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빈고 세미나에서 얘기했던
그라민은행 관련한 내용이...
다람쥐회 게시판에 있길래 다시 퍼옵니다.
광주경제문화공동체의 최성경씨가 쓰고... 영등포산업선교회 박철수씨가 퍼오고 덧글도 남겼네요.
참고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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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과 그라민은행
http://www.ydpuim.org/zbxe/?mid=bingon&page=1&document_srl=65448
최성경 <광주경제문화공동체 연구팀장>
기사 게재일 : 2010-01-14 07:00:00
근래 ‘미소금융’이 연일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미소금융은 외국에서 활발하게 진행중인 ‘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을 모델로 하는데, 이 운동의 원조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으로, 많은 방글라데시 서민들이 가난을 탈출하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라민 은행과 미소금융은 비슷해 보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라민 은행은 공동체 중심의 대출 방식을 지향합니다.
무보증으로 돈을 빌려주는 그라민 은행의 원금회수율이 98%에 달하는 까닭은 방글라데시 서민들이 특별히 양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어떻게 사는지 뻔히 아는 처지에, 돈을 떼먹기엔 남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라민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돈을 빌려가는 사람이 한 공동체에 살기 때문에 대출자가 어떤 사람인지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라민 은행은 현대적인 은행이라기보다는 공동체 의식에 기반을 둔 ‘조합’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미소금융은 철저하게 공동체나 인간관계를 배제한 채, 서류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기존의 은행 조직을 모델로 합니다. 미소금융이 시작한 첫날의 모습을 담은 어떤 신문의 기사 제목은 ‘안동서 수원까지 온 사람도, ‘미소금융’ 첫날부터 북새통’입니다. 수원에 있는 미소금융 관계자들이 안동에서 온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가 없고, 따라서 무조건 “서류를 해오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서민을 위한 창업 자원 제공’과 함께, ‘공동체의 회복’을 이상으로 하는 마이크로크레딧 운동의 정신이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마이크로크레딧 운동을 선진국으로 가져오려는 노력은 대부분 실패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공동체가 해체되었기에 공동체의 압력에 의존해 대출을 상환하기도 어렵고,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어서 사람을 보고 대출을 하기도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공동체가 사라진 사회에서 무담보 대출은 떼먹어도 되는 눈먼 돈으로 보일 뿐입니다.
한국에서 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이 성공하기 쉽지 않은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자영업의 포화상태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빈곤한 나라에서는 돈이 없어 자영업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많고, 따라서 자영업자가 부족해 자영업을 시작하기만 하면 어느 정도 생계 해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자영업 포화상태가 몇 년째 지속중이고, 자영업을 시작한다고 해도 망할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실제로 지금처럼 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는 미소금융의 원금 회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결국 몇 년 안에 미소금융의 자본이 바닥나 위기에 닥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미소금융으로 말미암아 자영업자가 증가한다면 자영업 전체의 어려움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렇다고 마이크로 크레딧 운동을 한국에 들여오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한 자를 돕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려면 ‘외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그냥 들여오자’는 발상의 수준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서민들을 사랑하고,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들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이들을 진정으로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최성경 <광주경제문화공동체 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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