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활동가 주거협동조합 빈고 이용신청합니다
- 손님
- 작성일시 : 2014-11-01 16:56
- 조회 : 3,434
*전체공개라서 닉네임과 이런저런 것들을 가렸어요. 안가려도 되는건가 싶긴하지만 무튼 신청서에요! 가려지지 않은 파일은 빈고 메일로 보냈습니다!
빈고 이용계약서
집이름: 청소년활동가주거협동조합
주소: 인천광역시 부평구 어딘가
제안자들: ☆☆☆, ○○○, △△
전월세 임'대차계약 사항
명의자: ▽▽▽(지인)
계약기간: 2년
보증금: 2000만원
월세: 50만원
현재 보증금 현황 : 없음
빈고 빈집이용 신청 사항
계약책임자(3인 이상) : ☆☆☆, ○○○, △△
출자금 총액: ??원
계약기간: 2년
이용금: 2천만원
신청이용수입: 20만원
재정담당자 : △△
적정 장기투숙자 수: 5명
집 소개
청소년활동가 생활협동조합입니다. 청소년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간을 꾸릴 생각이에요.
제안의 이유: 별지에 첨부합니다.
집 운영계획 :
공유
-거실 및 주방을 지역 청소년 운동 단체들의 모임공간으로 공유해요.
환대
-탈가정한 청소년활동가가 있을 경우 회의를 거쳐 공간에서 거처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요.
자치
-2주마다 정기 회의를 진행하며 공간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논의해요.
-탈가정청소년주거협동조합 카페를 활용해서 공간을 잘 이용하기 위해 서로 소통해요
-조합원 교육을 진행하고 조합원들과 공간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공부해요.
별지) 제안이유
△△-
저에게 집이란 (누구나 그렇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집은 '안식처'이기에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그동안 허름한 집, 반지하방 등에 살아오면서 느꼈던 점은 "역시 집은 맘 놓고 쉬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거고, 그렇기에 제 꿈(?)은 편히 쉴 수 있는 집에서 사는 겁니다.
작년 겨울부터 청소년 운동을 시작한 저는 수많은 주변의 청소년운동가들이 집에서 쫓겨나고, 압박 당하고, 버티다 못해 뛰쳐나오는 것들을 보면서 청소년이 맘 놓고 푹 쉴 공간이 절실하다 느꼈습니다.
물론 이 주거권 문제는 청년에게도 있는 문제지요. 그렇게 해서 청년주거협동조합이 각광받고 있는거고, 막상 이런 공간이 청년보다 더더욱 절실한 청소년에게 그런 공동체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큰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가정탄압 정도는 아니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소소한 구속이나 간섭을 받는 일이 많아, 현재에는 저 또한 청소년 주거공간에 들어가고자 하여 청소년활동가주거협동조합의 건설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에는 제가 뭘 하고 살지, 어떤 사람일지는 예측이 힘듭니다만, 향후 계획이라면 이 주거협동조합을 해방촌처럼 하나의 대안공동체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사회를 자본주의 지배구조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겠지요.
아마 빈고와 해방촌도 궁극적인 목표가 저런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게 맞다면, 적극적으로 우호/협력적인 관계맺음을 했으면 좋겠네요...!
--------------------------------------------------------
☆☆☆-
청소년은 가정에서 ‘친권자의 보호 아래’ 살아야 하는 존재로 간주됩니다. 청소년의 권리와 삶의 조건은 친권자의 시혜로 이루어집니다. 청소년에게 가정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치열한 눈치보기와 밀당의 공간입니다. 친권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수많은 비인간적인 제재가 청소년에게 가해집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가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권리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는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스스로 임'대차 계약을 할 수도, 노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청소년들이 집을 나와 잠을 잘 수 있을 법한 공간인 찜질방, pc방 등의 공간은 22시 이후에는 청소년의 출입이 차단됩니다. 쉼터 또한 강제적으로 설정된 규칙에 따라야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없는 청소년들은 존재 자체가 사회로부터 부정당하며, 삶을 살아가기 위해 법을 어겨야 하는 불안한 삶을 살아갑니다.
저는 청소년운동을 하는 것을 반대하던 친권자와 다투다 2012년에 집에서 나왔습니다. 다행히 아는 분의 소개로 조그만 옥탑방에 공간을 얻을 수 있었고, 어쩌다보니 각기 다른 이유로 집을 나온 2-3명의 청소년활동가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습니다. 어느 날,새벽에 갑자기 공간으로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한 활동가의 친권자가 가출신고를 했고,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공간의 위치를 알아낸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활동가는 경찰에 의해 친권자에게 넘겨졌습니다.
집을 도망쳐 나온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증명해서는 안됩니다. 경찰이 해당 청소년의 기록을 추적하기 때문입니다. 가출 생활동안 자신의 이메일, 휴대전화 조차 사용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병원조차 기록이 남기 때문에 갈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고- 탈가정 청소년들의 대안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함께 공간에 거주하던 활동가와 월세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었고, 서울 신이문동에 조그만 옥탑방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공간을 탈가정 청소년활동가들과 나누자는 의미에서 “xxx 대피소”라는 이름도 지었습니다. 당장 탈가정 청소년들과 함께 공간을 만들기는 무섭기도 해서 청소년활동가들과 나누는 공간으로 합의를 했고, 2년 동안 5명 남짓의 탈가정 청소년 활동가들이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달이 넘도록 대피소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피소보다 더 큰 운동을 만들어보고싶은 욕망에 몇몇 활동가들과 함께 “탈가정 네트워크”라는 조직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탈가정네트워크에서는 블로그를 만들고 공동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아쉽게도 망ㅎ....
공간은 존재했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저임금 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높은 방세에 비해 제가 받을 수 있는 월급은 너무 작았습니다. 점점 삶을 꾸려가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저는 친권자와 (굴욕적인)협의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대안공간을 만드는 작업은 실패했습니다. 그렇게 집에 들어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을 나왔고, 부천에 있는 ‘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을 알게되었고, 모두들 2호집 “볕드네”에서 생활하게 됐습니다. 모두들에서 생활하면서 다시금 청소년 주거협동조합에 대한 고민과 욕심(!)이 생겨났고, 탈가정청소년활동가주거협동조합 준비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집을 나와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에 제가 활용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비청소년 활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저는 청소년이지만 비청소년활동가의 신분증을 사용해서 집 계약을 할 수 있었고, 핸드폰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사회에서 말하는 청소년 보호가 얼마나 모순적인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탈가정 청소년활동가 주거협동조합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청소년의 자립의 문제는 단순히 주거의 문제만이 아닌, 노동, 의료, 학습 등 수많은 영역의 문제와 맞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있는 탈가정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살며 “여기” “이곳에” “사람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 복잡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럽네요. 그럼 20000....
---------
○○○-
안녕하세요. 저는 ○○○이라고 해요.
저는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살면서 부모님이 해주시는 밥, 챙겨주시는 것들을 받으며 살아왔어요. 늦게 들어오고 어디 있는지 미리 연락을 안했다고 혼나기도 많이 했고요.
어렸을 때는 교회에 가지 않았다고 화장실에서 3시간가량 갇혀있던 적이 있어요. 화장실 밖으로 나가기가 참 두려웠던 거 같아요. 이 집 어딘가에서 마주쳐야 하는 아빠가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집에서 저는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었던 거 같아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성인이 된다면 그 때는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지만, 저는 현재를 살고 있는 청소년으로서 하나의 주체로 살고 싶었거든요.
부모님과 협상을 하려고 해도, 그건 평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협상이 아닌 부모님 시선에 맞춰진 협상이었어요. 제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정해준 어떤 ‘제한’ 아래에 들어가야만 했죠.
현재도 탈가정 중이지만, 과거에 한 번 집에서 나온 적이 있었어요. 부모님께서 제가 10시 넘어서 집에 들어오면 화를 내셨고 또 가끔 일이 많아 외박을 할 때면 안된다고 하시다가 마지못해 허락하시곤 했어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하시면서, 다음날 집에 들어오면 앞으로 다시는 외박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또 회의 중이라 연락을 못 받으면 '왜 전화를 못 받았느냐‘며 화를 내셨죠.
‘부모로서’ 내가 너를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저는 그 말이 정말 합당하지 않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말하는‘보호’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보호’는 결국 그들이 원하는 모습의, 그러니까 순응하고 수동적으로 사는 저를 만드는 게 아닌가요? 저는 하나의 주체로 살고 싶었어요. 언제 집에 들어가고, 내가 원할 때 다른 공간에서 지낼 수 있고, 하나하나 보고하지 않아도 되는,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부모님께 했는데, 결국 돌아오는 답은 ‘20살이 넘으면 맘대로 하라’는 말이었어요. 지금은 제가 아직 어리니까 부모인 본인들이 보호해줘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결국, 같은 다툼을 여러번 반복하다가, 이대로 안되겠다 싶어서 집을 나왔어요.
당시 갖고 있던 돈도 있었고, 또 얹혀살 친구 집도 있었어요.
집을 나온 2주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이렇게 내가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그 현실, 내 판단과 생각이 존중되지 않는 현실에 너무 화가 났고, 바꾸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돈이 없었고, 잠시 같이 살 수 있는 친구가 없었으면 얼마나 비참하고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돈도 없고, 나와 살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어리다는 이유로 많은 권리를 빼앗기고 억압당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현실인 거 같아요.
청소년 운동을 하는 제 주변에도 가정 내의 억압으로 집을 나온 청소년 활동가들이 많아요. 알바를 구하려고 해도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 게 태반이고, 살 공간을 구하려고 해도 본인 명의로 집 계약조차 못하죠. 주변에 있는 비청소년 활동가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경우도 많지만, 여기저기 신세지다가 다시 친권자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청소년들이 자립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본인의 판단 하에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공간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주체적으로 공간을 꾸릴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 주거협동조합은 없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이 사회에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뉴스나 신문기사를 보면 언제나 가출청소년들은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가정은 안정적이고 청소년들이 보호받는 공간으로 인식되죠.
하지만, 그 편견을 깨야한다고 생각해요. 가정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당사자인 청소년의 목소리로 들어야 하고, 청소년 스스로 원하면 집을 뛰쳐나올 권리가 있어요.
청소년 주거협동조합은 청소년들이 공간의 주체로 설 수 있는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작이 청소년에게 다가서는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고, 더 많은 청소년들이 본인이 원한다면 스스로 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빈고와 함께하게 돼서 반갑고 기뻐요!
반가운 이웃이 생겼네요.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