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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주택 임대 제도의 변화와 빈집의 미래

  • 파스
  • 작성일시 : 2013-10-31 02:19
  • 조회 : 5,081

주거 공동체인 빈집의 독특한 구조는 협동조합을 통해 조합원들이 주택보증금에 대한 이자 수익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다달이 월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집을 빌릴 때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기고 집을 떠날 때 찾아가는 전세 제도라는 해외에는 없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이 전세의 가격은 관례적으로 월세 10만원당 전세 1000만원의 연이율로 정해진다. 협동조합은 빈집에  전세 보증금을 대출하고 매달 이에 대한 이자 수익을 받아 출자금에 대한 이자를 지불하고 남은 나머지를 조합원끼리 공유한다. 빈집의 구성원 대부분이 조합원이기 때문에 협동조합을 통해 자신들이 납부한 보증금에 대한 이자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

 

보증금에 대한 이자 수익의 공유만이 빈집의 유일한 목적이나 특징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빈집에서 벌였던 사업들의 비용 중 많은 부분을 공유된 이자수익에서 충당했기 때문에 이자 수익의 공유는 빈집의 중요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빈집의 미래를 고민해보겠다면 빈고 수익의 주요 원천인 전세 제도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세제도는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제도이다. 집값이 뛰던 고성장 시절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마련하면 집값 상스에 따른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  고성장에 따른 고금리 역시도 전세제도가 가능할 수 있었던 한 원인이었다. 전세 자금을 예금하기만 해도 집주인 입장에서 꽤 짭잘한 이자 수익을 누릴 수 있었다. 채권자로서 주택을 이용하는 세입자 역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집을 빌릴 수 있었기에 이익을 공유하며 윈윈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성장 시대가 끝나가면서 집값 상승이 정체되고 저금리가 지속되는 지금 전세제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집값 상승이 정체되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가 없고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전세금의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이율 조차도 전세 1000만원당 월세 10만원의 관례적인 이율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시장에는 이미 변화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은 대부분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세 물량이 줄어 들면서 전세값이 대폭 올라 집값에 육박하며 전세값이 집값보다도 더 높은 경우도 발견되고 있다. 반전세라고 불리는 보증금과 월세가 ?혼합된 임대형태인 보증부 월세 역시도 임대주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 없어지고 자가와 월세 형태로 양분화 되는 전세 소멸시대에 들어가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빈고로서의 문제는 전세가 사라지는 시대에 보증금에 대한 이자수익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물론 월세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집주인 입장에서는 한 번 받은 세입자가 월세를 제 때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세입자를 마음대로 쫓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1년치 월세분 이상의 비싼 보증금을 요구할 가능성은 높다. 지금 빈집들 전부 완전한 전세가 아닌 보증부 월세이고 전세 1000만원 당 월세 10만원으로 계산 했을 때 전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서 그 정도 보증금은 계속해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협동조합은 계속해서 빈집에 보증금 대출을 해주고 거기에 대한 예대마진으로 이자수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전세 시장 변화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세 1000만원 당 10만원의 고금리 시대에 관례적으로 정해진 12퍼센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시중 금리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전환율은 6.5퍼센트 정도로 집계 되고 있고 전국 평균도 10퍼센트 정도로 집계 되고 있다. 정부에서 도 전세가 월세로 전환 될 경우 세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월세 전환 상한선을 14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낮추었으며 서울시 역시 구별로 전월세 상환율 통계를 공개해 세입자를 보호하고 있다. 물론 전월세 전환율은 보증금이 높은 경우에는 5퍼센트 정도로 낮게 집계되고 보증금이 낮은 경우에는 11퍼센트 이상 높게 집계되고 있기 때문에 보증금 비율이 낮은 현재의 빈집에는 해당 사항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월세 전환율이 저금리에 맞추어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협동조합이 빈집들에게 12퍼센트의 이율을 요구할 수 있을까? 

 

또 앞으로는 보증금이 없는 월세 시대가 도래할 지 모른다. 사실 월세 10개월 분 이상의 높은 보증금은 세입자에게 많은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세입자가 많은 보증금을 부담할 필요 없이 보증회사를 통해 보증 받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고 한다. 금융 자본이 앉아서 돈 버는 구조일 수도 있겠지만 세입자의 보증금 부담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면 빈집은 협동조합에서 보증금을 대출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 협동조합 입장에서는 출자금의 투자처(?)를 찾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한국 사회의 높은 전월세 전환율과 높은 보증금은 토건 국가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품과 부실했던 주택관련 금융의 산물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빈집과 협동조합은 이에 대항하는 노력의 결실이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전세시대가 소멸되고 임대료 보증제도가 도입되면 빈집을 뒷받침하던 협동조합 역시 사명을 다 할지도 모른다. 물론 임대 제도 변화해 간다면 그 변화에 맞춰 주거 협동 조합으로서 빈집의 실험들은 계속 될 것이고 빈집만을 지원하던 협동조합이 공동체 은행으로 변화하였기 때문에 협동조합 역시도 그에 맞춰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빈집은 조합이 주택을 소유한  형태가 아닌 세입자의 연대체이기 때문에 임대 제도 변화에 맞춰 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의 임대 보증제도가 궁금하다면 이것도 괜찮은 자료인듯

 http://blog.daum.net/lepetitpaniervert/7924627

 

임대가 금지어인 관계로 하이픈 처리하였습니다. 

댓글 2

손님 13-11-01 04:16

오~~ 파스. 역시 천재. ㅎㅎㅎ

손님 13-11-02 00:42

결코 짧지 않은 고민의 흔적들....

학숙 컴퓨터로 한국시리즈 기사만 보는 줄 알았더니.. 빙고에 요래 멋진 글/선물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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