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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함께 사니 참 좋다' 성북 무지개 행동 행사 후기

  • 빈고
  • 작성일시 : 2015-05-31 17:11
  • 조회 : 5,412

지구 분담금이 쓰였던 성북무지개행동에서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어설펐지만 즐거웠던 첫 번째 동네 무지개 잔치

 

                                                                                  정욜 (성북무지개행동)

 

 

 

조금 어설펐지만 즐거웠고, 동네잔치에 다양한 색깔을 가진 성소수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기분이었습니다

5월22일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에서 열린 성북무지개한마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북구청 앞 바람마당>

 

작년 한 해 동안 성북구청을 참 많이 다녔습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도 만나고, 공무원들도 만나며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된 <청소년무지개와함께지원센터>

사업이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약속도 받아내고, 사업도 수정해가면서

이 사업이 기초자치단체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성소수자 인권사업으로 기록되길 바랐습니다.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정된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반기로 갈수록 일이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성북교구협의회의 노골적인 반대와 압력에 성북구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교회 목사를 만나고 온 구청장은 다음 면담에서 늘 말이 바뀌었고,

민주주의를 강조하던 그의 모습은 점점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더 많이 하였습니다.

결국 2014년 12월31일 청소년성소수자들에게 필요한 위기지원사업과 주민인식개선사업에 쓰일

5,900만원 예산은 결국 불용 처리되었습니다.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주민들과 성소수자들이 모여 성북무지개행동을 결성하고

대응활동을 진행해 왔습니다. 예산 재편성을 요구하는 주민감사청구서명도 받고, 정교분리원칙을 위배하고

성소수자들의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내보기도 했습니다.

(헌법소원은 아쉽게도 각하되었습니다.)

그리고 성북구가 인권도시를 표방하면서, 인권이 허락된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을

구분하는 지금의 행보를 규탄하면서 성소수자 인권이 성북지역에서 소통되고 이야기되어지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성북무지개한마당을 준비하였습니다.

 

동네 무지개 축제를 준비하면서도 가장 걱정이 되었던 건 교회들의 반대행동이었습니다.

반동성애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광규 목사가 구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행사장소 승인을 취소하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행사장소 승인 권한을 가진 성북구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지켜봐야 했습니다.

집회신고도 내보고, 혐오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습니다.

 

성북무지개한마당이 교회에 무시를 당한 건지 몰라도(?)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다행히 아주 평화롭게 준비된 행사가 치러졌습니다.

5시부터는 부스행사가 진행되었고, 더운 열기가 가실 때 즈음부터는

다양한 문화공연과 주민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문화제의 진행순서는 여느 행사와 비슷했을 것입니다.

다만 게이코러스 지보이스 합창단의 노래와 동네에서 전통찻집을 하는 분의 성소수자 지지발언이 어울리고,

아이쿱에서 만든 샌드위치를 모두가 함께 함께 나눠 먹고,

지역의 대안학교 학생들이 무지개페이스페인팅을 해주고,

문화제가 진행되는 중간에 아이가 무대에 올라 함께 공연을 즐겼던 모습,

머핀을 직접 준비한 지역활동가의 고마움은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주민 감사 청구에 서명하는 주민들>

 

주민참여예산사업은 진행되지 못했지만 그 덕분에 성북무지개한마당이 치러질 수 있었습니다.

‘함께 사니 참 좋다’라는 제목처럼 성북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성소수자들도 이웃으로 함께 살고 있음으로 몸소 느낄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성북천 앞을 무지개로 수놓으며 인권도시 성북을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다짐을 함께 나눈 날이기도 합니다.

아직 서툰 걸음이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닐 때마다 혐오와 차별, 무지의 걸림돌을 만나겠지만

성북무지개한마당이 평탄한 첫 길을 만들어주었다는 점에 고마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성소수자 주민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그 어느 거리에서

마주쳐도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함께 사는 것’ 특별히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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