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월 모일 죽음이 확정되어 있다면 우린 어찌 살아갈까요?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뭘까요? 어느 sf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죽음을 한정 시켜 놓는 게 차라리 우리에게 나은 건 아닐까요?
젊은 나이의 한 친구가 갑자기 부고와 함께 찾아 왔습니다. 어떤 친구는 여행 중에 쓰러져 생사의 고비를 넘고 있습니다. 예전 여행 할 때 다녀왔던 공간이 다녀 온 지 한 두 달 사이 지진으로 무너져 엄청난 사상자를 내었다는 기사를 보고 아름다웠던 만달레이 호숫가에서 학생들이 피 흘리며 군사 쿠데타의 총성에 쓰러졌다 얘기도 들었었습니다.
사람의 삶이란 어떤 걸까요? 저는 잘 모르고, 심지어 잘 공감하지도 못합니다. 그게 내 삶과는 멀리 떨어져 있기에 어떻게 인연이 닿지 않는 한 알 수도 없고, 설사 안다 해도 할 수 있는 건 잠시 간의 애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안아주고 다독이고 눈물을 흘리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공감하지도 진심으로 그 마음을 받아내기도 나에겐 거의 불가능한 영역 인 것만 같습니다.
혹시라도 그 맘을 알까 뒤돌아 생각합니다. 위선일까? 위악일까? 진심이란게 순간에 있는 거라면 아마도 다행 일듯 합니다. 적어도 안아주는 다독이는 그 순간은 심장이 움직였던 거 같으니까요..
주변에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단한 정치가도 사상가도 금수저도 아니지만 꿋꿋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별거 없다는 얘기를 하면서 자신의 삶을 다른 삶들의 길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지 않나요?
한없이 이기적이고, 인간을 혐오하고, 만사에 의욕을 잃어 버린 나는. . 여행 중 쓰러진 친구에게 미얀마 작은 도서관의 친구들에게 1분만 글을 읽고 서명해 달라는 호소에 최소한 눈을 돌리진 말아야지. . 할 수 있는 건 별거 없지만 그래도 외면하진 말아야지. . 그게 그렇게 대단하진 않더라도 무기력한 나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변명이 아닐까 문득 생각합니다.
어찌 알 수 있을까요? 아니, 설혹 알 수 있다 해도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당장 내일이 온다면 방금 한 얘기들이 물거품처럼 느껴질 듯도 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얘기합니다. 변명이나 위선이나 위악이나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그냥 그렇게. .
"괜찮아 잘 살고 있어. 잘 살어 왔어. 인생 뭐 있다구. 그러니 절망하지 말구 힘들 땐 가끔 쉬어가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돼."
이게 답은 아니지. . 어찌 답이 될 수 있겠어. . 하지만, 그냥 그렇게 삶을 걷다 보면 하늘도 바다도 작은 꽃들도 보이겠지. . 그냥 그렇게 말야. .
어찌 알까요. . 그 순간을. . 그러니, 아프지 말고 되도록 행복하길 그저 바랄 뿐입니다.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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