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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생주거협동조합 탐방기
- 대학생, 학생주거협동조합을 통해 ‘즐거운 집’을 발견하다.
‘학생주거협동조합’이란?
학생주거협동조합은 대학생들의 경제적·사회적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으로 대학 진학으로 인해 새로운 주거 공간에 대한 필요를 느낀 대학생들이 낮은 가격에 질 좋은 주거를 누리고자 설립한 소비자협동조합의 한 형태이다. 대학 캠퍼스 주변의 공동주택을 학생주거협동조합이 점유하고, 가입비나 월세를 낸 학생들이 조합원의 자격을 얻어 조합주택에 거주할 권리를 획득한다. 학생주거협동조합을 통해 주택을 함께 공유하는 조합원들은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하며, 상호 협조하는 문화를 조성한다.
단순한 주거 공간의 공동 점유 형태가 아니라, 이들은 함께 식사를 하고, 집안일을 분담하고, 가치를 만들어가는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간다. 학생주거협동조합은 대학생들에게 싼값으로 집을 제공하기 위한 경제적 이유로 형성되었지만, 이와 더불어 자치와 협동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주거협동조합, 이래서 좋다!
1. 학생주거협동조합은 경제적이다 “합리적인 주거비용”
◎낮은 주택임 대비용
학생주거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임 대주택의 임차인들이 다달이 내는 비용보다 훨씬 낮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임 대주택의 임 대료는 집주인이 토지를 사고 건물을 짓는데 든 비용과 관리비만이 아니라 집주인이 가져갈 추가 이윤을 합한 가격이다. 그러나 학생주거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하거나 점유한 경우, 여타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이윤을 뺀 가격이 결정된다. 뿐만 아니라, 조합이 직접 건물을 관리하기 때문에 관리비 또한 시장 주거관리비용보다 낮은 ‘원가 수준’에서 결정된다.
◎공동 구매를 통한 절약
조합원들은 공동으로 협동조합주택의 살림을 꾸리게 된다. 규모의 경제로 인해 주거관련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생필품을 포함한 각종 물품을 조합원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2. 학생주거협동조합은 공동체다 “자립성에 기반을 둔 공동체 형성”
◎자신의 공간을 만드는 경험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건물의 관리와 수리는 물론이고 공동체의 재정, 의사소통 방식, 규칙에 관한 문제를 조합원 스스로 결정하기 때문에 자치와 협동의 능력이 배양되고 보다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인격이 형성된다. 더불어 자신의 공간을 직접 기획하는 경험을 통해 공간과 자아가 합일되는 이상적인 주거를 누릴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존함
조합원들은 공동체에 대한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참여를 통해 자립적인 주체로 거듭난다. 자립적인 주체들이 조성한 공동체 문화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다. 다양한 배경, 나이, 흥미, 인종, 취향, 국적을 지닌 사람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지향하는 학생주거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서로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관심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조합원들은 다른 특성을 지닌 타인을 이해하고,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성을 함양한다.
우리들은 이러한 학생주거협동조합을 탐방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주거협동조합이 가장 발달한 국가이다. 영국이나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도 일반적인 주거협동조합을 찾아볼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국립이고 충분한 규모의 기숙사를 제공하기 때문인지 ‘학생’ 주거협동조합의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에 반해 미국은 수십 개의 학생주거협동조합 단체가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중 우리들이 가장 인상 깊게 탐방을 마치고 온 ‘산타바바라 학생주거협동조합(SBC)'을 소개하고자 한다.
산타바바라 학생주거협동조합, 협동조합의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산타바바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지중해풍의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또한 이곳은 해변을 중심으로 부촌이 자리 잡아 한국의 서울만큼이나 비싼 땅값이 형성된 곳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산타바바라 학생주거협동조합(SBC)이 자리하고 있다.
땅값이 비싼 동네에서 어떻게 학생주거협동조합이 가능했는가에 대한 물음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곳 상근자인 Jeff에 따르면, 1976년 산타바바라 학생주거협동조합이 처음 설립될 당시에는 집을 완전히 소유하지 못했으며, 리스의 형태로 건물을 임차하였다고 한다. 이 당시에는 학생들이 집을 직접 관리, 운영하면서 비용을 절감해나가는 형태로 주거비를 아낄 수 있었고, 이후 이들은 학교 측의 도움을 받거나 대출을 받기도 하면서 집을 하나 둘 소유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다른 기관의 도움 없이 독립적인 운영을 이루고 있다.
산타바바라 학생주거협동조합은 주변 임 대료의 60% 수준으로 매우 저렴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단지 저렴한 방세 때문에 이곳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함께 어울리면서 그들만의 크고 작은 문화를 만들어 나가며, 가치 있는 일을 공동으로 일구어나가는 그러한 주거협동조합의 생활에서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이곳 산타바바라 학생주거협동조합은 현재 네 채의 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하우스가 꽤 큰 편이어서 각 하우스마다 20명 정도의 조합원들을 수용한다. 조그만 정원이나 마당을 두어 해먹을 놓거나 텃밭을 가꾸기도 하며, 부엌과 거실을 공용공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방 밖으로 나오면 언제든지 대화를 나눌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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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a Barbara Housing Co-op을 관리하는 상근자 Jeff와의 인터뷰
Q. 어떻게 ‘협동조합’의 일원이 되었으며, ‘협동조합’의 가치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학교 사회학 수업에서 처음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수업에서 세계의 다양한 협동조합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고, 이러한 협동조합들이 사람들을 효율적이며 더 나은 삶으로 어떻게 이끄는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나는 grocery co-op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나는 동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우간다, 에티오피아의 협동조합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 국가들은 매우 가부장적인 사회이므로 여성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라곤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협동조합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농장주들은 여성이 임금을 받는다면 더 나은 금액을 주겠다고 제시하였고, 여성이 경제적 지위를 획득하는 데 조금이나마 협동조합이 힘을 보탤 수 있었다. 경제적인 도움은 매우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중점적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경제적인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여성이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돕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굉장했다. 협동조합을 통해 경제적 민주화뿐 아니라 이처럼 다른 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 역시 함께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좋다.
Q. 산타바바라에서 ‘학생주거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어떠한 것을 느끼나?
A. 산타바바라는 해변가이고 지가가 매우 비싼 편이다. 우리는 이 동네에서 일반적인 임 대료의 60% 정도를 받으며 주거 공간을 제공한다. 우리 다음으로 저렴한 주택의 임 대료도 우리와 꽤 많이 차이가 나는데, 우리는 그 주택의 70% 정도로까지 방을 제공하고 있다. ‘협동조합에서 살 수 없었다면 대학에 다닐 형편이 못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우리는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이 살 곳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 협동조합의 가치를 공유하는 하우스를 만들어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겪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 역시 매우 좋다.
Q.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데 힘든 부분은 없나?
A. 여기 거주하는 멤버들 대부분은 대학생들이다. 그들 중엔 처음으로 나와서 사는 경우도 있고, 그들 스스로 주거를 책임지는 경험이 처음인 경우도 있다. 몇몇은 식사를 준비하거나 주거 공간을 청소하는 일이 처음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겪을 수 있는 혼란이나 충돌을 줄일 수 있도록 우리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들 중엔 이런 방침에 따르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하우스 운영이 힘들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 하우스가 쉽게 지저분해진다거나 하는 등 말이다. 어떤 사람은 하우스의 공동생활에서 주어지는 일들보다 자신의 일이 중요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두 명의 풀타임 스탭을 둔다. 지금은 나와 josh라고 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다른 사람을 더 고용하기도 한다.
Q. 미국에서의 학생주거협동조합은 어떠한가?
A. 미국의 주거협동조합 역시 일반적인 주거 형태에 비해 아직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고, 많은 미국인들이 우리에 대해 알지 못한다. 이런 점이 어려움으로 다가올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할 때나 정부와 무언가를 하려 할 때, 그들이 우리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처음엔 뭔가 의심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우리의 조직이나 구조에 대해 신뢰하지 못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이런 협동조합의 형태는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발달해온 조직 구조-CEO와 소유주, 피라미드 조직체와 같은-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과 얘기할 때 우리는 협동조합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종종 느끼곤 한다. 그러나 몇몇 경우 우리를 이해해주고 받아들이는 협력체를 만나기도 한다. 어떤 은행들은 협동조합이 투자 위험성이 매우 낮고, 지속성이 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은행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또한 우리의 가치에 동의하게 되면, 이후로는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따라서 기금 확보 역시 좀 더 나아진다. 그러나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일은 역시 협동조합에 있어,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