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2026.08.] 단단담담: (8) 삼전닉스와 넷플릭스의 상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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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방학을 보내고 왔어요.
그간 잘 지내셨냐는 안부 인사가 무심하다고 느껴질 만큼 세상도 저도 다사다난한 시간을 지났네요.
잠시 다녀왔던 서울은 강릉보다 더 뜨거웠고 친구가 사는 대구는 대프리카의 명성을 아직 잃기 싫은 모양입니다. 제가 있는 강릉은 작년같은 가뭄은 피했지만, 엄마가 사시는 통영은 얼마 전 큰 비가 내려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흔들었어요. 이제서야 기후 위기가 정말 ‘위기’임을 뼈가 저리게 느끼면서도 에어컨이 돌아가는 집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도대체 이제 어째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싶을 만큼 멀리 온 것일까 봐 두렵습니다. 한참 몇 해 전, 한 친구가 기후 위기에 대한 피켓을 들고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길 위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그때는 그게 무엇을 위한 활동인지도 잘 몰랐어요. 이 친구는 이런 미래를 정말 알고 있었을까요? 그러다가도 그의 현재 행보 또한 미래의 또다른 기후 위기 같은 어떤 것에 대한 준비임을 문득 깨닫습니다.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세상이 그나마도 아직 망하지 않고 이렇게 굴러간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저는 그저 조용히 그 친구의 연애를 기원할 뿐입니다. 사랑이 안식이냐고 묻는다면, 그래서 권하는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그것 또한 포함이라고 말할 거예요. 그가 바라는 것도 결국 그 어떤 무엇에 대한 사랑이 디폴트인 세상이라고 저는 번역했거든요.

방학 숙제 같았던 단단담담, 여덟 번째 이야기로 인사를 이어갑니다.

저는 주식을 하지 않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현대인으로서 참 무식하죠. 그러나 파이프라인이 어쩌구 파이어족이 저쩌구 하는 세상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 본 적도 없고, SK하이닉스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무식하다는 소리쯤은 무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저도 요즘에는 삼전과 하이닉스의 움직임을 대충 압니다. 주변 사람들이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삼전 봤어?”

“하이닉스 미쳤어.”

저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좀 해야 하나?’
‘근데 뭘 봐야 하지?’

…아직 주식 계좌도 없을 만하죠.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이상해요.

돈을 벌려고 시작했다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돈이 줄어드는 광경을 직접 확인합니다. 저는 통장 잔고도 가능하면 안 보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돈이 없는 것을 이미 알고 있거든요. 굳이 숫자를 재확인해서 상처받을 필요는 없…

대신 저는 넷플릭스를 봅니다. 주식하는 사람은 장이 열리면 휴대폰을 들여다보지만, 저는 밤이 되면 넷플릭스를 켜지요. 우리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빨간색과 파란색 숫자를 보며 “이게 왜 이래”라고 말하고, 저는 영화나 드라마 속 인물을 보며 “쟤 왜 저래”라고 합니다. 둘 다 그만 보겠다고 해놓고 다시 봅니다. 특히 주가 혹은 재미가 떨어질 때 그렇습니다.
주식하는 친구에게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팔면 되잖아”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는 나를 한참 쳐다봤어요. ‘눈을 부라리’는 것이 뭔지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주식을 모르는 인간의 무지와 무지성 발언에 친구는 분노했던 것 같네요. 그런데 며칠 뒤 저 역시 재미없다고 욕하던 드라마의 8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3화부터 재미없었습니다. 4화에서도 재미없었고, 5화에서는 심지어 화가 났는데도 제가 8화까지 왔더라고요. 그 순간 주식을 팔지 못하는 친구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팔면 되는데 못 판다. 끄면 되는데 못 끈다.

이미 들어간 돈이 있고, 이미 들인 시간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혹시..? 다음 순간에 뭔가 터질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있었습니다. 삼전닉스에는 반등이 있고 넷플릭스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삼전닉스와 넷플릭스 사이에 이토록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고 계셨을까요. 둘 다 미래를 예측하며 현재를 소비하게 하지만 아주 가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큰 기쁨을 준다는 어떤 중독적 모먼트 말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넷플릭스는 실패하면 기껏해야 24시간을 잃지만, 주식은 실패하면 친구들이 얼마를 잃었는지 잘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

저는 아직도 주식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요즘 넷플릭스에서 자꾸 손절 타이밍을 놓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삼전닉스를 보시나요, 아니면 넷플릭스를? 그것도 아니면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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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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