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3일 공동체은행 빈고의 공동체활동가 워크숍을 다녀왔다.
대구에서는 빈고의 각 공동체들 소개와 공동체 금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빈고 활동가들이 각기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빈고공동체이고 새삼스러울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각 공동체들 활동들 설명을 보고 있자니
새삼 다시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다시 그 내면을 들여다보게 됐고 다시 생각해보게 됐달까.
이를테면 지음이 공동체가 선물과 호의로 이뤄지는 것도 좋겠지만
'주기경쟁'을 통한(주기 경쟁이란 말이 생경하게 다가오긴 했는데
서로 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의미한다) 공동체 얘길 했을 때
너무 이상적이어서 현실에서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한번 공동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본 자리였다.
둘째날엔 영덕에 가서 영덕탈핵연대 분들과 함께 서명전을 펼쳤다.
핵발전소 반대냐,찬성이냐를 스스로 결정지으려면
주민투표가 필요하고 그 주민투표를 하자는 의견을 받는 서명전이었다.
집집마다 돌면서 서명을 부탁하지만 탈핵연대라고 씌여진
티셔츠를 보고 주민투표 서명이 아닌 반대 서명이라고 생각해
서명을 안해주시려는 분들도 많았고 귀찮아서 안해주시려는 분들도
많았다.
그 와중에 일곱분의 서명을 받고 뿌듯해하며 한 세탁소에 들어갔는데
술을 좀 거나하게 드신 분이 주민투표하는 건 찬성하신다면 서명을
해주셨다. 그러더니 내게 핵발전소가 꼭 지어져야한다고 얘기하시길래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얘기하다가 그분이 갑자기 욱 하셔서
서명종이를 내놓으라고 하셨다. 서명을 지우시려는건가 싶어서
정 내키지 않으시면 본인이름을 지우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갑자기 다른 분들도 서명하신 그 종이 자체를 다 찢어버렸다.
종이를 달라고 해도 주지 않으셨고 나는 너무 황당했는데
밖에 나와서 함께 한 친구들을 보자 갑자기 눈물이 쏟아져내려서
내 눈물에 내가 더 당황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신부님이 다시 종이찾으러 가자고 하셔서 쓰레기통을
던지켜 찾아가라는 그 분 앞에서 신부님이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종이를 찾고 ㅠㅠ 위험할 뻔 순간이 있었지만 무사히 서명전을 끝냈고
탈핵연대분들과 얘기를 나누며 영덕에서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지
얘기나눌 수 있었다.
삼척과 부안에서는 주민투표로 핵발전소를 막아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주민투표법이 생기면서 오히려 핵마피아들은 이 법을 이용,
돈을 풀어 선거를 치르고 오히려 찬성의 입장을 얻어냈다.
그 사례가 경주고 영덕도 그 사태가 될까봐 다들 고군분투하고 계셨다.
저녁으로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맛난 음식을 먹고
영덕에서 탈핵운동을 하고 있는 짱돌 조합원 집으로 향했다.
활동가들과 각 상반기 활동을 정리하고 하반기 계획을 얘기하면서
서로의 공동체가 처한 상황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그중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가를.
그리고 서로의 속내까지.
그날밤 사람들과 나눴던 얘기들
그리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나눴던 얘기들로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 2박 3일이었다.
역시 사람들이 내게 힘을 주었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