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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고게시판 [연재 : 탈자본 금융생활 탐구] 1. 살아가는 방법으로서의 재테크

  • 지음
  • 작성일시 : 2024-09-10 09:27
  • 조회 : 265

우리의 삶은 돈으로 점철되어 있다. 우리는 돈을 벌고, 쓰고, 빌리고, 빌려주며 살아간다. 우리는 정말로 이 모든 일에 열중하고 있다. 돈을 잘 벌기 위해서 학력과 스펙을 쌓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에 모든 것을 건다. 그렇게 들어간 회사에서도 승진과 급여인상과 고용보장을 위한 경쟁은 계속된다. 그렇게 번 소중한 돈을 잘 쓰는 일도 쉽지 않은데 이를 위해서 상품의 가격과 품질을 비교하고, 타인들의 소비를 관찰하고 배우며, 브랜드와 이미지와 기술을 익힌다. 최대한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서 돈을 아껴야, 진정으로 자기가 원하는 소비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열심히 벌고 알뜰하게 쓰고, 차액을 착실히 저축하는 것으로 충분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단지 은행에 적금과 예금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펀드와 주식과 채권과 금 심지어 코인과 가상자산에 투자해야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절에 손해를 안 볼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 가진 돈이 부족해서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를 못한다는 건 스마트하지 않다. 가능한 대출을 충분히 활용해서 자산을 늘리고 더 많은 투자를 통해서 더 많은 레버리지를 노려야 한다. 이쯤 되면 투자와 대출을 결합해서 복잡한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택을 잘 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교육이 필요하고 연습과 숙련이 필요하다. 심지어 투자에 대해 적시에 적절한 결단을 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고 욕심을 조절하기 위한 명상과 수양까지도 필요하다. 그것은 말그대로 돈에 관한 기술, 테크닉이다. 돈으로 돈을 버는 기술, 재테크. 재테크는 단지 돈만이 아니라 삶에 관한 기술 중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서 자리잡았다. 이렇게 우리는 좋든 싫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본의 삶의 방식 속에 올라타 있다. 자본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정도가 있을 수 있다. 


적극적 재테크

자본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전지구적 자본주의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나? 고민하는 사이에 차라리 한발짝이라도 더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낫다. 모두가 경쟁에 나서고 있다. 머뭇거리면 점점 더 어려워질 뿐이다. 이미 남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면 더 열심히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더 좋은 직장을 구해야 한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빠르게 승진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누가 노동을 통해서 부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열심히 번 돈을 아끼고 아껴 빠르게 종자돈을 만들고 이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레버리지를 위해 대출도 최대한 활용해서 영끌해서 부동산과 주식과 코인에 투자해야 한다. 어설프게 투자했다가는 돈을 날리기 십상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 공부할 것은 너무나 많다. 봐야 할 재테크 책은 쌓여 있다. 투자정보는 너무 많고 이를 가려볼 수 있는 안목도 키워야 한다.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 지나친 욕심으로 실수하지 않도록 자기 수양도 필요하다. 열심히 일하고 현명하게 투자해서 성공하는 것이야 말로 가치있는 삶이 아닌가? 성공한 사람들을 보라. 얼마나 멋지고 뛰어나고 도전적이고 성실하고 창의적인가? 어설픈 윤리나 게으름으로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일단 성공을 해서 멋지게 살면서 주변에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으면 좋지 않은가? 


소극적 재테크

재테크에 올인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특히 공공성을 필요로 하는 공직자나 공인들 또는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이 있는 시민이라면 무분별한 재테크에 몰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공직자로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주식거래를 하거나 부동산 투자를 하는 불법 행위는 말할 것도 없다. 불법은 아니더라도 평소 올바른 얘기들을 하는 사람이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얘기를 하는 것은 위선적이다. 재테크는 대단히 위험하다. 주변에 부동산 갭투자, 주식투자, 코인투자를 하다가 모아왔던 돈을 모두 잃어버린 경우는 대단히 흔하다. 투자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돈을 잃는 것은 어리석다. 수익률을 따져본다 하더라도 투자를 위해 공부하고 정보찾고 거래하고 신경쓰는 데 드는 모든 수고를 고려한다면 특별히 수익률이 좋은 것도 아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테크를 전혀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전하고 건전한 수준을 넘어서면 곤란하다. 특별히 손해보지 않고 자기의 것을 지키는 기본적인 재테크면 충분하다. 그래도 은행 예금은 너무 손해인 것 같다. 증권투자는 장기적으로 안전한 채권이나 펀드 정도? 부동산은 똘똘한 자기 집을 구입하는 정도? 코인에는 부담없는 소액을 분산투자하는 정도? 만약을 대비해 보험 한 두 개 정도 잘 따져보고 가입하는 정도? 노년을 위해서 연금도 어느정도는 들어두는 정도? 이를 위해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다. 공부를 해서 기본적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가고, 기본적으로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가고, 기본적으로 수도권에 집은 한 채 있어야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본도 하지 않고 불평을 하거나 세상 탓을 해봐야 소용 없다. 


비관적 재테크

재테크라니 무슨 얘기인가? 일단 무슨 돈이 있어야 재테크를 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당장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소득도 불안정하다. 재테크가 무슨 소용인가? 꼭 필요한 생활비를 쓰기에도 부족한데, 가계부를 써본들 무슨 소용인가? 당장 돈이 필요하다. 소득을 기대할 수 없으니 돈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은행은 신용이 있는 사람만을 위한 것이다. 제1금융권(시중은행) 대출은 기대하기 어렵고, 제2금융권(저축은행, 증권사 등)도 어렵다면, 제3금융권(대부업체)로 갈 수밖에 없다. 그것도 어렵다면 제4금융권(사채 등)까지? 대출이 쉬워질수록 이자는 가파르게 올라간다. 돈을 빌릴 수 있는 가족 친구 지인이 있다면 좋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 거래는 하지 말라는 것이 철칙처럼 얘기되고 있지 않은가? 다행히 빚은 없더라도 재테크를 생각할 정도의 돈은 모이지 않는다. 그나마 지금은 노동할 수 있으니 빚을 조금씩 갚고, 약간의 저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런 상황이 더 나아질까? 그러나 몸이 아프거나 늙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결국 믿을 것은 국가 뿐인가? 국가가 전세자금을 지원하고 임대차보호법을 강화하고 서민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더 저렴한 이율의 서민대출도 지원해야 한다. 기초연금도 늘려야 한다. 기본소득도 지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살만해질 것 같다. 그런데 가능할까? 세상 못 믿을 것이 정치인들의 말이지만, 그나마 믿을 것이 그것밖에 없다는 것에 또 한 번 비관할 수밖에 없다. 재테크는 남의 일이고, 생각하면 우울해질 뿐이니, 방관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도대체 돈을 벌고 또 그 돈으로 또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은 다른 인종인가?


저항적 재테크

금융은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재테크는 돈을 가진 자들이 돈으로 돈을 벌기 위한 비열한 수단일 뿐이다.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금융을 배격해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자본가들의 파렴치한 행동이다. 그것을 부러워하거나 따라하는 것조차도 부끄러운 일이다. 부동산을 갖게 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바라게 된다. 어떤 기업의 주식을 갖는다는 것은 그 기업의 경영자와 자본가를 지지하는 것에 다름 아니고 스스로 자본가처럼 판단하게 된다. 은행에 예금하는 것도 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은행은 금융자본의 주된 행위자다. 예금을 해서 내 돈이 금융자본이 일부가 되게 하느니, 있는 돈은 차라리 써버리는 것이 낫다. 운동단체에 기부를 하거나, 친구들에게 멋지게 쓰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다. 은행에 대출을 받았다면 갚지 않아도 좋다. 빚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것은 채권자들의 주장일 뿐이다. 약탈적인 대출은 탕감되어야 한다. 화폐가 아니라 대안화폐를 쓰는 방법도 있다.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그냥 주거나, 빌려준다면 무이자로 빌려줘야 한다. 무이자로 대출을 하는 무이자은행도 있다. 이렇게 금융자본주의에 맞서야 한다. 그건 그런데 걱정은 된다. 정말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자본은 급격히 발전하고, 국가를 바꾸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안정적인 집과 공간을 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본도 없고,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자산이 없이도 살 수 있는 건 충분히 이상적인 코뮨이 이미 존재할 때 가능한 것 아닐까? 어디 돈 많은 반자본주의자가 있어서 우리의 삶을 지켜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이렇게해서 정말 자본에 대항할 수 있을까? 


모두가 재테크에 열중하고 있다. 재테크로 수렴되는 경제경영서, 자기계발서 등은 언제나 서점의 주류를 차지한다. 모두가 돈을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재테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안 하려고 하면 제로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뒤쳐지는 것, 손해보는 것, 못하는 것, 그래서 결국엔 후회하는 것이 되고 만다. 서로의 돈을 놓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판에서 경쟁하지 않는 것은 그냥 눈뜨고 돈을 잃는 것이다. 돈을 벌 것인가? 잃을 것인가의 선택에서 잃을 것을 선택할 사람은 없다. 이 판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구상에 그런 곳은 없다. 재테크는 위험하니 안전하게 은행을 이용하라는 류의 주장들 역시 고금리 시절에 가진 걸 지키려는 재테크의 한 방법이다. 안전한 재테크와 고수익 재테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행을 달리하며 번갈아서 대세가 된다. 

재테크는 결국엔 돈으로 돈을 버는 기술일 뿐이므로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개인적 윤리로서는  훌륭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입장을 지키는 것은 간단치 않다. 재테크를 하지 않고,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차라리 잃고 말겠다는 선택은 나라면 하기 어렵겠지만 타인이 한다면 말릴 이유는 없고, 사실 고맙기까지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타인에게 재테크는 비윤리적이니 하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용납하기도 어렵고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려운 것이 되고 만다. 그 사람도 어디선가 돈을 벌었거나 벌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위선에 불과한 것이다. 상대에게 하는 충고는 어쩌면 경쟁자를 탈락시키려는 교묘한 속임수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재테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다면 차라리 여기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으려해도 누가 저축을 하지 않고, 집을 구하지 않고, 대출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단 말인가? 


누구도 재테크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열심히 벌어서, 그 돈으로 좋은 일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모두가 아무리 재테크에 뛰어든다고 해도, 우리의 삶은 나아질 줄 모른다.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고, 돈이 있어도 늘 부족하고 불안하다. 그리고 사실은 우리는 알고 있다.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군가는 성공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당연히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실패의 결과라는 것을. 자신은 성공할 거라고 믿고 최선을 다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래서 어쩌면 큰 성공을 바라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는 정도. 남들 다 일확천금을 할 때 혼자 낙오되지는 않을 정도. 돈을 벌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 홀로 사라져가지는 않을 정도. 그러나 그 정도가 어느 만큼인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끝없는 불안과 피로의 원인이다. 그리고 혹시 성공을 한다해도 그것이 혼자만의 성공이라는 사실, 타인을 밟고 올라서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외롭고 허무하게 한다. 


돈이 돈을 벌고, 결국엔 돈이 모두의 몫을 빼앗는 자본을 누가 진정으로 좋아할 수 있을까? 그러나 누구도 좋아하지 않고, 결국엔 모두가 피해를 입을 뿐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필요악으로 받아들이면서, 각자 남들보다 더 갖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고, 그래서 더욱 강해지는 자본. 이러한 자본의 시스템은 무기의 시스템을 닮아 있다. 

처음부터 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누가 자신이 죽을 수도 있고, 타인이 죽을 수도 있는 무기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 무기가 애초에 없었다면 좋겠지만 이미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 누군가 무기를 갖고 있다면, 방법은 그에 굴종하거나 자신도 무기를 갖고 대항하는 수밖에 없다. 모두가 무기를 갖고 있게 된다면, 이제 애초에 무기를 좋아하는가는 무의미한 질문이 되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개인 또는 한 국가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제한적이다. 군비증강의 방향을 되돌릴 수 없다면,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동참하지 않을 수는 없다. 무기가 너무 싫고, 모두가 막다른 길로 달려가는 상황이 너무 싫다면 무기를 버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병역거부자들을 비롯한 평화주의자의 이러한 선택은 너무 이상적이고 순진하고 희생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만다. 이런 선택을 쉽게 할 수 없는 현실을 모르지 않지만, 그러나 결국 방향은 이 길밖에는 없다. 단지 개인이 희생당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은 동의하는 사람들끼리 모이고 뭉치지 않으면 안된다. 아직 무기를 버릴 용기를 내지 못한 사람들을 설득하고 안심하게 하고, 적어도 우리 내부에서는 무기가 필요없게 하고, 아직 무기를 키우는 자들과 상대하기 위한 최소한으로 보유하되 철저하게 통제하고, 힘이 더 약한 나라는 자신의 무기를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연대하고, 힘이 더 강한 나라와는 투쟁하며 설득하기. 이러한 과정이 없이 전쟁과 군비경쟁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 자본은 경쟁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의 몫을 확보하기 위한 무기다. 자본이라는 무기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만인이 가진 무기다. 실제 무기는 국가 내부에서는 독점이 되어 있어서 국가간의 문제일 뿐이라서 일상에서는 잊혀지기 쉬운 문제인 반면, 자본이라는 무기는 매일 매일의 전투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경쟁에서 획득하고자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자본은 극도로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어서 극소수의 최상위 계층만이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소수의 최하위 계층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갖고 있다. 무기와 마찬가지로 자본이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 되어버린 지금 애초에 자본을 욕망하는가? 자본주의를 지지하는가? 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심지어 자본이 너무 싫고 반자본주의자로서 살아가길 맹세한 사람조차도 자본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어느 정도의 타협과 자기부정을 피할 수 없다. 자본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타인에게 선물로 준다고 해도 그것은 여전히 자본으로서 기능한다.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자본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본에 대항하기 위한 자본 역시 여전히 자본으로 기능한다. 화폐를 자본이 되지 않게 장롱이나 땅에 묻어둔다면 이 화폐는 더이상 자본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자본의 힘은 더 강해진다. 

자본에 대해서도 평화주의자와 같은 선택과 실천이 가능할까? 무기를 버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처럼, 자본이라는 무기를 버리는 양심적 자본거부자가 되어 자본을 거부하며 사는 삶은 어떨까?  마찬가지로 이상적일 뿐이라는 비판이 돌아오겠지만 역시 같은 대답을 돌려줄 수 있다. 우리도 결코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고. 그러나 현실을 바꿀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자본을 둘러싼 경쟁에 몸을 내맡기지 않고 그 반대 방향이 옳다는 것을 선언하고 실천하는 한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연대가 아니고서는 무엇도 가능하지 않다고. 각자가 욕망과 공포 속에 자본을 들고 전장으로 나선다면, 결국 경쟁과 불평등과 폭력의 악순환은 커질 뿐이고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 방향은 명확하다. 문제는 어떻게 방향의 전환을 이룰 것인가? 자본이 없는 세계는 어떤 질서를 가질 것인가? 그래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지금부터 만들어가는 것이다. 

댓글 1

우마 24-09-10 12:26

연재물인가요? ㅎㅎ 재테크는 안하고 있고 예금으로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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