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빈고 운영위에 참여를 못했는데,
그때 지음의 제의로 밀양 송전탑 투쟁현장에 분담금을 지원하기로 결정이 되었더라구요
얼마 전 빈집에 이계삼 님께서 오셔서 '밀양의 전쟁'을 보고, 또 밀양 상황을 공유한 걸로 전해 들어습니다
그간 밀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 함께 공유코자 글 올립니다~
또 만행 친구들 3~4명이 투쟁현장을 다녀온 기록도 있어서 공유합니다
재작년부터 밀양을 들락날락 했습니다. 친구들과 탈서울을 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도 서울에서 사는 동안 잘 살아보고 싶고...그러는 동안 귀감이 될만한 곳, 그런 사람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듣고 싶기도해서 찾아간 곳이 밀양 너른마당입니다. 무턱대고 녹색평론 독자모임 밀양지역 소식에 있는 계삼쌤 번호로 전화를 걸고 무작정 찾아간게 서울내기들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었고 서울, 밀양을 오가며 서로의 소식을 전해 들었죠.
그러다 평온한 줄만 알았던 밀양이었는데 올해 초, 이치우 어르신이란 분이 분신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조용하던 밀양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싶어 기사를 보다 너무 놀랐습니다. 핵발전소의 전기를 실어나르기 위해 밀양에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이고, 무려 6년 동안 어르신들이 고립된 채 한전과 용역들과 싸우고 계셨습니다. 부산부터 시작해 울산, 양산, 밀양, 창녕 등을 거쳐 들어서는 송전탑은 무려 161개. 그 중 69개가 밀양에 들어서고, 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가로지르기까지 합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이후에 핵발전소에 대해 알아보고, 핵발전에 대한 세미나도 했건만 처음 듣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만큼 메인 뉴스 외에는 눈과 귀가 닫혀있는 탓이겠지요.
다시 찾은 밀양은 평온하지 않았습니다. 시내에서만 놀던 저희는 보라면, 부북면, 상동면 같은 면단위, 마을을 가게 되었고, 70이 넘은 마을청년, 80이 넘은 쟁쟁한 할머니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합니다.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게 아니라고. 돈을 더 달라는게 아니라고. 70년 평생 바친 땅을 지키고, 이 땅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부끄럽지 않을거라고. 몸 아픈 사람이 밀양 땅에 들어와 다시 건강을 되찾고 새 삶을 살게 되었는데, 자신에게 새 생명을 준 땅에 이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이냐며. 한평생 지은 논 한 가운데에 송전탑을 짓겠다며 달려든 젊은이들에 맞서 싸우며 울고 불며 매달렸지만 어르신들은 무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용역들이 어르신들에게 뭐라고 한 줄 아세요? “할머니 돈 주소. 돈만주면 우리가 반대로 한전 막아 주꾸만.” “야야, 그거 얼마면 되는데?” 상상도 못할 액수를 불렀다 안합니꺼. 그래서 할머니들이 “그 돈이 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안싸우제. 제발 공사 좀 하지 마래이….” 이러고 그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논에 엎어지고 매달리고….” (법성 스님)
“아침에 갸들이(용역들이) 조회를 합니더. 다 들려요. 뭐라카냐면, 할머니들 다섯바쿠 돌리라고 하는 소리가 다 들렸십니더. 갸들이 이쪽 나무 베려고 하면 쫓아가고, 또 다른 나무에 가면 쫓아가고. 젊은 사람들이 욕하는 것도 듣고, 울기도 많이 울었어애. 결혼하고도 이렇게 안 울었는데. 나는 공부도 못했지 아무것도 못했습니더. 그냥 힘으로 밖에 할 수 없어애. 이 송전탑 69개가 밀양에 들어선다고 합니다. 765가 온다면 눈으로 보이는 원자탄이 내리는 겁니더.” (박정선 어르신)
탈핵버스가 두 차례 다녀간 뒤 어르신들은 그래도 힘이 난다고 합니다. 고립된 채 6년 동안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 없었고,기사를 써주는 언론이 없었는데 이제는 전국에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생긴다고 합니다. 어쩌면 전문적인 지식이나 물리적인 힘을 가할 수 있는 정치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아닐까싶어요.
최근에는 밀양 시청 앞에서 릴레이 단식을 하고 계십니다. 참고: http://cafe.daum.net/dure-madang/LWcm/148
그리고 여전히 밀양의 전쟁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정말 누구를 위한 송전탑입니까...............
<밀양 현장 방문 글>
밀양 어르신들의 외침 - 밀양 송전탑 투쟁현장 방문기 http://suyunomo.net/?p=10227
밀양의 전쟁(1) http://suyunomo.net/?p=10341
밀양의 전쟁(2) http://suyunomo.net/?p=10348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녹색평론》제123호 2012년 3-4월호 www.greenreview.co.kr
<누구를 위한 송전탑인가>, 이승희
- 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