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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고게시판 [빈문장] 모리스 고들리에, <<증여의 수수께끼>>

  • 지음
  • 작성일시 : 2022-12-29 15:57
  • 조회 : 1,202

빈그림에 자극받았지만,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탓에 '빈문장'으로 대신해볼까 합니다. 

함께하실 분은 그저 매일 한줄 이상 자신이 읽은 문장, 쓴 문장을.... 게시물 또는 덧글로 같이 적어서 공유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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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고들리에, <<증여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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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증여하는 사물, 판매하는 사물, 증여할 수도 판매할 수도 없고 간직해야 하는 사물에 대하여>

15p

많은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사회를 통합하고 간극을 메워 '사회적 균열'을 줄이는 역할을 맡지만, 이를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바로 이 모순과 무능력을 배경으로, 점차 모든 부문에서 증여하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연대세(連帶稅)'로 불리는 새로운 국가 조세는, 경제가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벌려놓은 간극을 메우는 역할을 대다수 납세자에게 부과하는 '강제된' 증여이다. 

18p

증여는 유력한 두 대리인(시장과 국가)에게 장악되었다. 시장(직업 시장, 재화와 서비스 시장)은 이해타산, 회계, 계산의 장이며, 국가는 법을 존중하고 법에 복종하는 비인격적 관계의 장이다. 증여는 흔히 친구나 친척,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증여는 그들을 서로 묶어주는, 그들에게 상호 의무를 부여하는 관계의 결과이자 증거였다. 여기서 상호 의무는 '계산' 없는 증여 교환, 무엇보다 답례를 기대하지 않는 증여로 나타났다. 예나 지금이나 가까운 이들 사이의 증여를 특징짓는 것은 의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계산'이 없다는 것이다. 

21p

나는 바루야족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여성 교환 속에서 증여와 답례를 관찰할 수 있었지만 포틀래치의 징후는 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와 반대로 이 사회의 논리의 핵심은 부의 증여와 답례를 통해 권력 획득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었다. 권력은 여성과 부를 축적한 빅맨 Big Man 에게 있지 않다. 권력은 인간이 아닌 신성한 존재 - 태양, 숲의 정령 등 - 가 조상에게 전해준 신성잴와 비밀 지식 속에 있으며, 이를 세습하는 그레이트맨 Great Man 에게 있다. 간단히 말해 이 물건들은 바루야족이 팔수도 증여할 수도 없으며 따라서 보존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

이러한 관점에서 나는 모스와 레비스트로스를 비롯해 수많은 학자들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점차 다음과 같은 가설이 자명해졌다. 고정점 point fixe, 곧 상품 교환 혹은 증여 교환으로부터 (잠정적이지만 영속적으로) 면제된 실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사회와 정체성도 시간을 초월해 존재할 수 없고,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기초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실재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모든 종교에서 발견되는 신성재일 뿐인가? 정치 권력과 '신성재'라고 불리는 무엇 사이에 일반적인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가? ... 

요컨대 나는 증여되는 사물에서 보존되는 사물로 분석의 중심을 이동시켰다.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신성재를 속되게 만들고 결국은 그것을 파괴해 증여교환을 어렵게 만드는 친숙한 사물인 화폐의 본질을 해명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낯선 여정을 통해 그것의 억압이 사회 생활의 조건이 되는 억압된 사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것은 길고 험난한 여행이었다. 자, 이제 모스를 살펴보고 그의 유산을 평가해보자. 

댓글 4

우마 22-12-29 18:45
증여는 주는건데, 보존은 안주는거고. 주지 않음으로 보존되는게 있지만. 그게 계속 이어지려면 고정점이 필요한데, 그것은 그레이트맨이다???
지음 23-01-02 09:46

안 준다기 보다는 줄 수 없는 것이라고 해야 할 거 같고... 그레이트맨에 대해서는 아직 안 읽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보존되어야 할 것들을 보존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해요 ㅎㅎ

지음 23-01-01 15:11
1부, <모스의 유산> 

28p

<증여, 양날의 관계>증여하는 행위는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이중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 연대 관계와 우위 관계가 그것인데, 전자는 증여자가 자신이 가진 것 혹은 자신의 지위를 수증자와 나누기 대문에 맺어지며, 후자는 증여받은 사람이 증여한 사람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인정했을 때 적어도 받은 것을 '답례하기' 전까지는 증여자에게 빚을 진 것이 되어 일정 부분 그에게 '종속되기' 때문에 맺어진다. ... 따라서 대립하는 두 가지 동향이 하나의 단일한 행동 속에 담기게 된다. 증여는 나눔의 형식이기 때문에 당사자들 간의 거리를 감소시키지만, 동시에 한쪽을 다른 쪽에게 빚지게 만들어 그들 간의 사회적 거리를 넓힌다. 사실 증여라는 실천 속에는 만만찮은 일단의 책략과 전략이 담겨 있고, 이를 통해 대립하는 온갖 이해관계들이 충족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본래 증여는 상호 대립하는 감정과 강제력을 함께 불러모으거나 불러모을 수 있는 양가적 실천인 것이다. 그것은 동시에 혹은 연속해서, 관대한 행위 또는 폭력적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폭력성은 이해관계가 없는 행동으로 위장되는데, 이는 증여가 나눔을 통해 그리고 나눔의 형식으로 행사되기 때문이다.

30p

서열, 카스트,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든 아니든, 모든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간주되는 존재, 즉 신, 자연의 정령, 사자(死者)의 정령에게 증여한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기도하고 봉납하며 때로는 소유물이나 생명을 '제물'로 바치기도 한다. 이것이 증여교환을 구성하는 그 유명한 '네번째 의무'가 된다.

지음 23-01-02 01:06

1부, <모스의 유산> 계속

52p

마르크스가 말했듯이, 실제 상품 교환에서 유통되는 대체물, 상징으로 기능하는 지폐 형태 혹은 다른 형태의 화폐권과는 대조적으로 금은 단지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실 여기서 장조제프-구는 우리를 모스에게로, 양도 가능한 재화와 양도 불가능한 재화의 구별로 인도해준다. 시장 경제, 보편적 화폐와 일반화된 경쟁 한 가운데서, 우리는 유통되지 않는 무엇인가가, 다시 말해 대량의 상품과 은행권의 교환이 시작되고, 매매되는 모든 것이 유통하기 위해서는 교환 영역과 교환 운동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역설적인 사실은 교환 영역에서 배제되고 분ㄹ되어 '소위 유통에서 벗어난' 사물이 바로 교환의 도구이며 유통 수단인 화폐라는 점이다. 상품 교환이 발전해 교환의 전 영역을 잠식하기 위해서든 화폐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화폐(어떤 화폐든)는 두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두 장소를 점유해야 한다. 우선 화폐는 교환 과정의 한 가운데서 지불 수단으로 기능해야 하며, 또한 교환 과정의 외부에서 유통되는 사물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안정적인 준거점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화폐는 모든 상품의 운동에 따라 흘러가면서도, 모든 장치들이 회전하는 중심점이자 동시에 그것들의 크기와 속도를 측정해주는 고정점으로 움직이지 않고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스로부터 멀리 온 것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환에서 벗어나 있지만 동시에 교환이 가능하게 해주는 실체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로써  우리는 지금까지 그다지 관심 있게 언급된 적이 없었고 주목받지도 못한 모스의 논의에 매우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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