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은행 빈고 2017년 12월 뉴스레터
해를 구분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연속된 시간에 임의로 그어놓은 구획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해를 맞을 때면 어지럽게 흩어진 마음들을 자신에게 향하게 하고 지나온 시간의 모양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포개진 시간을 갖게 되곤 합니다. 이러한 시간은 개인에게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시간이 한데 어우러진 공동체, 특히 빈고 같이 금융을 다루는 공동체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3번 째 총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매년 이맘 때부터 총회까지가 지난 한 해동안의 재정과 운영을 결산하고, 평가하고, 분석하는 가장 분주한 시기입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총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과정에 대해 많은 기회와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기억하시죠? ‘출자자 = 이용자 = 연대자 = 운영자’ 라는 거.
참, 조합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appy new year! Bonne année! 야옹야옹야옹!
지난 달 빈고 활동들
한 달 동안의 주요 활동들을 공유합니다. (12월에 많은 일이 있었네요!)
8차 운영회의 (12월 12일)
12월의 운영회의를 함께 해준 빈고 공동체는 두물머리의 팔당 공동체였습니다. 초기 빈집의 구성원들 중 일부가 두물머리로 이주해 터를 잡은 팔당 공동체는 4대강 사업 당시 강제철거에 맞서 싸워온 지역 농민들과 꾸준히 연대해왔습니다. 이번 운영회의는 4대강 투쟁 이후 두물머리에서 생태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퍼머컬처를 추구하는 모임인 ‘두물머리활짝’과 해방촌사람들, 그리고 공동체은행 빈고가 공동으로 기획해서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특히, 디온 조합원이 공동체은행 빈고를 지역에 더 알리고 빈고와 관계 맺기를 시도하기 위해 지역의 농민들을 초청해서 여느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한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한편, 참석자들 중 비조합원들이 대다수였던만큼, 운영회의는 그간 해왔던 방식 대신 빈고를 설명하는 강연의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참석자 중 상당수가 농업에 종사하며 이미 다양한 조합에서 활동해온 분들이었기 때문에, 빈고가 신용협동조합이나 생활협동조합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금융’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기존 모델들의 시행착오와 구조적 문제를 넘어 어떤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풀어나갔습니다. 수족냉증을 유발하는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많은 분들이 빈고의 지향과 실험들을 매우 흥미있게 지켜봐주시고 다양한 질문 또한 던져주셨습니다.
뒤풀이 자리에서는 천년요왕 조합원님이 국가사업 폐해의 당사자로서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고향이기도한 광양만이 매립되면서 공유지이자 공유자산이었던 갯벌이 황폐화 되고 이에 따라 공동체가 몰락했던 기억, 터전을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두물머리에서 4대강 사업과 맞서 투쟁한 이후 남은 농민들이 빚더미를 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 빈고가 당장 두물머리의 농민들을 위해 직접적인 활동을 전개나가기엔 여력이 부족하지만, 현지에 신협 설립이 추진된다면 이에 대한 금융 컨설팅이나 회계 관리 등에 대한 협업을 추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모델일 수 있기에 후일을 도모하며 바삐 서울로 가는 막차에 올라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