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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새 빈고 선언문이 나왔습니다.

  • 빈고
  • 작성일시 : 2016-03-01 04:13
  • 조회 : 3,638

빈고에서는 오랫동안 2010년, [우주생활협동조합 빈고]일때 쓰여졌던 빈마을금고 취지문을 쓰고 있었는데요.

[공동체은행 빈고]로 바뀌며 취지문? 선언문도 새로 쓰게 되었습니다.(좀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_^;)

올 총회에서 채택된다면 앞으로 이 선언문이 오랜 시간 빈고의 대문 역할을 하게 될 텐데, 그런 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읽어보시고, 의견 부탁드립니다. 의견은 이 글에서 댓글을 통해서 같이 논의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럼 총회때(3/5 토, 해방촌 빈가게에서) 봐요~~

 

 

 

공동체은행 빈고 선언문

 

우리는 돈이 있을 때도 은행으로 가고, 없을 때도 은행으로 간다. 돈이 남는 사람은 은행에 예금을 하고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은행으로부터 필요한 돈을 대출받을 수도 있다. 은행은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서, 양쪽 모두를 만족 시키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서비스다. 은행은 어떤 위기에도 지켜져야 하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흔들림 없는 기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우리는 정반대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짜여진 은행 시스템 속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종속되어 있다. 우리는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은행 시스템 내부의 닫힌 화폐 흐름이 잠시 우리의 계좌를 거쳐 갈 뿐이다. 우리가 남는 돈을 적절히 보관하고 활용할 다른 방법이 있는가? 우리가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가? 우리의 돈을 어떻게 이용하고 어디에 투자하는지 결정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가? 누가 우리의 이자율과 투자처와 신용등급과 대출 여부를 결정하는가? 우리는 도대체 언제 이 시스템 속에서 살아갈 것을 동의했단 말인가? 다른 대안은 정말 불가능한 건가?
 
은행이 안정적이라고? 그건 일차적으로는 국가가 안정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그럴 수 있는 것은 국가가 국민 즉 우리로부터 세금을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수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수익성이 높다고?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은행이 수익성 높은 거대자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자본의 수익성이 높은 것은 거대자본이 노동자와 소비자 즉 우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은행이 안정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벌고 있다면, 결국 그것은 모두의 주머니를 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주의 은행시스템은 우리의 욕망과 삶의 양식마저도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느새 저들의 욕망과 저들의 규칙을 따르게 되었다. 무심코 은행에서 권유한 펀드 상품에 가입하면서부터, 우리는 우리의 돈이 안정성과 수익성을 갖고 저절로 불어나길 바라게 되었다. 돈이 어떻게 쓰이고, 누구를 위해 쓰이건 간에 중요한 것은 나에게 돌아오는 이자 또는 투자 수익률뿐이다. 은행의 낮은 이율을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그 돈을 빌려 부동산을 매입하고, 투자를 하고, 사업을 벌이면서 레버리지라는 이름의 더 높은 수익률을 얻고자 한다.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수탈당하고 착취당하는 노동자와 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예금자, 채권자, 투자자, 채무자, 자산가, 사업가가 되어 간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를 잃어버리고 그들 중의 하나로, 은행시스템의 지지자 또는 공범자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변해버린 우리의 욕망과 신체는 어떠한 다른 삶도 상상하거나 감행할 수 없게 돼버렸다. 우리는 신용협동조합과 대안 금융운동의 소중한 역사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시도가 초기의 훌륭한 문제의식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기존의 은행과 닮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도 직시하고 있다. 돈이 없을 때는 돈이 돈을 버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만, 돈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율배반에 빠지고 만 것이다. 기존의 은행과 똑같은 욕망을 가진 사람들, 더 높은 이율과 수익을 바라는 자산가, 더 낮은 이율과 높은 레버리지를 바라는 대출자, 안정성과 수익성과 최대이윤을 추구하는 은행가, 이들이 만들어내는 은행에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돈이 우리의 삶의 모든 곳에 개입하고, 우리의 삶의 모든 순간을 지배하게 되면 될수록 이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 노동자로서 정당하게 수입을 얻고, 소비자로서 올바르게 지출을 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현대 금융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개인의 수입과 지출 외에 자산과 부채가 갖는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한 사람의 부는 노동시장에 나가기도 전에 자산과 부채의 차이로 대부분이 결정된다. 집을 사는 것은 더는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을 상속받는 문제, 대출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레버리지를 노리는 투자와 자산운용 전략의 문제다. 우리는 오늘 하루 소비를 위해 노동하는 것만큼이나, 과거의 부채 때문에 노동하고, 미래의 자산을 위해 노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동자로서 단결하고, 소비자로서 연합하는 만큼, 금융의 영역에서도 단결하고 연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한 경험과 이론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 노동자는 어떻게 저축해야 하나? 실업자는 어떻게 생활해야 하나? 소비자는 금융상품을 어떻게 해야 하나? 노동자는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소비자는 어떻게 집을 구해야 하는가? 우리는 노후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우리는 어떻게 미래의 위험에 대비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그들과는 다르게 돈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노동자와 소비자로서 그들과 투쟁해서 돈에 여유가 생겼을 때, 우리가 그들과 같은 부자가 되고 말 것인가?
 
우리는 가난하다. 하지만 거대자본에 맞서 미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받는 노동 수입과 원하지도 않는 거짓 욕망을 전방위적으로 강요당하는 우리의 소비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가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겨우 저축한 돈을 투자로 날리고, 보험에 쏟아붓고, 대출이자로 빼앗기는 우리가 어떻게 가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현재의 조건에 대해 분노하고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가난하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 공동체와 공유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어떻게 빚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빼앗기는 사람들, 투쟁하는 사람들, 함께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몰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와중에도 먼저 협력하고 먼저 내어주는 착한 사람들이 어떻게 가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익을 바라지 않고 공공의 목적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는가? 받을 기대 없이 주고, 주는 티 내지 않고 주고, 받은 것보다 더 크게 나눠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어찌 홀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함께 가난하기로 한다. 가난한 우리들이 모여서 함께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이런 우리가 갈가리 찢어져 홀로 하나둘 그들이 되어가지 않고, 언제까지나 우리로서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은행은 어떠한 은행일 수 있을까? 반대로 이런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은행은 어떤 은행이어야 할 것인가? 어떻게 그들의 은행이 아닌 우리의 은행을, 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을 만들 것인가? 
 
만약 그런 은행이 있다면 그것은 자본에 반하는 반자본은행, 서로 돕고 함께 움직이는 공동체들의 공동체(共動體), 꼬뮨을 만들어내는 꼬뮨은행(Commune Bank), 은행(銀行)이 아닌 은행(恩行), 가난해서 행복한 빈민들의 금고(貧庫), 모든 것을 나눠주고, 모든 것을 받아 안을 수 있는 비어 있는 금고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공동체은행 빈고는 그런 은행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빈고를 만들어가는 우리는 공동체은행 빈고의 조합원으로서 출자자=이용자=연대자=운영자로서 함께 살아가고자 한다. 
 
출자자 : 우리는 돈이 돈을 벌고,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금융자본의 질서에 반대하며 자본을 위한 저축을 거부한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돈이 은행과 투자를 통해 금융자본이 되어 행하는 착취와 폭력으로부터 해방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자본이 지배하는 은행에 종속된 예금자나 투자자가 아니라 빈고의 출자자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노동과 투쟁을 통해 얻은 수입과 현명하고 소박한 지출 계획을 바탕으로, 출자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이용자 : 우리는 빈고의 공유자본을 요긴하게 이용해서 공동체 공간과 공유지를 만들고 가꾸면서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를 통해서 더 많은 공유지와 더 많은 공동체 구성원이 생겨날 수 있기를 바란다. 여러 사람이 모은 공유자본을 이용하고 공동체를 꾸리는 일은 수많은 노력과 다짐, 경험과 지혜를 필요로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하면서 점점 더 잘 함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채무자나 사업가가 아니라 빈고의 공유자본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이용자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공유자본의 힘으로 줄어든 월세, 절약한 이자 등의 이용수입은 자신과 모두를 위해 공유한다.
 
연대자 : 우리가 출자를 통해 자본을 공유자본으로 만들고, 공유자본을 잘 이용한다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잉여금이 발생한다. 우리가 빼앗겼던 돈을 다시 빼앗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멈출 수 없다. 우리는 만인이 빼앗기는 질서에 반대하며, 우리 외부에 여전히 빼앗기는 세상 만인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이들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어느새 빼앗는 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셈이다. 우리는 빼앗기던 돈을 다시 빼앗아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원래의 주인인 세상 만인과 모든 생명과 공유할 것이다. 우리는 외부의 또 다른 우리와 연대하는 사람이자, 연대의 상대자이기도 한 연대자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만인을 수탈하는 자본의 질서에 저항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함께하며 서로 닮아갈 것이다.
 
운영자 :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즐겁게 함께할 것이다. 돈의 다른 흐름,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 더욱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적절한 활동비가 적절히 분배되는 것은 빈고의 비용이 아니라 노동이 재밌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목적 중에 하나다. 우리는 그렇게 다른 은행을, 다른 질서를 만들어 내는 운영활동가가 되고자 한다. 우리는 고된 일을 재밌게 만들기 위해 협력하고, 재밌는 일을 개발하기 위해 궁리하고, 노동시간을 줄여 나감으로써 일하는 우리의 삶이 재밌어 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공동체은행 빈고의 출자자=이용자=연대자=운영자로서 살아갈 것이다.
우리의 구호는 다음의 두 문장으로 정리된다.
능력에 따라 출자하고, 필요에 따라 이용한다!
기쁘게 연대하고, 재밌게 운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우리의 삶을 닮은 세상이 될 것이다.  
조합원들의 노동의 결과가 소비되거나 수탈되지 않고 모이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진 돈이 그들만을 위해 쓰이지 않고, 우리를 위해 쓰이게 될 것이다.
빼앗기던 월세와 이자와 수익금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누구도 집을 소유하지 않지만, 모두가 집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지만, 그래서 모두가 가지게 될 것이다.
한사코 사양하지만 더욱 풍요롭고 요긴하게 돌아올 것이다.
풍요로운 부는 내부에 머물지 않고 외부의 연대자에게 넘쳐흐를 것이다.
우리 외부의 연대자는 곧 우리가 될 것이다.
공유지는 넓어지고,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만큼 다시 공유지가 넓어질 것이다.
모두가 가난하지만 누구도 빼앗기지 않고, 아무도 쫓겨나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연금과 보험을 하지 않아도,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자본수익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자본에 의지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이 위기를 겪어도 아무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본에 의지하지 않는 생산과 소비를 만들어갈 것이다.
돈은 무소불위의 신이 아닌 단순한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혀 다른 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미래를 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를 지금 여기서 살아간다.
우리는 미래에 함께하기 위해 지금 이미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이 곧 또 한 명의 우리가 될 것이다.
당신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리는 미래다.
 
당신, 또 다른 우리여. 함께 가자!
은행에서 빈고로! 자본에서 꼬뮨으로!
 
우리가 잃은 것은 오직 자본에 대한 도착이라는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이다.
만국의 빈민들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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