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의 운영활동가 편지
며칠 전 퇴근길이었습니다. 이것저것 짐이 많아 남편 손을 좀 빌렸습니다. 남편이 먼저 집어 든 가방 중에는 제 출근 가방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든 내 가방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내 가방이 저런 느낌의 가방이었나? 왜 내가 들 때와는 다르게 보일까?’
엉뚱하게도 그 순간 미다스의 손이 떠올랐습니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던 미다스. 그리고 그의 손.
정말 엉뚱하게도 저는 그 순간, 내 몸에 닿는 모든 것을 저만의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나의 눈’을 떠올렸습니다.
본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주관적인 감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경험과 기억, 기대와 해석을 통과한 세상을 봅니다. 내가 보는 것이 곧 내 세계가 됩니다. 그렇다면 내 눈은 지금도 쉼 없이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겠지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개에 고개를 넘으며 생각 놀이를 이어가다 공동체은행 빈고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나는 빈고를 통해 어떤 세상을 보고, 느끼고, 만들어 가고 있을까.
‘어제’의 저는 필요한 곳에 내 돈을 선뜻 떼어 주는 일은 망설여졌지만, 은행에 가만히 있는 돈이 그 일을 대신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빈고의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저는 조금 다른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오z님이 전해준 소식에서 “우리 모두 계좌로 연결되어 있는” 커먼즈 안에서 서로 반갑고 고마운 존재라는 마음을 만났습니다. 단순히 계좌로 연결된 우리가 반갑고 고마운 존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니요. 빈고를 통해 본 세상에서 오늘의 저는 덜 외롭고, 더 씩씩해졌습니다.
빈고의 공유지(자산)가 이번 달 처음으로 8억 원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숫자가 커졌다는 사실보다 함께 만들어 온 신뢰와 가능성이 그만큼 자라났다는 사실이 더 반가웠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도 그만큼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여러분,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우선 잘 먹어야 합니다. 첫아이를 가졌을 때 주변에서 “좋은 것, 예쁜 건 네가 먹어.”라며 챙겨 주던 일이 떠오릅니다. 덕분인지 저는 예쁜 딸을 얻었습니다.^^ 그러니 빈고 식구 여러분, 우리 함께 좋은 것부터 먹으러 갑시다. 8월 15일 포항에서 열리는 빈땅캠프에서 맛있는 밥도 먹고, 반가운 얼굴도 만나고, 우리가 함께 만들고 있는 세상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아보면 어떨까요? 그날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운영위원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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