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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고게시판 비정규시대의 재무설계

  • 지음
  • 작성일시 : 2010-09-17 13:52
  • 조회 : 6,017

<<세상을 두드리는 사람>> 에서 <인권활동가를 위한 재무설계>라는 글이 있어서..

보다가 재밌다 생각해서 퍼올라 했는데...

인터넷에는 좀 이따가 올라올 모양이다.

 

대신 글을 썼던 이민정씨가 <<삶이보이는창>>에 연재하고 있는

<비정규시대의 재무설계>라는 글이 있어서 퍼왔다.

 

괜찮은 접근인 것 같다.

읽어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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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


이민정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세웁니다. 개인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의 계획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저축, 다이어트, 여행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 가지는 잘 달성되지 않아서인지, 해가 바뀌어도 자주 등장합니다. 잘 되지 않아도 매번 도전하는 것은 그만큼 하고 싶은 욕구도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참 쉽지 않은 것 중의 하나인 ‘저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파산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조금 과격하게 표현한 이유는, 우리는 윗세대들 혹은 소위 말하는 상위 5퍼센트와는 아주 다른 현실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몇 군데 회사의 합격 통지서를 받으면 자신에게 더 맞는 곳을 선택해서 일하고, 중간에 보증을 잘못 서거나 갑자기 바람이 불어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한 집과 차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대를 비롯해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비정규직 세대를 수식하는 말들은 공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88만원 세대’, 자동차·집·결혼이 없는 ‘3無 세대’ 등 희망 차거나 즐거워 보이는 말은 없습니다. 지금 30대인 저 역시 다른 사람들과 처지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매달 불안해하며 빚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처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도 잘 모릅니다. 제가 처한 가슴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압니다. 그래서 제가 겪었고, 제가 알고 있으며, 제가 준비해가는 것을 함께 나누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기대에 어긋날지 모르지만 저는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해 얘기하려는 게 아닙니다. ‘펀드 투자는 이렇게 시작하자’, ‘올해 뜨는 부동산, 여기를 골라라’ 등의 얘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10년 안에 몇 억 만드는 방법’을 알려줄 재주도 없습니다. ‘꿈을 가지라’는 한가한 얘기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열심히 꿈꾸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강변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마인드를 바꾸면 세상도 달라진다’는 식의 이야기를 할 마음은 더더욱 없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잘살아보자는 이야기를 해도 시원찮을 판에, ‘파산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말한다고 하니, 조금 불쾌하신가요? 혹시 나만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희망입니다. 우리는 첫 단추만 잘못 끼워도 바로 파산하기 좋은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우리의 현실과 예측 가능한 미래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많이 가라앉기는 했습니다만,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재테크 열풍은 동참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 것처럼 부산스럽습니다. 매일같이 새로운 금융 상품이 쏟아져 나옵니다. 처음 들어보는 금융 관련 용어들은 영어 단어보다 더 외우기 어렵습니다. 쇼 프로그램에서조차 투자 방법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한 현실과 무관한 정보가 많습니다. 들뜬 분위기가 허황된 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명품과 부자 열풍에 일반인들의 씀씀이만 커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카드 결제일이 되면 숨이 막힙니다. 높은 대출 이자 때문에 또 다른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용불량자들과 파산자들은 늘어갑니다. 잘못된 소비 습관 때문에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두운 그늘입니다.

현재 우리들의 재정 상태는 외줄 타기와 비슷합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면 눈 깜박할 사이 떨어져버립니다. 그래서 첫 시작이 중요합니다. 첫 월급을 받고 나서 ‘취업 턱 한번 쏘고’ 준비를 하신다고요? 그러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파산으로 가는 첫발을 내딛게 될지도 모릅니다.

경제 활동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빚더미에 앉게 되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제가 대학을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학자금 대출이 지금처럼 일반화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요즘은 대학에 합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가까운 은행으로 가서 학자금 대출을 받는 것입니다. 웬만한 능력이 아니고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살인적인 대학 등록금은 ‘졸업한 후에 좋은 직장 다니면서 갚으면 되는’(과연?) 학자금 대출을 일반화시켰습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들·딸들은 부모님 연봉을 고스란히 가져다 바쳐도 등록금을 충당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스무 살 대학생이 1년에 1000만 원가량의 빚을 지게 되는 것이지요. 벌써 첫 단추부터 꼬였습니다.

이렇게 입학과 더불어 지기 시작한 빚은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고 취업 전쟁으로 나가게 됩니다. 수천만 원의 빚을 등에 업고 졸업한 우리 청년들이 취업할 곳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상위 5퍼센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첫 월급은 88만 원이 되겠지요. 대학교 등록금이 학기당 4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중간에 학자금 대출을 일부라도 상환할 수 없었다면, 졸업한 이후에는 대출금 3200만 원에 대한 이자만 해도 무려 월 20만 원입니다(7.5퍼센트로 가정을 했을 때). 이자를 줄이기 위해서 원금 상환도 계획에 넣어본다면, 88만 원 중 20만 원을 이자로 내고, 한 달에 20만 원씩 갚는다고 하면 약 9년이 지나야 원금 3200만 원을 상환할 수 있게 됩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받은 월급은 고스란히 빚 상환에 쓸 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48만 원으로 점심 먹고, 취직했으니 옷도 사야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지 않으려면 한 번씩 술값도 내야 하고, 휴대폰 요금도 내야 하고, 걸어 다닐 수 없으니 교통비도 마련해야 합니다. 중간에 경조사라도 끼게 되면 첫 달부터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 일이겠지요.

그러나 사람인 이상 어떻게든 생활은 해야 합니다. 이때 선택하게 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원금 상환을 늦추던가, 신용카드를 발급 받아 또 다른 빚을 지며 생활하는 것입니다. 혹시 직장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발급 받았다거나 사은품에 욕심이 나서 발급 받으셨다면 그냥 잘라버리면 됩니다만, 만약 여러분이 첫 월급을 받았는데, 그것으로 한 달 생활을 할 수 없어 신용카드를 쓰기 시작했다면 안타깝게도 파산하기 딱 좋은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물론 다들 ‘처음에는 조금만 쓰고 다음 달에 월급 받으면 후딱 갚으면 되지’ 생각하며 시작합니다.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그 원인은 신용카드 자체에 있다기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입과 소비에 대한 인간의 본성과 습성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장 먼저 할 이야기는 ‘돈에 대한 통제력을 기르는 방법’입니다. 조금 싱겁나요? 하지만 우리의 처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임금을 높이든가, 돈을 아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임금을 높이는 방법은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는 듯하고, 다음 호에서 ‘번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고 저축하며, 파산하기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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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권하는 사회


이민정



악마의 쳇바퀴, 카드 돌려막기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신용카드 발급 조건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가계 생활을 책임질 수 없으니, 생활비라도 ‘돌려’ 쓸 수 있게 길거리에서도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소득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신용 하나만’으로 발급을 해주었습니다. 카드를 하나 발급 받으면 그것으로 또 다른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카드 4~5개는 가지게 되었습니다.

생활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부족분은 카드로 메울 수밖에 없었고 카드 사용액은 점차 늘어납니다. 더구나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이다 보니 자연스레 소비도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결제일이 다가오면 결국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카드 돌려막기는 상환일에 제대로 돈을 갚을 수 없어 다른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 결제하고, 또 그 현금 서비스 상환일에 맞춰 다른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 갚는 것을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돌려막기를 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2~3개의 카드를 돌리게 됩니다. 카드 돌리는 속도는 점점 빨라집니다. 그러다 곧 악마의 쳇바퀴에 갇히고 맙니다.
카드회사는 이런 상황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수 고객으로 선정되었다며 현금 서비스 한도를 올려주거나, 높은 이자의 특별 대출을 해준다는 조건으로 더 많은 돈을 돌리게 만들어줍니다. 악마의 쳇바퀴는 더 크게, 더 빨리 돕니다.

국가 공인 ‘합법’ 고리대금업
보통 현금 서비스의 이자율은 24퍼센트 안팎입니다. 그러나 돌려막기를 했을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300만 원을 현금 서비스 받았다고 가정해봅시다. 다음 달에도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없어 역시 다른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면 첫 달은 306만 원을 내야 합니다. 다음 달에 내가 갚아야 할 원금은 306만 원이 되고, 이에 대한 이자 6만 1200원이 더해져 312만 1200원을 내야 합니다.

이렇게 이자가 늘어가게 되면 1년 뒤 갚아야 할 현금 서비스 이자만 무려 81만 원입니다. 불과 1년 사이에 갚아야 할 돈은 원금 300만 원을 포함해서 381만 원으로 늘어나는 셈입니다. 만약 이 일을 10년 동안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금 서비스 이자 금액만 자그마치 3000만 원이 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합법’ 고리대금업인 셈이지요. 우리는 ‘복리’라는 개념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저축을 통한 복리가 아니라 현금 서비스 이자가 불어나는 원리를 통해서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 빠진 경우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파산을 선언하든가, 언젠가 갚을 수 있을 거라는 허황된 믿음으로 계속 돌려막기를 하든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일까요? 안타깝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여러분이 돈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면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합니다. 쉽게 외상을 할  수 있는 장치를 가져서는 안 됩니다.

첫 단추 잘 끼우는 법
몇몇 재테크 서적에서는 효율적인 신용카드 사용법을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타당한 면이 없진 않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재정 상태를 선순환으로 만들 것인지 악순환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해보고, 선순환으로 만들고 싶다면 카드를 발급 받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내가 버는 돈 안에서 소비가 이루어져야 하고 생활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내가 버는 돈보다도 많은 소비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결국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되고 높은 이자를 물어가며 갚아야 되는 악성 부채가 되기 십상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가를 배운 적이 없습니다. 저축하는 방법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데, 소비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가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을 때 생기는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이것은 돈 없는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많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용카드를 절대 발급 받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재테크 정보와 달리 저는 어떻게 소비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아무리 좋은 재테크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가능한데, 우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돈으로 살아갑니다. 기본적인 생활마저도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펀드를 소개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갖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소비는 인간 본연의 욕구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을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무언가 살 것을 요구한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가진 돈은 너무 적은데 사고 싶은 것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세대 차이?
잠시 눈을 돌려 우리의 부모 세대를 보겠습니다. 커다란 부를 상속받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신혼집은 월세였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집도 늘려가고, 가구들도 바꾸었습니다. 외식이나 외출은 그리 흔하지 않았습니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 받는 일도 매우 드물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사람들의 소비 규모도 커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집을 사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가구 따위를 사기 위해서도 대출을 받습니다. 신용카드는 그것을 원활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는 부모 세대보다 훨씬 많은 것을, 훨씬 빨리 소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진 돈은 부모 세대보다 훨씬 적으면서 말입니다.

요즘 결혼하는 사람들은 신혼 초부터 아파트에서 살림을 시작합니다. 커다란 냉장고에 다양한 종류의 음료수를 채우며 살고 있습니다. ‘필수품’이라고 불리는 것도 참 많아졌습니다. 소비는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전에 모든 것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을 빌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평생 자신을 얽매는 족쇄가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꼭 필요해서 구매한 것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내가 그런 물건들을 살 만한 능력이 있는지 점검해보신 적 있나요? 한번 냉정하게 생각해봅시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이 과연 지금 당장 없으면 큰 어려움에 빠지는 것들인가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
절대적으로 돈이 없는 우리 세대가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바로 ‘절제’입니다. 우리는 실제 여유가 생기기 전에 쓸데없는 물건들을 사느라 돈을 씁니다. 많은 가정들이 과잉소비 때문에 파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많은 물건을 사 모으는 것이 개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처럼 홍보하는 사회 풍조에 휩쓸리게 되면 돈의 마수에 걸려들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돈이 당신을 조종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면 쇼핑을 하고 싶을 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 바랍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하면서 말입니다.

첫째, 꼭 필요한 물건인가?
둘째, 지금 사야 하는가?
셋째, 나에게 그것을 살 능력은 있는가?

이에 대한 답을 저는 이렇게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사지 않았다면 꼭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이 말은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매번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휴대전화나 유행에 민감한 의류들, 그리고 각종 유흥비는 지갑을 열기 전 세 가지 질문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쇼핑의 천적은 절제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돈을 통제할 수 있을까?
사실 개인의 의지만으로 돈에 대한 통제력을 기른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나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유혹하는 쇼핑 호스트들의 현란한 말솜씨를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요? 인터넷을 열면 초특가 대박 상품을 선전하는 팝업창이 눈앞에 어지럽게 어른거립니다. 문자 메시지에는 각종 광고 문구들이 내가 버튼을 누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생색내기 위해 사는 밥 한 끼, 술 한 잔의 유혹도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눈감고 귀 닫고 살 수 없기에 계획하지 않은 소비를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사고 나서는 후회합니다. 다시는 안 그래야지 다짐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기분에 취해 조급함을 못 이겨 과잉소비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간을 유혹의 동물,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통제할 수 없다면, 통제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 호에는 소비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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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민정



돈에 대한 자기 통제력을 기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의지만으로 담배를 끊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일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소비의 유혹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은 시대, 같은 사회에 살면서 돈을 잘 통제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우리 세대는 살아가면서 필요한 자금이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언제 얼마나 필요한지 생각해본 사람이 매우 적은 것 같습니다. 살기 바빠서 그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생각해야 합니다.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산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살아가면서 필요한 자금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마다 재무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냥 읽지 마시고 백지를 한 장 준비하세요. 직접 그림을 그리고, 적어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인생 목표에 따라 재무 계획을 세우자
보통 인생의 5대 필수 자금이라고 말하는 것이 생활비, 주택 마련 자금, 결혼자금, 자녀 교육비, 노후 자금입니다.

각자 인생 목표에 따라서 필요한 자금 항목들을 먼저 적어보세요. 물론 결혼할 생각이 없거나, 자녀를 가질 생각이 없다면 위의 항목들 중에서 몇 가지는 빠지겠지요. 그리고 부모님을 봉양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면 부모 봉양 비용 항목이 추가될 것입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가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들을 적으면 됩니다. 아직 인생 목표를 세우지 않은 분들은 먼저 인생 목표를 세워야겠지요?

먼저 준비한 백지에 선을 하나 그어보세요. 그리고 선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나이를 적어보세요. 선이 끝나는 지점은 당신의 삶이 다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좀 이상한 기분이 드나요?

그런 다음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하다고 적은 자금들이 언제 필요할지를 나누어 적어보세요. 생활비 항목은 살아가면서 계속 필요한 것이니 따로 적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생활비 관리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니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있습니다. 현재 나이가 28세이고, 현재 평균수명인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합니다. 필요한 자금 항목이 결혼 자금, 주택마련 자금, 자녀 교육비, 노후 자금이라고 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결혼은 32세, 출산은 33세, 주택 마련은 35세, 자녀를 한명만 두고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까지 교육비를 책임지겠다고 계획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53세 시점에 대학 등록금을 준비해야 할 것이고, 57세에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게 됩니다. 군대 간 자녀가 있을 경우 59세나 60세겠지요. 재수나 삼수 이상을 하는 경우는 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65세부터 노후 생활에 들어간다고 하면, 85세까지 20년 동안 노후 생활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 사람의 경우 그은 선의 3분의 1정도가 노후 생활이 될 것이고, 앞 쪽에 나머지 재무 목표들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직접 그려보시니까 어떤가요?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앞으로의 인생이 그려지지요?

그럼 이 자금들이 실제로 얼마나 드는지를 계산해보겠습니다. 각종 금융회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인플레이션까지 적용시켜 친절하게 계산을 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됩니다. 단순한 수식이 아니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으로 ‘금융계산기’를 치시면 다양한 사이트들이 소개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금융회사 사이트가 비슷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검색되는 곳을 선택하면 됩니다.

‘남들처럼’ 사는 데 돈이 얼마나 들까?
먼저 결혼 자금을 계산해볼까요? 모 결혼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평균 결혼 비용은 남자가 9000만 원, 여자가 3000만 원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많이 들죠? 남자의 경우 주택 마련 자금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결혼 자금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생각하는 현재 금액을 적으시면 됩니다. 결혼 비용을 3000만 원이라고 하면, 4년 뒤에 필요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냥 간단하게 금융회사 사이트에 있는 프로그램에 숫자만 넣으면 자동적으로 계산되어 나옵니다. 물가 상승률을 4%로 잡았을 경우 필요한 자금은 3500만 원이 됩니다.

다음은 주택 마련 자금을 한번 계산해볼까요? 물론 억대가 넘는 주택을 단숨에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융자를 내고 있습니다. 모기지론의 경우 주택 가격의 60%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머지 40%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을 꼭 사야 하는지, 부동산 가격 상승률을 얼마로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략하겠습니다. 2억짜리 아파트를 구매 혹은 전세로 산다고 했을 때, 40%인 8000만 원은 7년 뒤 1억 520만 원이 됩니다. 돈이 참 많이 들죠?

다음은 자녀 교육 자금입니다. 현재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공교육만 시킨다고 해도 2억 500만 원이 듭니다. 24년 동안 필요한 자금이기 때문에 단순히 물가상승률을 한꺼번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표를 하나 그려 보겠습니다.


이렇게 나누고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계산해보면, 총 필요한 금액은 4억 5300만 원이 됩니다. 이명박 정부가 공언한 물가 상승률 4%를 적용했을 때 이렇게 나옵니다. 그런데, 실제 교육비 상승률은 6~10%가량입니다. 사립대학교의 상승률은 그보다 더 높겠지요. 물가 상승률도 훨씬 높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대학에 다니고 있거나 졸업을 했답니다. 부모님 허리가 휠 만하죠?

그리고 앞으로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는 노후 자금도 같은 방법으로 한번 계산해보시기 바랍니다. 노후 생활비는 결혼하고 쓰는 생활비의 70% 정도로 잡으면 됩니다. 가령 100만 원이라 하고, 평균 수명인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합니다. 노후 생활은 20년 동안 하게 되겠지요. 그러면 필요한 자금은 현재 시점으로 2억 4000만 원이지만, 노후는 37년 뒤에 시작됩니다. 따라서 물가 상승률 4%를 37년 뒤로 적용시켜보면, 20년 동안 필요한 자금은 11억 8000만 원입니다.
각각의 금융회사 사이트에는 필요한 자금들을 잘 분류하여 계산할 수 있게 해놓았으니 큰 어려움 없이 계산이 가능할 겁니다.

계산하고 나서 한숨 쉬지 말자
어떻습니까? 아주 많은 자금이 들죠? 앞으로 들어갈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마구잡이로 돈을 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시죠? 간단한 계산법이기는 하지만, 직접 해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여러분은 앞으로 인생에서 들어가는 돈이 아주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최소한의 자금을 준비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많은 돈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한숨 먼저 쉴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재무 목표들은 매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점검을 하시고 조절해 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이자 소득분도 있기 때문에 절대 준비할 수 없는 금액들도 아닙니다. 그저 한숨만 쉬거나 벌써부터 포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인생지도를 그려보라고 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돈에 대한 통제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시스템이란 자동적으로 돈을 저축하는 것 따위가 아닙니다. 자신의 인생에 필요한 자금들을 항상 머릿속에 넣어 두고, 계획에 따라 소비하고 예산을 잡는 것을 뜻합니다.

사실, 재무설계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조금 거칠게 단순화시켜 본다면 재무설계는 인생의 목표에 따라 통장을 쪼개는 것, 또는 통장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런 자금들을 어떻게 준비하는지에 대해 다음 이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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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의 기본은 목적에 따라 분류하는 것


이민정



지난 호에서 자신의 인생 계획에 따라 자금을 분류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각자의 인생 계획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준비하는 방법도 각각 다릅니다. 이번 호에서는 기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저축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최우선으로 만들어야 하는 유동자금
저축을 하기 전에 최소한의 유동자금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생각지 못한 일들을 자주 겪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사고가 난다거나, 직장을 잃는다거나, 가족에게 문제가 생긴다거나 하는 일들 말입니다. 유동자금을 만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의 재무설계를 계획대로 지킬 수 있도록, 발생한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줍니다.  
유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저축의 특징은 안정성과 유동성입니다. 돈을 일시적으로 모아두는 것이기 때문에 급할 때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은행들의 금리가 낮으니, 추천할 수 있는 것은  MMF, MMDA, CMA 계좌들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활용하기 좋은 것은 CMA 계좌입니다. CMA란 ‘Cash Management Account(어음 관리 계좌)’의 줄임말로서 종합금융회사나 증권회사에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경제 프로그램 등에 소개되면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상품이기도 합니다.

이 상품은 유동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기예금 수준인 2~4%까지 이자를 줍니다. 기능은 은행 통장과 같습니다. 이전에는 가상 계좌(제1금융권인 농협이나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과 연계된 계좌)를 사용해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든 제약이 풀려서 현금 인출이나 송금, 계좌 이체, 신용카드 결제, 지로 송금, 자동이체 ATM기 이용, 월급 통장 개설, 그리고 체크카드 발급까지 이전에 가능했던 기능에 새로운 기능이 더해져서 아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CMA 계좌를 개설하는 곳은 많은데 어떤 곳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광고가 넘쳐나지만 저는 여러분의 집과 가장 가까운 종합금융회사나 증권회사를 추천합니다. 수익률이 아주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이 통장에 둘 돈이 부자들처럼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잠깐 두는 고액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 찾고,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하는 시간에 가까운 곳에 가서 개설하시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그렇게 유동자금을 자신의 3개월치 월급 정도로 먼저 모아봅시다.

안정성이 중요한 단기자금
유동자금을 마련했다면 1~2년을 목표로 하는 단기자금 저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단기라 함은 1년에서 2년 사이를 말합니다. 단기자금 저축의 특징은 안정성입니다. 1년 혹은 2년 뒤에 써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만기가 되었을 때, ‘확실히’ 돈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어느 은행 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을까요? 재테크를 조금 한다는 사람들은 시중 은행들보다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상호저축은행 적금에 가입합니다. 똑같은 돈을 맡기는데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준다면 당연히 상호저축은행을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이유는 종종 망하는 상호저축은행들이 있기 때문에 자주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기도 하고, 왠지 모를 불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파이낸스 등과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5000만 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법이 적용됩니다. 물론 이 돈을 받아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리고 안전성을 확인하면 됩니다.  상호저축은행 중앙회(www.fsd.or.kr)이나 모네타(www.moneta.co.kr)에 들어가시면 자기자본 비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네타 사이트의 경우 어느 상호저축은행이 이자를 높게 주는지, 가까운 지점까지 다 나와 있기 때문에 자주 들어가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는 중기자금
이번에 살펴볼 것은 중기(中期)자금입니다. 사실 중기자금은 좀 애매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통상 3~5년 정도 사이의 자금을 말하는 용어로 씁니다. 아주 정확한 의미는 아닙니다만, 그 정도로 생각하면 큰 무리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3~5년 정도를 목표로 하는 저축의 목적은 차량 구입이나 주택 자금 마련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에게는 아주 기초적인 종잣돈을 마련한다는 목표가 훨씬 더 어울릴 듯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없기 때문에 목돈을 마련하려면 기간을 조금 길게 둘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3~5년 정도 목표로 모으는 저축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은 인플레이션입니다.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야 합니다. 이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인플레이션입니다. 화폐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돈을 장롱 밑에 두지 않고 쥐꼬리만 한 이자라도 받으려는 것입니다. 3~5년이라는 시간 동안 돌아오는 것은 결국 마이너스 금리라고 하면 누가 저축을 하겠습니까? 차라리 그냥 매일매일 써버리는 게 낫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최소한의 물가 상승률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저축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은 복리의 힘을 빌리든가, 투자를 해서 수익을 거두든가 두 가지입니다. 오늘은 일단 복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복리는 이자에 이자가 붙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복리의 힘을 느끼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걸립니다. 그 전까지는 사실 단리와 복리는 차이가 많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3~5년 동안 모을 돈이라면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는 투자형 상품인 적립식 펀드가 훨씬 더 낫습니다. 아니면 2년짜리 적금에 가입해서 일정 정도 돈이 모이면, 그 돈으로 3년짜리 예금에 가입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통상 예금은 적금보다 이자가 높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장기자금 준비법
장기라고 하면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7년 이상 가는 금융 상품을 말합니다. 각자의 재무목표에서 주택을 마련한다든가, 자녀의 교육자금이라든가,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 상품입니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벅찬 비정규시대의 처지를 볼 때, 장기 금융 상품은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려나게 됩니다. 수입의 대부분을 생활비와 각종 대출 상환으로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 장기간 돈을 묻어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간략하게 어떤 금융 상품들이 있는지 정도만 언급하겠습니다.

① 7년 이상 적립식 펀드
적립식 펀드에 관한 여러 가지 오해 중 하나가 ‘만기’라는 개념입니다. 적립식 펀드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적금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2년 혹은 5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합니다만, 그 기간은 납입을 하는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지, 그 기간이 지나면 찾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기간이 지나도 펀드는 투자가 되어 굴러갑니다. 만기 하루 전에 만기 연장 신청을 하면 기간이 더 연장되기 때문에 추가 납입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립식 펀드를 7년 이상 가져가면 됩니다.

②변액유니버셜적립보험(VUL)
투자 형식을 가지면서 장기적으로 가져가고, 수수료도 저렴한 것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변액유니버셜적립보험(VUL)이 있습니다. 변액유니버셜적립보험의 경우 보험회사에서 취급하는 금융 상품으로 사망 보장과 함께 적립이 같이 되는 투자형 생사혼합 보험 상품입니다. 통상 적립식 펀드보다 채권의 비중이 높은 혼합형 펀드로 운영되며, 펀드 변경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습니다. 적립식 펀드보다 운용 수수료 등이 저렴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유의미한 상품입니다. 다만 보험회사 상품은 초반에 사업비 등이 차감되는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최소한 7년 이상이 되어야 원금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10년 이상이 되면 비과세 혜택도 주어지지만, 그 전에 해약하면 절대적으로 손해이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워 가입해야 하는 상품입니다.

③장기주택마련 저축
장기주택마련 저축은 이름에 그 성격이 다 나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상품에 가입했는데,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닙니다. 가입 자격은 만 18세 이상의 세대주로 가입 당시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국민주택 규모 이하, 또는  주택 기준시가 3억 원 이하의 주택을 한 채만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 상품이 인기 있었던(!) 이유는 납입한 돈의 40%를 소득공제해주고, 비과세 혜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2012년까지만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을 주어지도록 함으로써 이 상품의 매력은 반감되고 있습니다.

④저축보험
10년 이상 복리로 굴러가는 금리형 저축보험이 있습니다. 통상 은행권보다 높은 금리를 주고 있으며 연 복리로 굴러가기 때문에 장기 상품으로 적합합니다. 또한 10년 이상 유지할 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10년 이상의 장기 상품으로는 최강입니다. 다만 보험회사 금융 상품은 사업비를 초반에 차감하기 때문에 원금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므로 조기 해약시 내가 냈던 돈을 다 돌려받지 못합니다.

단리와 복리를 설명드릴 때 말씀드렸던 것처럼 복리의 힘은 10년이 지나야 진정으로 발휘됩니다. 10년 이하라고 하면 초반에 사업비를 차감하면서 까지 가입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 하려는 것은 단순히 어떤 금융 상품에 가입하고 말고가 아니라, 인생에서 필요한 것을 우선순위를 잡아서 실천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기 상품을 준비하기에 앞서 유동자금과 단기 자금이 확보되어 있어야 합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이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재무 목표에서 아무리 단기 목표가 없다 하더라도 일정한 유동자금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각자의 재무 목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우선순위를 잡아서 급한 것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무설계는 단순한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인생을 보다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꼭 필요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다 가입한다고 해서 따라하거나, 유행을 탈 필요가 없습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먼저 하는 것이 수익률 1퍼센트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적합한 금융 상품을 선택해서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음 호에서는 없는 살림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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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종합재무설계회사인 ‘리더스 원’의 FC이다.

자원활동인 단체인 ‘인연맺기 운동본부’ 부산 지역 대표이며, 소외아동을 위한 공부방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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