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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 채무자본주의 비판

  • 지음
  • 작성일시 : 2011-10-13 15:29
  • 조회 : 6,376

 수유너머 위클리에 고병권씨가 기고하고 있는 글입니다.

그중에 '채무'에 대한 생각해 볼 얘기가 있어서 발췌합니다.

 

전문은 링크를 따라가세요. ^^

 

채무-채권 관계와는 좀 다른 방식의 상호부조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선물해 버리고... (빌려주는 게 아니라!)

돈이 남게되는 상황에서 다시 돈을 능력껏 선물해버리는... (같은 금액을 돌려주는 게 아니라! 더 적을 수도 있지만, 훨씬 많을 수도 있겠다!)

사람과 관계하는 중에... 돈을 줄 때도 있고, 받을 때도 있지만... 계산을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어찌되든 나한테 큰 타격은 아니겠다는 신뢰관계가 가능할까?

상대를 믿으려면, 또 상대가 나를 믿게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일단 그냥 믿어버리면 될 것 같기도 하고. ㅎㅎㅎ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9-미래가 도래할 수 있을까 -채무자본주의 비판

 

삶에 필요한 재화의 가치총계는 임금이나 열악한 사회복지망을 고려할 때 너무 높아졌다. 임금은 낮추고 소비지출은 늘려야만 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생산현장의 노동자가 시장의 소비자임을 생각한다면 아주 모순된 아이디어였지만, 자본가의 이익이라는 점에서 보면 아주 일관된 아이디어이기도 하다).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게 아닌 한 심각한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간극을 메우는 데 동원된 것이 채무였다. 각종 재화와 서비스를 얻는데 필요한 돈을 빌려주고 그 이자를 평생에 걸쳐 받아내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집도 자동차도 모두 빚을 내 얻어야 하고 죽을 때까지(‘모기지(mortgage)’라는 말은 그 안에 ‘죽음(mort)’을 담고 있다.) 무슨 수를 쓰든 갚아야 한다. 무슨 수를 쓰든(여기에 금융가는 관심이 없다). 항상 사회적 곤궁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도 ‘저리 융자’다. (사실 지금 한국이 그렇다. 서민대책은 ‘마이크로 크레딧’이고 학자금 대책은 ‘저리 장기 융자’, ‘취업 후 상환’ 같은 것이다. 집값을 낮추거나 등록금을 낮추는 일은 결코 없다.) 결국 빚을 내게 해서 빚을 갚게 만드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즉 ‘채무자본주의’가 금융자본주의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크게 보면 미국 전체가 자신의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들어온 값싼 채무로 해결해 온 채무자본주의 국가였다.).

채무란 무엇인가. 올해 5월 ‘채무’라는 제목의 책을 낸 그레이버(D. Graeber)는 이렇게 정의한다(Debt, 2011). “채무란 약속의 전도(the perversion of a promise)이다. 그것은 수학과 폭력에 의해 변질된(corrupted)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대출을 받는다는 것, 빚을 진다는 것은 ‘미래에 갚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것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지만 정확히 말해 미래를 저당잡히는 일, 더 나아가 미래를 포기하는 일, 팔아버리는 일이다. 현재 살기가 너무 힘들기에 우리는 미래를 크레딧, 즉 믿음과 신용의 이름으로 팔아버리는 것이다. 자본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약속 능력을 크레딧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돈을 갚겠다고 약속하는 순간, 우리는 무능력자, 다시 말해 노예가 된다.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미래를 약속할 수 있음’을 강자의 능력으로 불렀다. 강자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자이다. 그것은 미래를 향해 자기가 말한 것을 책임지고 완수해내겠다는 의지이자 힘의 표현이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학자금 융자를 받을 때, 우리가 하는 서약은 니체가 말한 ‘약속의 힘’을 전도시킨다. 그 약속은 사실상 충성의 맹세이고 미래를 당신의 처분에 맡기겠다는 ‘자기 포기 각서’이기 때문이다.


<<채무>>의 저자 그레이버는 “주류 경제학 이론에 따르더라도 채무를 꼭 갚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재치있는 주장을 편다. “대부자는 어떤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가정되어 있다.” 그러기에 회수 가능성에 따라 이자율이 크게 변하는 것이다. “만약 모든 대출이, 아무리 바보같은 대출을 했다해도 다 회수된다면, 다시 말해 파산법 같은 게 없다면, 아마 그 결과는 재앙적일 것이다.” 채무는 경제적 용어이기 이전에 도덕적 용어인 것이다. ‘빚은 갚아야 한다’는 도덕적 힘에 의해 작동한다. 하지만 은행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이 보여주듯 혹은 파산 위험 국가에 대한 채무 감면이 보여주듯, 채무는 어느 한계에서 갚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위클리 수유너머>에 소개된 바 있는 도쿄의 ‘블랙리스트회’는 학자금 대출을 갚지 말자는 운동을 벌이는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의 단체이다. 지금은 채무를 거부하거나 감면을 요구하거나 정부에게 구제금융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도 일순위로. 사실상 파산 상태에 있는 서민들의 삶을 봐서도 그렇고, 교육의 공공성을 봐서도 그렇고, 구제금융이 현재의 문제를 야기한 금융자본에 다시 투여되는 것을 볼 때도 그렇다.

점거는 진행 중이지만 점거를 통해 사람들은 시스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그 가능성이 아직 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약속과 신뢰의 힘을 회복하고 있다. 채무에 의해 빼앗겨 버린 ‘미래를 향한 약속’ -그러고보니 화폐경제 하에서 많은 용어들이 도덕적 타락을 경험하고 있다. 1달러 화폐에는 ‘In God We Trust…’라는 말이 들어 있다. 약속, 믿음, 신용 등이 모두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 아니라, 그 능력을 판 대가로 얻는 돈의 크기가 돼버렸다-을 되찾을 가능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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