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빈고의 지구분담금 덕분에 후원도 하고, 오랜만에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에 가게 되어 반갑고 설렜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버스들은 집회 전 각 마을로 먼저 이동해서 현장에 있는 송전탑을 보고, 주민들을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만난 후에 모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바로 큰 집회에 모인 것이 아니라 작은 단위로 나뉘어 마을에 가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765KV 초고압 송전탑 70여기가 밀양의 여러 마을에 세워져 있었고, 청도로 간 버스도 있었습니다.
제가 탄 버스는 밀양의 고정마을로 갔습니다.
가는 길 내내 비가 왔고 밀양에 도착해서도 비가 꽤 많이 내렸습니다.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쓰고 마을길을 걸어
송전탑을 보러 갔습니다. 고정마을에는 115번 송전탑이 우뚝, 서 있었습니다.
765KV 초고압 송전탑은 전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웅웅 울리고, 그 아래 척추동물이라면 치명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고
농작물도 기를 수 없다고 합니다. 사람도 살기 어려운 곳이 된다는 뜻이겠죠. 우리가 집에서 쓰는 전선에는 피복이 되어 있지만
이 송전탑은 전기가 흐르는 온도가 너무 높아서 피복을 해도 다 녹아버리기 때문에, 피복이 된 전선줄을 쓸 수도 없다고 합니다.
이 정도 규모의 송전탑은 외국에서는 사막을 가로질러 먼곳으로 전기를 보낼 때 세운다고 하는데
밀양에 들어선 너무나 거대한 송전탑은 결국, 전기 운송 관련 계획이 축소 변경되어 90km 정도 거리로 전기를 이동시킨다고 합니다.
이 정도 거리에 765KV를 세우는 것은 불필요하고 유례없는 일인데, 밀양과 청도는 행정대집행, 강제집행 등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국가 폭력을 겪어야 했습니다.
강정에서 온 연대 현수막
나눔뱃지와 빗속에서 펼쳐진 공연
마을에서 내려와 밀양강 옆에서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이번 밀양 행정대집행 10주년을 함께 기획한 여러 단체들과 연대자들이 모였고
탈핵과 탈송전탑을 둘러싼 다양한 발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발언자들은 자신이 온 곳을 소개하고,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제주에서 온 핫핑크돌핀스는 제주 섬 둘레에 풍력발전기를 세우겠다는 계획으로 또 다시 시작된 파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고, 탈핵과 탈송전탑이 가능하려면 탈성장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 월성 핵발전소 근처에서 피폭을 당하고 정부에게 이주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계신 주민분들 이야기는 아픈 눈을 감지 않고 들어야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공기를 타고 퍼지는 방사능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는지 실험을 했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그런 실험들이 계속되고 공유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오신
노조 분 께서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셨는데,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부터 해고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들려주셨습니다.
발언이 끝난 후에는 빗속에서도 반응이 좋았던 공연들이 이어졌습니다. 10여년 만에 다시 만난 사람들, 밀양에서 만난 여전히 반가운 얼굴들,
변한 게 없는 것 같은 현실에 낙담하면서도 세월이 흐른 것을 서로를 보며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반가운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에너지 전환과
탈핵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하면서, 또 이번 밀양에서 느낀 것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희망버스를 타고 잘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