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발행인 인터뷰 중에... 대안화폐와 공공은행에 대한 언급이 있어서 발췌합니다.
<프롤레타리아여 안녕> 때문인가?
앙드레 고르에 대한 언급이 두 번이나 나오네요. 요새 읽고 계신가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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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11125130953&Section=03
"모든 시민에게 100만 원씩! 세상이 안 바뀌나 보자!"
[<녹색평론> 20년 : 1991-2011] 김종철 발행인
오창은 : 최근에 <녹색평론> 지면에 부쩍 경제 담론이 많아졌어요.
김종철 선생님이 최근 몇 년간 금융 문제와 기본 소득 등과 같은 경제 담론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최근 일부 독자들이 <녹색평론>에 대해서 갖는 생경함은 이런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김종철 : 생태주의자가 '돈', '돈', '돈' 하니까 낯설겠죠. (웃음)
생각해 보세요. 아까도 얘기했잖아요. 생태주의자는 세상을 관념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고요. 세상살이의 근간이 뭔가요?
바로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경제 성장을 멈춰라" 하고 아무리 구호로 외쳐봐야 소용이 없어요. 사실 그간 생태주의자는, 앙드레
고르 정도를 빼놓고는, 이렇게 구호만 외치는데 그쳤어요.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성장 경제'를
지양하고 '순환 경제'로 가야하는데, 그 순환 경제의 모습은 무엇인가? <녹색평론>은 몇 년 전까지 '농업 중심
사회'라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농업 중심 사회'에서 먹고사는 문제는 어떤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런 사회로의
이행은 어떻게 하는가, 이렇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바로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해요. 그 답을 찾느라
오랫동안 고민을 해왔고 최근에야 그 가닥을 잡은 느낌입니다. 저는 우리의 삶을 옥죄는 핵심 원인이 바로 돈(화폐), 즉 금융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는 강의를 하는 자리가 아니니까, 길게 설명을 할 수는 없습니다만, '이자 놀이'로 유지되는 금융 권력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안도 무기력한 독백일 따름입니다.
실제로 금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모색이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요.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왜 이런 고민을 소개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에서는 고작해야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토빈세 정도가 알려져 있습니다만 세계적으로는 훨씬 더 근본적인 대안이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은행을 공공화하는 거예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에 미국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어요.
은행의 공공화는 중요합니다. 지금 민간 은행이 돈놀이를 통해서 얻는 막대한 이익은 전부 주주에게 귀속이 됩니다. 즉, 공적 이익이
사적 이익으로 전유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서민은 빚지고, 중소기업은 망하는 것이지요. 반면에 공공 은행에서는 은행 업무를
통해서 생기는 막대한 이익을 전부 공익 자금으로 만들 수 있어요.
바로 이런 공익 자금으로 뭘 할 수 있을까요? 바로
기본 소득 같은 획기적인 복지 실험을 할 수 있어요. 기본 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재산 상태, 취업 의사에 상관없이 무조건
일률적으로 일정한 돈을 나눠주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유럽의 복지 국가와 다르게 재산 상태, 취업 의사 등을 심사, 관리하고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공무원이 필요 없어요.
유럽 복지 국가는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관리 사회'로
귀결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국가는 시민을 관리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관리 비용이 늘어납니다. 반면에
기본 소득은 복지 제도와는 다르게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고 관리 비용을 대폭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도 이 기본 소득 제도를 주장하는 이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그 재원을 세금으로 제한합니다. 세금과 연계된 기본 소득
제도는 성공하기 어려워요. 당장 세금을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까? 더 많은 세금을 거둬서 기본 소득 제도를 하자는 발생에 과연
누가 호응할지 미지수입니다. 반면에 공공 은행에서 마련한 재원으로는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 있어요.
오창은 : 사실 <녹색평론>이 '돈', '돈', '돈' 해온 것은 낯선 일은 아니에요. (웃음) 이미 1990년대부터 '지역 화폐'와 같은 대안 경제를 만들려는 실험에 주목해 왔었어요. 다만 지역 화폐가 지역 차원에서의 실천이었다면, 요즘 얘기되는 기본 소득 등은 중앙 차원의 실천이라는 차이가 두드러지긴 합니다.
김종철 :
사실 지역 화폐 얘기를 할 때만 하더라도 은행의 공공화 같은 금융 제도까지 고민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지역 화폐 운동,
협동조합 운동 등을 통해서 지역에서 대안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 되리라는 전망을 소박하게 가졌을
뿐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전형적인 아나키스트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셈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야가 넓어진
느낌입니다. 중앙과 지역이 그렇게 이분법으로 분리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유지되는 메커니즘을 파악해야
하는데, 저는 그 메커니즘의 핵심에 현대 금융 제도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중앙과 지역을 같이 생각해야 된다는 문제의식은
최근의 후쿠시마 사고를 보면서 더욱더 깊어졌어요.
후쿠시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일본 중앙 정부의 핵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낳은 끔찍한 사고로 수십 년간 지역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모색하던 공동체가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났어요.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목숨을 끊은 사람이 유기 농업을 통해서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를 공급하던
농민이라는 것은 상징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