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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고게시판 기민여행이야기 #150227

  • 김기민
  • 작성일시 : 2015-03-21 05:51
  • 조회 : 4,740

Toulon, France (Feb 2015)

Toulon, France (Feb 2015)

 

아침부터 비가 내렸어요.
비 맞지 않으려고 호스텔의 카페 겸 라운지에서 하루종일 죽치고 있다가 방으로 기어들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비가 그치고 햇님이 나타났어요.

 

내일은 맑을 거예요.
또 언젠가는 비가 내리겠죠.
그러다 다시 또 해가 뜰 거예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니까요.
그리고 저는 서쪽으로 갈 거예요.
해가 지는 곳으로 가서 다시 뜨는 해를 볼 거예요.

 

저녁은 뭘 해먹을까요?
내겐 지금 감자와 양파, 파스타, 버터, 베이컨, 생크림, 우유, 볼로네즈 소스 그리고 맥주가 있고 한 상 차리면 같이 먹을 사람이 있어요.
살면서 내가 행복감과 만족감을 얻는데 필요한 게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여행은 매일같이 싸고 푸는 짐을 보며, 내가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들을 경험시키면서 내게 그걸 재확인시켜주는 것 같아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하다 보게 됐는데, 요즘 한국에선 '달관세대'에 대한 논쟁이 한창 뜨겁다죠? 모든 것에 달관하고 욕망으로부터 초연한 사람들이 하나의 계층이나 세대를 이룰 만큼 존재한다면, 그게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얻게 된 삶의 평안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삶의 질을 저열하고 저급하게 추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향상시켜주는 것이라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개인의 선택이고 어떤 면에선 자본과 물질에 과몰입된 지금의 세상이 지향해야 할 바일지도 모르겠어요.
분명한 건 그건 누군가가 규정하거나 이름을 지어줌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추구해나가는 과정에 있는 사람 자신만이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거예요. 조선일보가 보수 정론이든 바베큐파티의 불쏘시개로 써도 시원찮을 쓰레기 신문이든 상관 없이, 그 어떤 대단한 언론이라고 해도 부러 나서서 다가와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하나의 의미있는 존재가 되는 그런 일은 전에도 없었길 바라고 앞으로도 없어야겠죠.

 

빈고 조합원이 되고, 함께 공부하면서 나는 내가 인식한 만족의 기준과 삶의 평안의 척도가 내게 옳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점에서 빈고를 알게 된 게 내 생애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합원이 되겠다 마음먹고 가입한 건 내 생애 몇 안되는 잘한 결정이라 확신해요.

 

멈추길 참 잘한 것 같아요.
숨가쁘게 몰아닥치던 일상 속에서 미처 추스리지 못했던 생각과 감정들이 더디게나마 조금씩 정리되고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아요.
나를 멈추게 하는 결정을 지지하고 지원해주어 고마워요. 나를 멈추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나를 멈출 수 있게 해주어서 고마워요.

 

나는 이제 언제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멈출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멈춰서도 괜찮게 해줄 많은 응원자들이 내 곁에 있으니까요. 빈고가 그 응원자들 가운데 하나라서 기쁘고 또 고마워요.

 

나는 덕분에 잘 지내요.
빈고도 잘 지내요 :)

 

--

빈고 페이스북 그룹 폐쇄 예고에 따라 올렸던 여행이야기 홈페이지로 옮깁니다.

두 번 밖에 안올려서 천만다행ㅋ 

 

 

댓글 1

좌인 15-03-23 17:00

해외에 있어도 한국에 있는 것처럼 소식 전해 들으니 좋네요.^ ^

한국 돌아오면 재미난 일들 같이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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