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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고자료 뉴스엔조이,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 2017.01.17

  • 빈고
  • 작성일시 : 2017-03-14 01:26
  • 조회 : 2,597
뉴스엔조이에서 빈고와 빈집에 대한 기사를 실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링크 :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8374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

청년 주거 빈곤의 대안 모색: ① 게스츠하우스 빈집



이성영 (racer0808@hanmail.net) 승인 2017.01.17 16:22


희년함께와 기독청년아카데미는 마을 공동체와 공유 주택을 탐방하며 청년 주거 빈곤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첫 번째 탐방지는 공유지의 확산을 지향하며 해방촌에서 모두가 주인이자 손님인 게스츠하우스 빈집이다. - 글쓴이


구약은 성경이 지향하는 이상적 사회를 표현할 때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라는 숙어를 사용한다. 역사서와 예언서 곳곳에는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하나님의 복(왕상 4:25, 슥 3:10, 미 4:4 등)과 심판(시 105:33, 욜 1:12, 렘 8:13, 사 34:4 등)을 표현하고 있다.

구약은 어떤 삶을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아래 사는 삶이라고 표현했을까? 구약이 지향하는 하나님나라의 근사치적 모델을 토지 반환, 노예해방, 부채 탕감이 이루어지는 희년으로 이해한다면 구약 이스라엘이 지향하는 이상적 사회는 자기 땅이 있고, 빚으로 인해 누군가의 종이 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평화롭게 사는 자영농들의 사회이다.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아래의 평화로운 삶을 오늘날의 단어로 바꾼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경제사학자 아버지와 철학자 아들, 스키델스키 부자가 쓴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에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좋은 삶, 즉 모든 사람이 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삶 또는 바람직한 삶'의 조건으로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라는 일곱 가지 기본재를 제시한다.

스키델스키 부자가 '좋은 삶'의 요건으로 제시하는 일곱 가지 기본재는 이스라엘 자영농들이 누리는 삶의 조건들을 세속적(?)으로 잘 번역한 용어이다. 하나님나라의 공평과 정의가 이루어져 모두가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아래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좋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라는 자신의 생산수단이 있어야 하지만 그것 없이도 좋은 삶을 누리는 사람들이 있다. 적게 벌고, 적게 쓰고, 많이 노는 것을 지향하는 공동체. 용산구 해방촌에 있는 게스츠하우스 빈집이다.




모두가 주인이자 손님인 손님들의 집, 빈집


게스츠하우스 빈집은 환대·자치·공유를 빈집의 핵심 원리로 꼽는다. '환대'에는 누구나 올 수 있는 열린 공동체의 의미가 담겨있다. '자치'에는 평등하지만 모두가 주인이 되는 자발적 협동의 의미가 담겨있고, '공유'는 자본의 규모에 따른 차별이 없는 반자본주의의 의미를 담고 있다.빈집은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가 아니라 게스츠하우스(guests' house)이다. 손님들이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 손님이 주인이 되는 '손님들의 집'이라는 뜻이다. 주인과 손님의 구분이 없는 모두가 주인이자 모두가 손님인 커뮤니티이다.

운영자가 따로 없기에 수익 구조도 필요없다.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고 살아간다. 단기 투숙, 장기 투숙 모두 가능하며 장기 투숙자들은 22~25만원 이상을 생활비로 내면 숙식이 가능하다. 적게 벌고, 적게 쓰고, 많이 놀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을 갖추었다.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라는 자신의 생산수단은 없지만 연대의 방식으로 돈에 종속되지 않고 각자의 생명력을 온전히 발휘하는 좋은 삶을 누리고 있다. 돈이 많이 없어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빈집에 매료된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앞집, 옆집, 아랫집, 사랑채, 노는 집, 구름집 등등 해방촌 곳곳에 '빈마을'을 형성하고 있다.




'타락한 금융'의 새 창조 모델, 빈고


빈집에 사는 사람들은 전세보증금을 공동체은행 '빈고'에 출자(저축)을 하고, 빈집은 빈고에서 전세 보증금을 대출받고 이자를 지불한다. 빈집의 전세 보증금을 빈고에서 대출받는 방식으로 분담금에 이름표를 떼고 주거 공간도 안전하게 유지한다.해방촌에서는 빈집에서 파생된 다양한 대안적인 실험이 진행 중이다. 현재 조합원 324명, 출자금 2억 3,000여만 원에 이르는 공동체 은행 '빈고'의 시작은 돈에 이름표를 지우기 위해 시작되었다. 빈집 초기에는 거주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모아서 집을 마련했다. 여유가 되는 사람이 많이 내는 방식으로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였지만 보증금을 많이 낸 사람의 마음에 따라 공동체 주거 공간이 위태로워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보증금을 많이 낸 사람이 빈집에서 나가게 되면 전세로 얻은 주거 공간 역시 위태로워졌다. 분담금을 많이 낸 사람이 자연스레 입김이 강해지는 문제를 보며, 돈에 달린 이름표를 지워버리기 위해 빈고는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빈집의 보증금 문제로 '빈고'를 시작했지만 빈고는 사람들이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은행' 본연의 목적을 추구하며 확장되고 있다. 빈고의 출자자들은 '자본을 위한 저축을 거부'한다. '공동체가 지속되고 확산되는데 기여'하며 '상호부조하고 공유지를 누리며 함께 살아가는 삶'에 동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빈고에 자신의 돈을 기꺼이 출자하고 있다.

빈고는 이렇게 모인 출자금으로 조합원들의 병원 비용, 채무 탈출 등 상호부조 대출을 해 주고, 빈집의 핵심 가치인 환대·자치·공유에 동의하는 전국의 다양한 공동체에 출자금을 대출해 주기도 한다. 이자로 만들어지는 잉여금은 조합원들에게 출자를 독려하는 '출자 지지금', 빈고 내의 공동체를 위해 쓰이는 기금인 '공동체 기금', 조합원들이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일을 할 때 지원하는 '지구 분담금', 혹시 모를 대출금 손실을 대비하기 위한 '빈고 적립금' 등으로 쓰인다. 빈고의 수익을 출자자들과 공동체와 지구의 뭇 생명들과 모두 함께 나눈다.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반 은행에서는 수익이 높은 곳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해 주며 돈이 최고의 가치임을 전파한다. 반면 빈고는 대출을 통해 빈집의 가치인 '환대·자치·공유'를 전파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물신주의를 조장하고 맘몬의 가치를 전파하는 도구로서 사용되던 '금융'을 하나님나라의 가치라 할 수 있는 '환대·자치·공유'를 전파하는 도구로 바꾸었다. 빈고는 '타락한 금융'의 '새 창조'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환대·자치·공유'의 마을 허브, 빈가게


해방촌에서는 빈집의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이 일어나고 있다. 빈집의 친구들 몇 명이 뜻을 모아 빈고의 대출금으로 만든 '빈가게'는 술집, 카페, 생협, 책 놀이터 성격을 지닌 마을 카페다. 빈가게는 빈고 지점, 지역 주민 만남의 장, 동아리 모임 장소 등 다양한 마을 활동을 뒷받침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해방촌의 만만치 않은 임대료 수준과 수익 악화로 '해방촌 빈가게'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성공회 용산 나눔의 집에서 공간을 인수해 빈집·빈마을의 커뮤니티 공간(현재 '해방촌 이야기')으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




둥지 내몰림 너머, '빈땅 프로젝트'


돈이 된다 싶으면 몰려드는 투기 자본들로, 해방촌의 주택 가격과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전세 주택 중심으로 살던 '빈집'도 주거비 부담이 높아졌다.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며 '둥지 내몰림' 압박이 높아지는 위기 속에서 '빈집'은 '빈땅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도전을 진행하였다. 현재 빈집의 친구들 일부가 충남 홍성에서 새로운 공유지를 확대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청년·예술가들이 특색 있는 활동으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뒤이어 거대 자본과 투기 자본들이 들어와 지가와 임대료를 급격히 높인다. 청년·예술가·소상공인들을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은 서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저렴한 주택들이 많이 있어 청년들이 모인 해방촌에도 2013년 무렵부터 지가 폭등으로 인한 '둥지 내몰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빈집의 투쟁(?)방식은 언뜻 보기에 유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빈땅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듯이 투기 자본의 공세가 강하면 강할수록 빈집이 지향하는 '환대・공유・자치'의 가치는 곳곳으로 더욱더 확산되어 간다. 투기자본에 힘없이 밀려나는 듯이 보이지만 어떤 투쟁보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방식으로 빈집의 가치는 확장되고 있다.





교회의 과제, 예언자적 상상력 회복하기

하나님은 선조 요나답의 명령을 충실히 지켰던 레갑 자손의 삶을 통해 당신의 명령에 불순종하는 남유다에게 경고했다. 하나님은 오늘날에도 하나님나라의 비전을 상실한 채 물신주의의 포로가 되어 있는 한국교회를 일깨우기 위해, 곳곳에 맘몬의 가치와 타협하지 않는 레갑자손과 같은 이들을 두셨다. 우리의 교회가 이들의 삶을 보며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구현할 예언자적 상상력을 회복할 수 있길 기대한다.빈집의 걸음은 오늘의 한국교회에 예언자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오늘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유재산권과 무한한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본주의에 속박된 듯 보인다. 구약이 보여주는 이상사회인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 아래 살아가는 삶'을 오늘 이 땅에서 적용하는 상상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레갑 자손은 비록 자신들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가 없을지라도 불의한 체제에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충실히 지키며 살았다. 하나님은 레갑 자손에게 당신을 섬길 이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복을 주셨다.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자신의 땅과 생산수단 없이, 연대의 방식으로 맘몬의 가치에 저항하며, '좋은 삶'을 누리고 있는 '빈집'이 '환대·자치·공유'의 가치를 더 널리 퍼뜨려 가리라 믿는다. 빈집의 건투를 빈다.




'빈집'은 만인에게 열려 있는 집, 만인과 공유하는 집입니다. 빈집은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이고, 가난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집입니다. 빈집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물건과 재능을 만인과 공유하며, 그로 인해 모두가 즐겁고 풍요롭습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빈집의 분담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은 첫째로 우리가 모여서 같이 살기 때문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누군가는 자신이 모은 돈과 그 돈에서 비롯된 수입을 타인과 함께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빈집은 돈 가진 것이 자랑거리가 안 되고, 돈이 돈을 버는 것을 옳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돈에서 비롯된 수입은 그 돈의 원래 소유자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같이 나눠야 한다는 공유의 실천이 빈집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가진 이 독특하고 기발하고 정의롭고 유쾌하기 그지없는 살림살이의 방법을 자랑해도 좋을 것입니다. 집 문턱을 넘어서 마을로, 세상으로 넓혀가도 좋을 것입니다. (중략)

빈집은 비어 있는 집이므로 언제나 비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들어오고 또 들어오더라도 그 다음 사람을 위한 빈자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빈집을 유지한다는 것은 빈집을 확장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렇게 빈집은 도처에서 계속 시도되고 탄생되어야 합니다. 빈집은 세상 모든 사람들과 세상 모든 생명들을 다 받아 안은 후에야, 빈집이 온 세상이 되고서야 확장을 멈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빈우주생활협동조합 빈고(bin-go)'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고 나누고 주고받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 빈고 취지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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