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 뭘까
2011. 10. 22(토) 이경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1, 2장
빈가게에 오기 전 로또를 샀다. 평소에 로또나 복권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지만 누적된 금액이 엄청나다는 표지판을 보자 저절로 몸이 움직여졌다. ‘혹시 내가...대박?!’ 이런 심리가 작동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꾹꾹 번호를 찍어댔다. 건투를 빈다며!
로또를 바라는 마음은 그만큼 미래에 불안을 느낀다는 걸 반증해준다. 나도 미래가 은근히? 무섭다. 나이 드는 것, 나이 들어서 병 드는 것. 특히 아플까 두렵다. 돈을 그리 많이 벌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병에 걸리면 비싼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하며 오지도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다.
실은 왼쪽 팔에 문제가 좀 있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계속 미루고 있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단다. 혹시나 하고 알아보니 보험 들어 놓은 것이 있어 안심하란다. “보험 있어”라는 이 한 마디로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보험에 대한 이야기는 지인들에게도 자주 듣는다. 올해 초 설날에 성묘를 다녀오던 친척들이 교통사고가 났다.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없었고, 1주일 정도 입원을 한 뒤 보험금을 쉽게 받았다고 한다. 이후 몸이 어떻게 될 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보험금이 나온 것에 모두들 안심했다. 반면 교통사고를 당한 친구나 암에 걸린 아는 어른의 경우 개인적으로 들어놓은 보험이 하나도 없어 보상은 고사하고 수술, 진료비 등 고스란히 내야했다. 보험의 유무에 따른 차이들. 이러한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난 ‘역시 보험은 필요해’라는 결론을 냈다. 그런데 점점 의문이 든다. 왜 기업에서 만든 보험에 들어야 하는 거지? 보험금은 어떻게 지급되고 어떻게 쓰이는거지? 병에 걸리거나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하는 건 보험 밖에 없을까? 보험 광고는 요즘 따라 왜 이렇게 많은걸까? 등.
보험에도 다양한 의미가 있다. 돈으로 보상하고 해결해주는 보험의 의미가 보편적이다. 더 확대한다면 가족, 이웃, 친구의 그물망 또한 보험이다. (가족의 경우 증여에 가깝고, 그저 주고, 빌려도 갚지 않아도 되는 암묵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살면서 돈에 대한 보상과 돈이 아닌 것에 대한 보험 둘 모두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둘을 섞으면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암튼.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저자가 말하는 요지는 이렇다.
1. 비슷한 내용의 보험을 꼼꼼하게 비교해서 선택하라.
2. 보험사의 꼼수에 넘어가지 말라.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주며 이야기해 주는 건 도움이 된다. 허나 책에서 보험 상품 외에 대안은 말하지 않는다. 그저 ‘꼼꼼하게 체크하라’ 이게 결론이다. 더 이야기를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기 전에 보험에 대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부분은 짚고 넘어가자. 저자는 종신보험과 물가상승률을 강조한다.
1. 보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업비다.
2. 화폐 가치 하락, 즉 물가상승률을 계산하라.
예) 20년간 5천 만원 보험료 납부. 만기.
5천 만원 -> 20년 후 -> 7천 800만원
5천 만원 -> 20년 후 물가 상승률이 3%일 때 -> 4천 300만원 (7천 800만원의 실제 가치)
5천 만원 -> 20년 후 물가 상승률이 7%일 때 -> 2천 (7천 800만원의 실제 가치)
“보험사는 복리의 마술을 내세우기 이전에 물가상승률에 따른 화폐 가치 변동을 먼저 설명하는 게 순서다. 하지만 진실을 알면 아무도 연금 가입을 안 할 테니 설명할리 없다. 물론 화폐가치 변동을 감안하여 보험금은 지급을 늘리지도 않는다. 보험사의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39쪽)
실제로 내 앞으로 가입되어 있는 보험 중 만기가 되어도 20년~30년 후에나 돌려받는 상품도 있다. 종신보험의 경우가 그러하다. 20년을 납입해서 80세에 만기가 되는 종신보험은 20살에 들기 시작해 40살에 만기가 되어도 이 돈을 받기까지는 30년~40년은 기다려야 한다. 70살 정도가 되어야지 아프면 이 보험을 통해서 조금 보상을 받고, 힘이 없는 노후...80살이 되면 원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단다. 돈을 꼬박꼬박 넣고도 보험사의 경영 놀이? 이자 놀이에 내 돈은 놀아날 뿐이다. 이게 도대체 뭘까. 뭐하는거지?
이런 실상을 알고도 불안과 막연함은 보험에 눈을 가게 만든다. 다른 보험은 없을까? 다른 방식의 보험을 직접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