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시위가 갈수록 재밌어지는군요.
아무튼 은행은 어서 갈아타야지요. 빈고로 ㅎㅎㅎ
"11월 5일 대형은행서 돈빼자" 월가 시위, 실력행사 나선다
탐욕 본산 금융권 타깃 "직불카드 수수료 반대 중소은행에 계좌 전환"… 갑부들 집 항의방문도
시카고 시위대는 12개 요구조건 내걸며 정치권 압박 나서
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의 주코티 공원에서 한 남성이 1달러짜리 지폐로 입을 가린 채 '월가 점령'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월가 시위가 시위 시작 한 달 만에 분명한 행동지침을 제시하면서 탐욕스런 자본주의에 대한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월가 시위대는 특정 정책이나 연대 파업 등 행동의 '구체성을 보이지 못해 그동안 오합지졸, 찻잔 속 태풍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10일(현지시간) "월가 시위대가 11월 5일을 '은행 전환의 날(Bank Transfer Day)'로 정해 대형은행 계좌를 폐쇄하는 운동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구심점 없이 금융권 부패부터 반전, 환경, 평화 등 다양한 주장만 늘어놓던 시위대가 탐욕의 본산인 대형은행들을 타깃으로 삼아 처음으로 힘을 결집시키기로 한 것이다.
은행 전환의 날 운동이 월가 시위대의 작품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크리스텐 크리스천(27)이란 여성이 5일 페이스북에 "각자가 소유한 대형은행 계좌를 신용조합이나 중소은행으로 옮기자"고 제안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들이 내년부터 직불카드 사용자에게 월 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한 방침에 대항하기 위해서"라고 동기를 밝혔다. 11월 5일을 디데이로 택한 것은 1605년 이날 가톨릭을 탄압하는 제임스 1세 영국 국왕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가이 포크스 사건에서 착안했다.
월가 시위대는 크리스천의 제안이 시위 본질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동참을 선언했다. BoA는 7월 소상공인에게 부과하던 카드 결제 수수료를 낮추기로 한 금융개혁법안이 통과되자 돌연 고객 수수료를 인상했는데, 수익 감소분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태도가 금융권의 탐욕과 일치한다고 본 것이다. 현재까지 2만8,000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시카고의 월가 동조 시위대도 12개의 요구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이들은 부유층 세금감면 혜택 폐지 / 월가 범죄자 기소 / 대학생 부채 탕감 등의 목록을 정리해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나온 요구 조건"이라고 말했다. 일부 진보 시민단체들은 다음달 6일 워싱턴에서 백악관 주변을 인간띠로 에워싸는 퍼포먼스도 계획하고 있다. 정치권 논쟁으로 비화한 월가 시위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취지다.
월가 시위대 수백명은 11일 주코티공원을 출발해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
(CEO), 에너지기업 코크인더스트리의 데이비드 코크 부회장 등 맨해튼에 위치한 갑부들의 집을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월가 시위대가 채택한 전술들이 얼마나 파급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타임은 "은행 계좌를 폐쇄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며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계좌폐쇄를 제안한 크리스천도 "금융시스템을 붕괴해 무정부 상태를 조장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월마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동네 식료품점을 이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