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24일 보신각에 다녀왔습니다.
한쪽에는 크리스마스 모임에 가는지 유쾌하게 걸어가는 사람들로,
다른 한 쪽에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광화문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분주한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인파를 뚫고 SNS를 통해 알음알음 알게 된 사람들이 보신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저도 지구분담금 승인이 났다는 텔레그램 단톡방을 확인하면서 보신각으로 향했습니다.
검은 제사상이 차려지고 하얀 국화꽃이 놓였습니다.
"공장식 축산에서 고통받다 땅에 묻힌 2천만 생명을 기억하겠습니다" 라고 적힌 위령문과 추모의 글들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습니다.
SNS에서 알음알음 알고 지내던 비건, 채식인들이 중 몇몇이 이 엄청난 홀로코스트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위령제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살해당한 생명들의 고통을 재현하는 퍼포먼스가 있었고, 기획단의 위령문 낭독이 있었습니다.
위령문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작가 아이작 싱어 역시 말했습니다.
“동물과의 관계에서 모든 사람들은 나치이다. 그 관계는 동물들에게는 영원한 트레블링카이다.”
‘트레블링카’는 폴란드에 있었던 나치 수용소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둡고 무서운 폭력의 뿌리는 다름 아닌 공장식축산입니다.
생명을 이윤추구와 고기 생산 기계로 취급하는 이 잔인한 시스템을 성찰하고 해결하지 않는 한, 생명과 평화의 세상으로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공장식 축산은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좋은 조건입니다. 조류독감의 근본 원인이지요.
한국의 이 대량사육 시스템은 90년대 정부가 정책적으로 만들어 내었고, 인간의 욕망이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천만의 비인간 생명들이 희생당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식탁에 올라온 고기가 얼마나 끔찍한 학살의 결과물인지 모르는 채로, 혹은 모르는 척 하는 채로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살해당한 동물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번 위령제 소식을 전해 듣고는 손피켓을 들고 행사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저도 지구분담금을 제안한 채식인들과 빈고 회원들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공장식 축산 영상을 튼 노트북을 들고 함께했습니다.
보신각에서 위령제를 마치고 광화문으로 이동해 위령제를 한차례 더 진행했습니다.
이번 위령제는 시민단체나 정당에서 기획하고 주최한게 아니라,
개개인이 몇만원씩 보태고 여기저기에서 물건들을 후원받는 방식으로 진행하다보니 행사비용이 부족해서 걱정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행사에 참석하신 분들이 연대의 손길을 뻗어준 빈고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고 거듭 말씀하셨어요.
오늘 뉴스를 보니 2주 사이에 살해당한 생명이 또 다시 천만이 늘었더군요.
정부는 여전히 살처분, 침출수로 오염된 상수도 정비로 혈세를 낭비하면서도 공장식 축산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와 전염병 그리고 약자에 대한 폭력은 결국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올 겁니다.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에서만이 인간도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빈고 회원들도 꾸준히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연대해 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