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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고게시판 D조합원에 대한 빈고에 입장에 대하여

  • 디디
  • 작성일시 : 2019-10-02 16:42
  • 조회 : 3,564

우선, 시간을 들여 논의를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우선 2안에 대해 두가지 지점에서 반론을 하고 싶습니다. 

-이어서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S가 저지른 새로운 가해사실을 지적하고

-마지막으로 제 입장을 이야기하겠습니다.


2안에 대한 반론


1.제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개인과 단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제가 속한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어떤 진상규명의 과정도 없이 저를 가해자, 강간문화의 가담자로 부르고 사회적 제제를 가하는데 동참한 사실에 상당한 충격과 상처,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사과를 요구한 것입니다. 


저는 저를 “가해자”로 호명하고, “강간문화의 가담자"라는 식으로 부르며 운동공간에서 저의 참가를 제한한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글을 보내온 “단체"인 평창올림픽연대를 향해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K와 S는 제가 빈고라는 공간과 또 다른 공간들에서 알고 지내왔던 사람들입니다. 함께 세미나를 하고, 밥을 먹던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근거로 나를 가해자/강간문화의 가담자로 부르는 글을 쓰는데 동참한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수 없었습니다. 함께 소속된 채팅방에서 K나 S가 아무렇지 않게 글을 올리는 순간 견딜수없는 모멸감에 신체적인 반응이 올 정도였습니다. (이는 제가 단체로서의 평창에 품고있는 문제의식과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선 개인적인 메일을 보내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에 S는 “분리요청"이 납득할만한 것이므로 동의한다, 그러나 D가 불필요한 상처를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누구나 실수할수 있으므로, 그 실수가 너무 치명적인 것이 아니라면 실수한 개인을 궁지로 몰아넣고 싶지 않다. 이번일과 관련해서 언급된 D의 행동이 중대한 실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라는 요지의 답변을 보내옵니다.


한편 K는 입장문 작성에 참여했고 “분리에 대한 내용"에 동의했다. 자신은 나를 배제한적인 없지만, 혹시 그렇게 보였다면 자신이 사회성이 없어서이다. 혹시 분리의 과정이 너무 거칠었다면, 순간적인 판단이었기에 일어난 일이니 유감을 표한다. 하지만 분리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라는 요지의 답장을 보내옵니다. (혹시 이 요약이 실제 내용과 다르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전문을 보내겠습니다.) 


  1. 둘다 공통적으로 “분리"에 동의했다는 부분만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반복해서 이야기했듯이 제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분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분리"에 대한 평창측의 해석/입장입니다. 평창측은 제게 보낸 문서를 통해 그것이 가해자에게 취해진 참가제한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리고 K와 S는 그 글을 쓰는데 참여했습니다. 제가 S와 K에게 물은것은 무엇을 근거로 나를 “가해자”라고 규정하는데 동의했느냐는 것입니다. 


  1. S는 그에 대해 “이번일과 관련해 언급된 D의 행동이 중대한 실책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는데요. 그 행동 (아마도 노리밋참가)이 어떤 의미에서 실수/실책이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건 “가해자", “강간문화가담자"라고 부를만한 근거를 S가 갖고 있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로 생각됩니다. K 또한 “분리"에는 동의했지만 자신은 개인적으로 나를 배제한적이 없고, 과정이 거칠었다면 유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제가 “가해자" 혹은 “강간문화 가담자"로 불릴 근거를 K가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읽힙니다.


자신이 속한 다른 공동체 (평창)의 구성원이 고통을 호소해서 연대하는 것과, 그 연대를 정당화하기 위해 누군가를 가해자화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고통을 호소하는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분리라는 조치에는 동의했지만, 실제로 어떤 가해사실이 있었는지 몰랐다면, 입장문은 완전히 다른 내용, 오히려 저에게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 되었어야 마땅합니다. 


단체에서 저를 가해자로 부르고 있으니 자신들은 아무 생각도 없이 단지 따랐다는 것인가요? (2안을 작성하신 분들은, 단체의 이름으로 행해진 일에 대해서 그 안의 개인들은 자율성/책임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누군가를 사회적으로 말살하는 행위가 될수도 있는 단체의 입장에 동참하고 그런 내용의 글을 쓰는데 참가한 것이 가해임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것인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제가 요청한것은 분리도, 교육도, 제가 입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피해보상도 아닌 단지 사과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2. “정당한 이유도 근거도 없이 강간문화의 가담자로 불렀"는지 여부를 알수없으므로, 즉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므로 판단할수 없다는 부분에 대해. 


제가 평창에 요구한것도 제가 그렇게 불려야할 이유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것이었고, 저는 그 답변을 몇달간 기다렸습니다만. 


두가지 가능성이 있겠네요.


  1. D가 가해를 저질렀다

  2. D가 저지른 가해는 없었다.


(1) 번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K와 S가 제게 사과를 해야하는지 어떤지 판단할수 없었다는 걸로 이해하면 될까요? 


하지만 (1)번을 전제로 하더라도 저는 마땅히 사과를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과정을 거쳐 진상규명을 하지 않은채 (심지어 위의 메일에서 보이듯이, 개인적으로는 어떤 근거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저를 “가해자"라고 부르고 사회적 제재를 가한 것 자체가 이미 절차적 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으며, 그럼으로서 저의 인격을 말살하는 가해행위입니다. (상영회에서 벌어진 일이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아니라 단지 고통스러운 사람을 배려하기 위한 분리 요청이었다면 상영회 후 제가 받은 입장문은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어야 마땅합니다.) 수많은 아동 만화에 등장하는, 반에서 증거도 없이 도둑으로 몰린 아이의 억울함이 바로 이 테마죠. 이 식상한 테마가 아동물에 반복등장하는 것은, 그것이 당한 사람입장에선 대단히 억울할 뿐 아니라 심각한 가해이므로 이런 행동은 삼가야한다는 것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상당히 중요하고 기본적인 교훈이기 때문입니다. 진상규명후 제 가해사실이 드러난다면 그에 대해선 제가 책임질 문제입니다. 그러나 진상규명의 과정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누군가를 가해자화하고 사회적 제재를 가하는것은 그 자체로 분명한 가해라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이해받기 힘든 일인가 싶습니다. 


S가 저지른 또다른 가해에 대해


아무튼 아주 오랜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대책위>로부터 제 가해의 내용을 전달받았는데요. 


<대책위>의 주장 대부분이 사실확인을 하지않은 “카더라"통신에 의거하고 있을뿐더러 그 내용의 핵심은 제가 노리밋에 참여한 의도나 경위에 대한 왜곡입니다. 제가 노리밋에 참여한 의도와 경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대책위>의 글이 어떤 왜곡을 하고 있는지는 대책위의 글에 대한 답변에 이미 설명했습니다. 


보다 큰 문제는, 단지 제 의도를 상상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진 어떤 상황을 완전히 악의적으로 편집 왜곡해 저를 가해자화 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며, 이에 S가 관계한다는 사실입니다. 왼쪽은 당시 상황에 대한 저의 기억이고 오른쪽은 대책위의 진술 (밑줄친부분)에 기반한 내용입니다.  


당시 산야의 동료 H씨와 함께  영화제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앉아있던 저는 한국측 사람들이 들어오는 걸 보았고, 평소 친근하게 지내던 S와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했습니다. (웃으면서 인사 했다고 생각합니다.)


S가 놀란 표정으로 어떻게 여기 있냐고 물었는지, 그냥 놀란표정을 짓던지 하길래. 아, 통역이야, 통역. 이라고 대답합니다. 


S가 제쪽으로 와서 저는 S를 제 동료인 H상에게 소개합니다. (한국어를 하시는 분입니다.) 한국의 친구라고요. 빈고에서 같이 활동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S의 표정이 굳어있어서, 오랫만에 봤는데 표정이 뭐 그러냐? 는 식의 농담을 던진게 H상에게 소개하기 전인지 후인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S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내용도 기억나지 않을정도로 평범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와중에 E가 행사장에 들어오는걸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S에게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S는, 미소지니에 대한 E와 저의 인식차가 너무 큰것같다고 대답합니다. 


이후 제가 S에게 메일을 보내 저를 가해자화하는 메일에 동참한 이유를 묻자, 위에 말한대로 S는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은 저를 지금까지 처럼 만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 일이. 

대책위의 글에 완전히 왜곡되어 서술되는데요.


심한 모멸감에 떠올리는 것만으로 여전히 심장이 뛰고 머리가 아프지만 다시 찾아서 인용합니다.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공원 가운데에 D씨가 서 있었습니다. A를 비롯한 <평창올림픽반대연대> 활동가가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D씨는 “나 통역하러 왔어" “왜 X씹은 얼굴이야?”라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 당황하는 <평창올림픽반대연대> 활동가들에게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듯한 태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저런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S는 제 소개로 제 동료와 인사를 하고 

저랑 평범하게 대화하다가

E의 행동이 벌어진 후 제가 의견을 묻자

미소지니에 대한 인식차이 같다고 답했으며

그후 메일로도 본인은 나랑 잘 지내고 싶다고

답했다.


라는 건데요. 


제 상식선에선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전후사실을 두고 모두가 진실공방이라고 생각할지언정, 적어도 S와 저는 그날 저와 S사이에 있었던 대화가, 대책위의 묘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곡에 기반한 인신공격의 공개적 실행. 

이것은 심각한 가해입니다. 


(참고로 저는 지금까지 제가 낸 어떤 글에서도 사실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에 기반하거나 누군가에 대한 인신공격을 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문서로 확인된 내용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저의 입장 

 

저는 이 일에 대해 오래 생각했습니다. 

 

우선 상영회 사건 이후 저는 도대체 제가 노리밋에 참가한 것이 왜 어떤 사람들에 대한 가해가 되는지 도무지 납득할수 없었습니다. 뭔가 실수를 하고 기억을 못하는 건가 곱씹어봤지만 저의 노리밋 참가가, 만난적도 별로 없는 개인에게 “불안"을 유발하고, 공적인 운동의 자리에서 배제되어 마땅한 행위인지, 제가 왜 가해자, 혹은 강간문화의 가담자는 식으로 불리워야하는지 정말로 알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저는 도쿄에서 열린 일주일간의 반올림픽행사에 참가를 제한당하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책위>가 저의 가해내용을 설명한 글을 읽었을때 어이가 없는 한편 어떤 의미에서는 한편으로 안심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노리밋에 참여한 제 의도나 경위를 자신들이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상상에 기반해 선언하고 있는 내용이었고. 그에 더해 명백한 사건의 날조 (위에서 말한 에피소드)마저 감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적어도 제게 있어선 제가 뭘 한게 없다는걸 분명히 알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대책위>에서 말하는 피해자분인 B는 자신이 노리밋을 보이코트 하고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친구였던 C가 보이코트에 동참하는 대신 저와 함께 노리밋에 참가한것이 서운했거나 나름의 이유로 상처를 입었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러나, 그 상처를 이유로, 상대방을 가해자로 규정하고, 사회적 제제를 가하는 것, 상상과 날조에 기반해 인신공격을 하는 것, 그리고 정확한 경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그에 가담하는 것은 가해입니다. 

 

한편, K와 S가 자신의 행동 (정확한 근거도 없이, 저를 가해자로 지목하는 글을 쓰는데 참여한 것)이 그 자체로 가해가 될수 있음을 심플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대신 자신의 자율성/주체성을 스스로가 부정하며 조직을 들이밀거나 심지어 사실의 왜곡에 기반한 인신공격까지 감행하며 더 적극적으로 저를 가해자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히 씁쓸했는데요. 그들이이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더 괴로웠습니다. 도덕률에 기반한 운동, 그리고 자신은 결코 가해자가 될리 없다는 확신에 기반한 운동이 얼마나 쉽게 파시즘적인 도착에 빠질수 있는지는 모두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올림픽에 반대하고, 대의명분에 기반한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 일에 책임을 지는 대신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 조직이 시키는대로 했을뿐이다라는 말을 하거나, 심지어 자기 자신을 속이는 행동을 해야한다면 K와 S에게 있어 지금 하는 운동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K와 S, 그리고 2안을 내신 수수님이 참여한 빈집의 2014년 겨울사건에 대한 글 중 (기억에 의존해 쓰고 있을 뿐더러 어디서 읽은 것인지 조차 정확히 기억할수가 없어서 정확한 인용은 아닙니다만) 이런 대목들이 인상에 남아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가해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가해자에게 그것이 가해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대책위의 가장 주된 목적이었다”. “폭력에 의한 가해와 상처를 구분해야한다". “폭력을 규명하는 것이 공동체 회복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정확한 근거도 진상규명의 과정도 없이 누군가를 가해자화하는데 동의한 K와 S의 행위가 집단적인 폭력에 가담한 것, 즉 가해였음을 (K, S, 그리고 2안에 참여하신 모두가) 인식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것이 빈고를 비롯해 우리들이 앞으로 마주칠 여러 곳에서 다시 공동성을 회복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고민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논의 경과, 빈고의 입장, 저의 입장 전부 빈고 공동체에 공유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저는 토론회건, 대화건, 중재건 모든 제안에 열려있습니다. 내년 9월이면 학위과정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그리고 여러 활동으로 복귀할 예정이기도 하기에 진심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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