 궁금해하고 또 어떻게 하면 그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지

또 사람들이 그런 차별을 더이상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어 참 다행이예요.

 

어제 도착한 이곳은 모로코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가 아니고

사하라 사막 경계의 Merzouga 에서 서쪽으로 버스를 타고, 그랑택시를 타고, 스몰버스를 타고 도착한

Dades Gorhe 라는 협곡이예요.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에 나올 법한 분위기의 평화로운 시골이죠.

오늘은 뭘 할까요.

여러분은 오늘 뭘 하나요.

 

 

 

 

- 기민

댓글 1

우마 15-04-28 05:42

캬~~ 영화네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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