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기사, “조합원님의 출자로 공유지가 이만큼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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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읽기 : https://www.ildaro.com/10579

 

“조합원님의 출자로 공유지가 이만큼 늘어났습니다”

2030 여성들의 예비할머니 프로젝트⑦ 금융공동체 빈고

먹돌 | 기사입력 2026/10/29 [10:56]

노후 그리고 공동체의 삶에 있어서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예비할머니 모임도 그걸 알고 있다. 어떻게 돈 이야기를 다뤄볼까 고민하기 시작됐다.

마침 나는 책 『자본의 바깥 – 커먼즈은행 빈고의 탈자본 금융생활 탐구』(김지음·빈고 지음)을 읽으며 마음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책의 중심이 되는 ‘빈고’ 또한 금융 공동체이자, 2008년부터 주거공동체 ‘빈집’으로 시작한 곳이기에, 공동체의 모양을 좀더 구체적으로 잡아가고 싶은 예비할머니들에게도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는 노후와 돈과 공동체에 관한 질문을 품고 『자본의 바깥』 북토크를 열기로 했다.

 

▲ 금융 공동체 빈고로부터 받은 조합원 환영 문자 내용 캡처. (먹돌 제공)


‘혼자서 각자도생’보다는 자본을 공유하는 마음

“OO 조합원님 안녕하세요. 출자활동 XX빈(빈고의 화폐 단위) 입금 확인했습니다. 덕분에 공유지가 이만큼 늘어났습니다. 첫 출자활동 큰 걸음 내딛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북토크가 있던 바로 그 날, 나는 오랫동안 일하던 직장에서 퇴직금까지 합산한 급여를 통장에 이체받았다. 그리고 바로 퇴직금 일부를 빈고에 출자했다. 그동안 빠듯했던 살림에, 여윳돈이 생기면 반드시 빈고에 출자하리라 마음먹었던 터라, 여러모로 이날은 나에게 뜻깊은 날이 되었다.

『자본의 바깥』은 익숙한 금융권 안의 세상, 즉 은행에 높은 이자로 예금하거나 혹은 낮은 이자로 대출해 기업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세상에서, “잠깐만! 여기, 이러한 세상도 있어.”라고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책이다. ‘자본의 바깥’ 세상을 길게는 20년 가까이 조금씩 빚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빈고는 2010년 ‘해방촌 게스츠하우스(guests’ house) 빈집’이라는 주거공동체들의 집 보증금을 모으고 관리하기 위한 ‘빈마을금고’로 시작했다. 빈고 조합원 핸드북에 따르면, ‘빈고는 조합원들이 다양한 공동체를 이루고 같이 살아가며, 각자의 돈을 모아 공유지를 만들고, 모두 함께 누리고 나누며 서로 돌보는 금융조합’이다.

내가 빈고에 돈을 넣어 놓는 동안에 내 돈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려는 공동체나 개인에게 대출(빈고어: 이용)되어 기존 거대자본은행 대비 더 투명하고 유익한 방향으로 쓰이게 된다. 나는 빈고에 출자한 돈의 이자를 사양하며 빈고에 남겨두어, 그 이자가 또 좋은 일에 사용되도록 한다. 내가 쓸 일이 생기면 넣어둔 돈을 언제든 찾을 수 있다.

 

▲ 김지음 작가와 함께하는 『자본의 바깥』(힐데와소피, 2025) 북토크 현장 (출처-예비할머니모임)


커먼즈(공유지)라는 개념은 이제 좀 익숙해졌지만, 돈을 커머닝(함께 나누기)한다는 말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었다. 자본의 세계에서 커먼즈의 세계로 우리의 삶을 가능한만큼 아주 조금씩 옮겨보는 것, 내가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고 감당하는 치열한 무한경쟁의 세상에서 함께 돕고 협력하는 세상으로 넘어올 것을, 빈고는 우리에게 제안한다. 『자본의 바깥』을 읽고, 머릿속에 막연히 떠돌던 ‘자본을 공유하는 마음’을 구체적인 수치와 구상 그리고 계획으로 바꿀 수 있었다.

 

급여가 줄어든 대신 시간의 여유를 가진 후 생긴 변화

사실 나는 30대 중반에 들어선 2020년대에 와서야 세금과 주식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산업에 대해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무료 재테크 클래스와 각종 경제 유튜브 영상 그리고 스터디모임을 통해 부지런히 시간을 내어 공부했다. 자본금이 별로 없어서 20~30만원을 여기저기 넣어가며 흐름을 살폈다. ‘아, 이렇게 주식시장이 흘러가는구나’ 하는 깨달음도 있었지만, 빨간 화살표, 파란 화살표가 시시각각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큰돈은 아니지만 올라가면 뿌듯했고 내려가면 실망스럽고 괜히 창피했다.

이러한 시기를 거칠 때쯤 『거대한 전환』(칼 폴라니 저), 『북클럽 자본』(고병권 저) 등 자본과 시장을 다루는 책들을 만났다. 내가 돈, 자본에 대해 가졌던 불편했던 마음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그 출처를 역사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각양각색의 공동체를 접하고 보니, 나의 행복은 내가 소유한 자본의 크기가 아닌 내가 마음먹기 나름임을 깨닫게 되었다.

2024년, 내가 일하던 곳에서 근무 시간을 반으로 줄이자고 했다. 내게는 동일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투잡을 뛰든가,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는 선택지가 있었다. 고민 끝에, 급여가 반으로 줄어드는 대신 시간의 여유가 생기는 일상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변화가 두렵지 않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되돌아봤을 때, 이 도전은 내가 얼마나 소비를 줄일 수 있는지, 혹은 자본에 덜 의존해 살 수 있는지, 여유로운 시간으로 얼마나 삶 속에 더 연결될 수 있는지 깨달음을 주었다.

나는 이 기간동안 서울시농업기술센터에서 기초 농기술을 배웠다.(지자체마다 농업기술센터가 있으니 웹사이트에 꼭 방문해보시길! 각종 농기술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전주 비혼여성공동체 ‘비비’, 살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읽기의집, 여성 네트워킹 플랫폼 ‘줌마네’ 등 여러 형태의 공동체를 만났다. 예비할머니 모임도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된 소중한 공동체다. 이전의 근무 스케줄로는 불가능했을 경험들이다.

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알아감에 따라, 자본주의가 어떠한 방식으로 개개인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어 그 불안감을 땔감으로 내 몸과 마음을 착취하려 했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니 월요병은 없어졌고, 불안감에서 벗어나니 쓸 데 없는 소비가 줄었다. 불안하고 삶에 피로감을 느낄 때면, 보상심리로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과 비싼 먹을 것을 종종 구입하곤 했던 것이다.

 

▲ 빈고의 3대 가치 그리고 자본계와 공유계를 비교하는 표. (출처: 빈고 조합원 핸드북)


자본은 모든 공동체를 해체하려 한다.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야 헤어드라이기, 각종 공구세트, 에어컨, 정수기를 한 개라도 더 많이 팔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기가 가정에 필수라며 수만 대 팔 수 있다. 의존 없는 삶은 특권적인 삶이다. 사실, ‘독립적인 삶’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돈으로 다양한 인적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함께 할 때 우리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더 적은 돈으로도 더 행복할 수 있다. 나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감각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일상을 꾸려갈 수 있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술을 마시는 일도 줄어든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으로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한다. 결과적으로, 나의 불안감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기업들의 마케팅에 덜 놀아나게 된다.

‘가지려는 것뿐 아니라 나누려는 것도 본성이다’

일상, 주거, 노후 안정의 책임이 온전히 개인에게 전가되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사회에서 개인은 어쩔 방도 없이 금융시장에 떠밀리게 된다. 그러나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빈고가 보여준다. 빈고의 3대 가치인 ‘공유, 자치, 환대’를 기반으로, 자본 수익을 서로 사양함으로써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유지를 넓히고, 함께라서 더 행복한 삶을 꿈꾼다.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속의 약자를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준다.

빈고는 구성원들이 조금씩 공유지로 모아온 돈으로 공동체를 지원한다. 빈고 조합원 3명 이상이 모여서 활동계획을 함께 세우고 공유하면 누구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공동체 공간을 위한 보증금이나 매입자금을 이용할 수도 있고, 공동체 활동을 위한 운영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공동체가 2026년 9월 기준 61곳이다. ‘지구분담금’이라는 것도 있다. 빈고 외부에서, 빈고 조합원이 아니어도 자본에 고통받고 저항하는 사람들이 연대하는 마음으로 지지할 수 있다.

 

▲ 빈고의 공유화페 빈의 흐름과 현황. (출처: 빈고 조합원 핸드북)


『자본의 바깥』의 작가 김지음은 말했다. 사람들은 자본수익을 추구하는 마음이 본성이라고 하지만, 자본수익을 사양하는 마음도 본성이라고. 더 가난하고 더 필요가 있는 이에게 우리의 이익을 나누어 주는 것, 그것이 커먼즈은행 빈고가 나아가는 길이다. 나는 이러한 공동체가 있어 미래가 덜 불안하고 현재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아주 성공한 사례가 아닐 수는 있어도, 이런 사례도 있다는 정도로 의미가 있다고 하는 작가의 말이, 내 마음을 더 편하게 만들어 준다.

북토크의 말미에는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Q&A 시간이 있었다. 빈고 운영 그리고 이용에 대한 실질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고, 각자가 다른 공동체에서 경험했던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예비할머니 한 명이 ‘공동체 모인 곳에 또 공동체가 더 잘 모이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공동체를 이루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더 다양한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 당장 빈고만 보더라도, 공동체들의 공동체로서 빈고의 뜻을 함께하며 나아가는 공동체가 수십 개 있다.

예비할머니 모임도 머지않아 빈고와 함께하는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빈고와 함께 길을 걷는 공동체들을 하나씩 공부하고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일이고, 그들 중 일부와 연대하는 활동을 만드는 것도 기대가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예비할머니 모임은 한층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공동체가 될 것이다.

[필자 소개] 먹돌 – 함께 먹을 것을 나누고 서로 돌보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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