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고는 은행에 반대하는 은행입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은행과 유사한 측면도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완전히 다릅니다.
은행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하는 신용협동조합과 무이자은행과 같은 여러 시도들과도 조금 다른 빈고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도표를 만들어 봤습니다.
물론 단순히 숫자만으로 비교를 한다는 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대략 개념상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한 시도이므로 참고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질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은행
우리는 돈이 돈을 버는 자본의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본이 흘러가면 그 반대 방향으로 이자가 흘러갑니다.
예금자가 저축한 돈이 은행을 거쳐, 대출자를 거쳐, 임대인에게 흘러 갑니다.
그러면 반대로 이자가 임대인에게서, 대출자로, 은행으로, 예금자로 전달되어 흐릅니다.
예금자는 열심히 노동해서 수입을 벌고, 소비를 절약해서 지출을 줄여서, 저축을 합니다.
저축을 은행에 한다는 건, 사실 다른 방법이 없거나, 어쩌면 투자에 무관심하기 때문일 겁니다.
1000만원을 모아서 정기예금에 저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연 1.2%, 월 1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장농에 넣어두는 것보다는 이익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해야 하겠지만요.
은행은 이렇게 모은 돈을 대출자에게 대출해 줍니다.
은행은 손실을 막기 위해서 까다롭게 심사하고 충분히 신용이 높은 사람에게 대출합니다.
대출이자는 예금이자보다 높기 때문에 그 차액이 은행에게 돌아갑니다.
대출자가 은행에 돈을 빌린 이유는 집을 구하기 위해서 보증금에 쓸 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대출자는 월세를 낼 수도 있지만, 1000만원을 보증금으로 활용하면 전월세전환율을 9.6%라고 하면, 월 8만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은행대출 이율이 4.8%라고 하면, 월 4만원의 이자를 은행에 내더라도, 4만원의 차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안 받을 이유가 없겠지요.
물론 임대인은 이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해서 9.6% 보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할 것입니다.
그게 어렵다면, 전세 대신 월세를 받고 말지, 임대인의 목돈을 굳이 받지 않겠지요.
그럼 전세 물량이 줄고, 전월세전환율(즉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빌리고 주는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이 떨어질 것입니다.
아무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주는 월 8만원의 월세 할인분이 결과적으로 대출자:은행:예금자에게 이자율에 따라 분배되는 셈입니다.
2. 신용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은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없어서, 고리의 대부업이나 사채 등으로 고통받는 대출자들 위한 조합입니다.
물론 신용협동조합은 조합에 따라 다양한 정책을 갖고 있지만, 여기서는 고금리 정책을 쓰는 신협을 예로 들겠습니다.
신용이 낮은 대출자에게 대출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신용협동조합을 포함한 제2금융권에서는 좀 더 높은 대출금리로 대출을 하고,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좀 더 높은 예금금리를 예금자에게 제공합니다.
어쨌든 대출자는 다소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큰 돈을 대출 받을 수 있어서,
불가능했을 수도 있는 집을 구하고 또 다소 줄어들었더라도 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이익이 될 것입니다.
신용협동조합은 신용도가 낮은 대출자의 이익의 일부를, 은행에 비해서 다소 불안할 수 있는 신용협동조합에 예금한 예금자에게 전달하는 셈입니다.
금리에 민감한 예금자라면, 신용협동조합이 은행에 비해서 더 많은 이자를 주기 때문에 신협에 예금하는 걸 선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예금자들이 신협의 조합원의 다수가 된다면, 신협이 고금리를 유지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출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낮은 대출금리와 낮은 예금금리를 유지하는 조합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그 위험과 낮은 이자를 함께할 우호적인 예금자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3. 무이자은행
돈이 돈을 버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자는 채무자를 괴롭히고, 사회를 망가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무이자은행은 예금이자도 대출이자도 0% 무이자입니다.
예금자는 은행에 무이자로 예금하고, 은행은 또 무이자로 대출합니다.
무이자은행의 내부에서는 이자가 없는 공동체가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 공동체의 외부, 즉 여전히 이자로 움직이는 세계와 이 공동체가 맞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대출자는 무이자은행에서 빌린 돈을 보증금으로 사용하면, 그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이자가 발생하고, 월 8만원의 이자는 어떻게든 생겨납니다.
대출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 이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무이자원칙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무이자은행은 결국 예금자와 무이자은행이 포기한 이자를 대출자에게 선물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예금자와 무이자은행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금자는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손해입니다. 물론 이 손해를 감수하고 원칙을 지키는 훌륭한 사람들입니다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무이자은행 역시 이자수입을 거부하는 훌륭한 단체이지만, 운영비와 활동비, 그리고 있을 수도 있는 손실에 대비할 적립금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만약에 이러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자가 아닌 수수료, 포인트, 대체 예금 등의 방식으로 대출자의 이익을 일부 받아오기도 합니다.
4. 공동체은행 빈고
빈고는 한 발 더 나아가고자 합니다.
돈이 돈을 버는 질서를 반대하지만, 그런 현실을 직시하고, 바꾸지 않는다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빈고는 무이자은행과 같이 이자를 바라지 않는 출자자와, 운영자 그리고 이용자가 만들어 갑니다.
이용자 역시 이자를 받는 것에 반대하는 빈고의 한 주체로서 함께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원하지 않더라도, 월 8만원의 이자는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 이자는 이용자도 운영자도 출자자도 원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이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은 나중을 대비해서 적립해둘 수 있습니다. (빈고적립금)
다음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떠넘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용자가 지나친 월세 상승과 약탈적 대출 불의의 사고로 고통받고 있다면,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지원을 해야 합니다. (분담금 조정, 공동체기금)
운영자가 지나치게 고생하고 있다면, 활동비나 운영비를 높여야 할 것입니다. (활동가기금)
출자자가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면, 받지 않겠다고 해도 출자자 앞으로 일부 적립해두고 꼭 필요할 때 쓰도록 합니다. (출자지지금)
그래도 아무도 안받겠다는 돈이 남는다면, 그 것은 돈때문에 고통받고 착취당하는 연대자에게로 떠넘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구분담금)
우리의 공유자본이 벌어온 돈의 원래 주인은 바로 그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이자를 바라지 않아서, 이자는 우리가 만든 공유지에 머무르고, 그래서 모두가 누릴 수 있습니다.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은 운영자겠지만,
사실 빈고는 출자자=이용자=운영자=연대자 이 모두가 만드는 관계, 네트워크 전체입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모여,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갖게 된 자본수익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는가를 논의하는 장이 바로 빈고 입니다.
그래서 그 자본수익 상황에 따라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지만, 어디로 흘러가도 모두에게 좋은 관계를 만든 것이 빈고의 목적입니다.
돈이 돈을 버는 질서에 반대하고 대결하며, 다른 돈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모든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공유공간이 곧 빈고입니다.
돈이 더 많은 돈을 벌게하기 위해 자본에 지배되고마는 예금자, 은행, 대출자가 만드는 자본과 경쟁의 질서가 아니라...
돈이 더 좋은 관계를 만들게 하기 위해 자본을 통제하는 출자자, 운영자, 이용자, 연대자가 되어 함께 만드는 공유지와 공동체의 질서.
우리의 다른 질서는 계속 넓어지면서, 주변의 세상도 함께 바꾸어 갈 것입니다.
공동체은행 빈고와 함께합시다.
은행에서 빈고로! 자본에서 꼬뮨으로!
능력에 따라 출자하고 필요에 따라 이용한다! 기쁘게 연대하고 재밌게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